▲ 민주노총이 지난달 3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앞에서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기소하는 권한을 가진 대검찰청이 최근 벌칙해설서를 마련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도급인·사업주·경영책임자 등 중대재해를 일으킬 경우 처벌하는 대상과 법으로 보호할 대상·적용범위를 검찰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검찰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를 입수해 분석하고 그 내용을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① 중대재해 처벌 대상 도급인? ‘실질적 지배’가 가른다
② 업무 지시했다면 ‘기업 총수’도 공범으로 처벌 가능
③ 법 적용받는 ‘종사자’ 개념
④ 사망·부상시 중대재해 적용기준

“이 사건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사고 당시 법률을 따라야 한다.”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의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이같이 판시하면서 지난 1월 원청 ‘동방’의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인 평택지사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원청 사장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선고된 고 김용균씨의 사망사고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대표는 무죄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올해 1월27일 시행됐다. 하지만 재계를 중심으로 경영책임자 개념이 모호해 ‘과잉입법’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논란의 쟁점, 경영책임자 기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회사의 대표자는 경영책임자
“실질적 총괄, 최종 의사결정권” 판가름

대검찰청은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서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해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우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기업 총수도 특정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있다면 공범으로 처벌될 여지도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경영책임자를 정의한 조항은 중대재해처벌법 2조9호 가목에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구분했다. 검찰은 전자를 기본적으로 ‘회사의 대표자(주식회사는 대표이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경영책임자의 적용 기준은 도급인 개념 해석과 비슷했다. 검찰은 “형식적인 지위나 명칭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은 하나의 사업장에 의무를 부과한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다르게 ‘장소적 한계’가 규정돼 있지 않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이상까지 관리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기업 총수 처벌? 유권해석 보니

주목할 부분은 ‘기업 총수’를 경영책임자에 포함할 것인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진짜 사장’인 총수를 법 적용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경기도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 붕괴로 사망자 3명이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최대주주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검찰은 벌칙해설서에서 ‘실질성’을 수차례 언급하며 경영책임자 개념을 명확하게 짚었다. 실질적인 대표성과 총괄 권한·책임으로 따져야 한다고 봤다. 특히 기업 총수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검찰은 “총수의 신분 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개별 사안에 따라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해당 경영책임자에게 특정 업무 집행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공범 관계가 문제 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대상을 ‘신분범’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신분이 있을 때 범죄가 성립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상 교사범이나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나아가 안전보건 담당이사를 뒀더라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반드시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검찰은 “실질적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인지에 따라 양자 모두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분리해 운영하는 상황’도 해설했다. 검찰은 두 명 이상 사업을 총괄하거나 부문별 대표를 두고 사업부문이 독립된 경우, 각자 또는 부문별 대표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총괄 대표가 개별 부문에 관여하거나 의사결정권이 부여돼 있다면 해당 사업의 부문 대표는 적용 대상에 빠진다고 해석했다. 파트별로 사업이 나뉘어 있더라도 대표이사가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면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2조9호 가목의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경우 ‘전권 부여’에 방점을 찍었다. 검찰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라는 사실만으로는 경영책임자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경영대표자 등에게 조직·인력·예산과 의사결정권을 모두 위임받은 정도까지 됐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장소장·공장장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중대재해 발생해야 형사책임
법조계 “월급사장 처벌로 그쳐선 안 돼”

경영책임자 처벌은 ‘결과 발생’에 초점을 맞췄다. 행위(안전보건 확보의무)와 결과(중대산업재해) 발생의 인과관계가 있어야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자체가 아니라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경영책임자가 부하 임직원에게 안전보건 조치를 지시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 처벌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검찰은 ‘관리 의무’를 강조했다. 검찰은 ‘관리상 조치’를 규정한 시행령을 근거로 경영책임자가 여러 차례 지시했는데도 부하가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한 단순히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모호하다는 일각의 비판은 ‘법률의 문언’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기각했다. 그러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할 것을 명시한 시행령 규정은 ‘현저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에서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예산’도 경영책임자가 예산편성 시스템을 구축하면 충분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방치했을 때만 제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중대재해 발생시 검찰의 유권해석과 비슷한 취지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경영책임자 해석과 관련해 지난달 22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는 형식적인 직위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월급사장을 처벌하는 것으로만 사건이 종결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핫바지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

사다리차를 이용해 공사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홍준표 기자>
▲ 사다리차를 이용해 공사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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