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대선에서 노동이 중심에 선 적은 없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노동 소외’가 두드러진다. 20대 대선은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3회에 걸쳐 대선을 바라보는 노동자 목소리를 듣는다.<편집자>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누구나 차기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불평등과 기후위기 해결이라고 이야기한다. 불평등과 기후위기는 그 원인이 구조적이고 오랫동안 누적돼 온 문제라는 점에서 단순한 공약 몇 가지로 해결될 수 없다. 한국 사회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대선판에서는 어느 후보가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가장 잘 제시하고 있는가는 뒷전이고, 오직 유력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방만 보인다. 이대로는 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덜 나쁜 사람을 찾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선택의 기준을 세우고 누가 더 적합한 후보인지 찾아야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두 가지 판단 기준을 제안한다.

첫 번째로 제안하는 기준은 ‘시장인가, 공공인가’다. 불평등과 기후위기 모두 시장 실패의 결과다. 코로나19를 맞아 세계 여러 나라가 대규모 국가 개입과 공공부문의 적극적 고용창출로 대응한 것에 비해 한국은 그 규모도 적었을 뿐 아니라 금융시장과 자본부양에 치우쳐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국가부채에 비해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났고 소위 K자형 회복이 현실화하고 있다.

시장의 실패는 ‘공공’의 강화로 해결될 수 있다. 시장을 보호하고 재벌·대기업 육성에 올인하는 국가가 아니라, 민생을 중심에 두고 필수서비스와 일자리를 책임지는 국가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주거 △의료 △돌봄 △교통 △사회보험 △교육 △문화예술 △통신 같은 기본서비스는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부문이 생산해 보편적으로 공급한다면 불평등이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다. 에너지·교통 등 온실가스 배출 관련 주요 부문에서 공공이 중심이 돼 재생에너지와 녹색-공공교통체제로의 전환을 선도해야 한다. 필수서비스와 기후 영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국가 책임하에 확대한다면 고용문제 해결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공공부문이 전면 개혁돼야 한다. 돈줄을 틀어쥐고 보수적 정책을 고집하는 기획재정부를 전면 개혁하고, 효율성의 논리와 관료 통제로 왜곡되고 있는 공공부문 운영이 민주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장과 기업 자유 확대를 우선하는지, 아니면 시장 실패를 해결하는 정부 역할 강화를 주장하는지, 정부의 역할이 금융 부양과 기업 지원에 있는지, 아니면 민생과 공공성 강화에 있는지가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

두 번째 기준은 노동을 배제하는 후보인가 아니면 노동의 권리 확대에 찬성하는 후보인가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항쟁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존중을 앞세웠지만 끝까지 밀고 가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중도 반단됐고 생활임금 보장, 민간 비정규직 고용규제로는 한발 떼지도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환멸을 느낀 청년들은 노동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코인과 주식투기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들이 노동에서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안정적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동의 권리를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 제한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제정에 누가 찬성하는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교섭하고 사용자에 대항할 권리를 누가 제대로 보장하는가? 제대로 된 추진 의지는 있는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이 두 가지 기준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후보가 궁금하시다면,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에 가셔서 사회공공성과 노동기본권을 중심으로 한 공공운수노조의 정책 질의와 공약 분석 자료를 참고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

더 이상 최악을 막아야 한다는 공포에 눌리지 말자.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가치가 힘을 얻는가, 어떤 방향이 더 커지는가가 더 중요하다. 시장이 아닌 공공, 노동 배제가 아닌 권리를 당당히 선택하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