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3년 안에 20만 조직으로 거듭나겠다.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여성·비정규 노동자들의 대표 조직으로 성장하겠다.”

지난 22일 서비스연맹 22회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당선한 강규혁 위원장(54·사진)이 밝힌 포부다. 4·5·6·7기 임원선거에서 당선된 데 이어 이번이 5번째다. 지난 3기 임원 보궐선거에서 1년3개월가량 위원장을 역임한 것까지 포함하면 6선이다.

3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연맹 위원장으로 시간을 보낸 그는 “연맹의 마지막 위원장이길 바란다”며 “임기 내 산별체계를 꼭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맹 회의실에서 강 위원장을 만나 2022년 연맹의 목표와 계획을 들었다.

“사회적 대화 한계 존재하지만
노동기본권 없는 노동자에겐 유일한 돌파구”

- 5선 축하드린다. 당선 소감부터 듣고 싶다.
“조합원들에게 감사드린다. 다섯 번째 하는 만큼 다섯 배 더 열심히 하고, 다섯 배 더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서비스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다.
“면세점이나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점은 50% 정도가 해고될 정도로 고용불안 문제가 심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맹 조직은 더 늘어났다. 면세점 협력업체 3곳에서 800명 정도가 새로 가입해 현재 단체협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호텔업계도 매각되거나 폐업하는 등 계속 위기를 겪고 있다.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은 매각이 되고 재개발이 확정됐는데, 투쟁을 통해 ‘5년 뒤 호텔 재개업과 고용유지’에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최초 사례다. 산업은 다르지만 홈플러스도 폐점을 전제로 매각한 점포에 재입점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했다. 힐튼과 홈플러스는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 사업장에서는 패배감이 짙을 수밖에 없는데 승리의 경험과 가능성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지난 임기에서 중점을 둔 사회적 대화는 성과도 컸지만 한계도 존재했다. 플랫폼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자율협약 이후 실제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고, 택배노동자의 과로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는 최근 파업사태로 이행 과정에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플랫폼노동 사회적 대화는 전문가 중재로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기구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성장하고 종사자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가장 본질적인 고용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1기 배달위원회를 종료하고 이후를 모색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0여개 시민·사회단체까지 모여서 국민의 지지로 합의를 도출했는데도 사실상 과로사를 조장하는 부속합의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하고 있다. 합의의 당사자이자 중재자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정부도 손을 완전히 놓고 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노동운동은 노사정이 모여서 지혜를 모으고 10년, 20년을 바라보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최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진보정당이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양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사회적 합의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섭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 택배노조 파업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돌파구가 있나.
“CJ대한통운은 시간끌기를 하면 조합원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이참에 노조를 정리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지난해 8월 김포 장기대리점주 사망 이후 여론이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는 것 같다. 대선 국면이고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가 움직이지 않은 게 눈으로 훤히 보일 정도다. 마지막으로 호소할 수 있는 곳은 대통령이다. 하루빨리 대화를 마무리하라는 정도의 메시지라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2~3년 안에 업종노조 체계 완성하겠다”

- 업종산별 건설·강화를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우선 관광레저산업노조가 출범했고, 기업노조가 산별로 전환하고 있다. 둘째 교육분과는 예술강사노조·방과후강사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가 업종노조로 뭉치는 것으로 결의했고 이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 셋째 돌봄분과에서는 상급단체가 없는 전국돌봄노조가 연맹 가입을 추진 중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돌봄센터 소속 돌봄노동자 약 250명이 소속된 곳이다.

올해부터 분과를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현재 조직된 소산별 노조를 압도적으로 크게 키워서 원심력을 발휘하고 나머지 노조를 올려 태우는 방식을 병행할 계획이다. 2~3년 내에 7~8개 정도의 주요 업종노조 체계로 완성하고 대산별 우산을 씌울 거다. 사무금융연맹과 화학섬유연맹 해산으로 민주노총 안에 연맹은 서비스연맹·건설산업연맹·민주일반연맹·정보경제연맹 네 곳만 남았다. 서비스연맹도 하루빨리 연맹체계를 걷어 내야 한다.”

- 산업전환에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일자리위원회 유통산업TF를 구성해서 유통산업 야간노동 규제나 백화점 판매노동자에 대한 ‘온라인 이익공유’ 같은 유통 산업전환 관련 의제를 제안했다. 지난해가 의제를 던지는 수준의 대응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첫해가 될 거다. 연맹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서비스산업 구조조정 대책, 산업전환 대응 같은 의제를 내걸고 노정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유통뿐만 아니라 관광·스마트홈·모빌리티 등 영역까지 확대해서 산업전환에 대한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이에 맞는 투쟁을 업종별로 준비할 거다.”

- 일자리위 같은 서비스산업전환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는데,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연맹 정책질의에 ‘중립’ 의견을 밝혔다.
“일자리위에 이미 유통TF를 꾸린 사례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회의체계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한계를 내부적으로도 인식하고 있다. 연맹 내 노조의 요구를 모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내는 실질적인 힘이 담보돼야 한다. 업종별·분과별로 의제를 5월까지 정리하고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는 투트랙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업종노조 완성도 높이고
노정교섭 구조 만드는 게 목표”

- 향후 조직화 계획은.
“지난해 가전통신·택배·마트쪽에서 조합원이 많이 늘어 1만5천명 정도 증가했다. 현재 조합원은 11만명이다. 배달플랫폼지부를 5월에 독립된 노조로 띄우려고 준비 중이다. 지난해 1천명 정도였는데 올해 5천명의 조직으로 우리나라 대표 플랫폼노조로 만들어 나간다는 게 목표다. 마트산업노조 내 온라인 배송노동자의 경우 홈플러스 영남지역이나 이마트 네오센터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점적인 전략조직 단위를 선정해서 정책실·조직실·교선실·법률원 등이 참여하는 TF팀을 꾸리고 자금과 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여성·비정규 노동자들의 대표조직으로 성장하고 싶다. 8기 임기 3년 안에 20만 조직으로 간다는 게 내부 목표다.”

- 6월 지방선거 정치방침은.
“전체 진보정당이 분열해서는 안 되고 하나로 뭉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단일화 불발이 굉장히 아쉽다.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정당 단일화를 꼭 완성해야 한다. 당원들에 대한 의무다. 연맹은 지방선거에서 전환 대응을 위한 지역별 노정교섭 기구 마련, 필수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 재난지원금 확대 및 산재보험료 지원,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위원회 설치 및 처우개선 수당 지급, 무상 방과후 돌봄 및 교육복지 확대, 지방노동청 고용평등과(성평등 일자리정책 전담부서) 설치 등 6개 공통의제를 요구할 거다. 지역본부에서 지역별 의제를 추가할 거다. 또한 연맹에 진보당 당원들이 많은데 후보 출마를 통해 당선자를 만들어 보자는 게 목표다.”

- 2022년 연맹의 목표는.
“‘새 정부를 투쟁으로 맞이하자’는 슬로건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채택했다. 내부적으로는 업종노조의 완성도를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이 요구를 기반으로 노정교섭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2009년부터 위원장을 하면서 30대, 40대, 50대를 연맹과 함께 보냈는데 8기 3년은 산별체계를 완성하고 싶다. 또 민주노총이 좀 더 세게 중심을 잡아서 전체 진보정당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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