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지난달 20일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자료사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

“거제도가 고향이 아닌 분들은 조선소 처우가 너무 나쁘니, 미련 없이 떠났어요. 평택에 반도체공장 건설하는 곳에 가면 절반이 대우조선 작업복 입고 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소에서 발판을 설치하는 김한성(52·가명)씨가 헛웃음을 지었다. “지난해에는 한 달 벌이가 170만원 수준이라 떠나야 할지 말지 계속 흔들렸다”던 김씨는 학창시절을 모두 거제도에서 보낸 데다 나이가 적지 않아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오랜 시간 침체됐던 조선소 현장에는 훈풍이 조금씩 분다. 김씨는 “지난해에는 일이 없어서 오후 5시에 마쳤는데 설을 기점으로 B코드(오후 6시 퇴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냐’는 질문에 그는 “희망사항이죠.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청업체에 소속된 김씨는 통상 주 5일, 하루 8시간을 일한다. 발판과 연결된 핸드레일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 그가 받는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이다. 10년 경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직종보다 임금이 높은 파워공이나 도장공, 물량팀 소속 노동자를 제외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대부분 김씨 상황과 유사하다. 낮은 처우로 인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지난 17일 발판을 만드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60여명이 시급 2천원, 일당 2만원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지회장 김형수)도 지난달에 이어 이달 22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안 민주광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인력난에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은 7년 만에 협력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생산직 채용을 하고 있다. 5년 이상 일한 협력사 노동자 자녀에게 대학교 학자금을 전액지원하는 복리후생 정책도 내놨다. 하지만 현장노동자들은 콧방귀를 뀐다. 두 기업 모두 경력 생산직 채용 규모가 두자릿수에 불과해서다.

윤용진 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차장은 “1만명 넘는 노동자가 일하는 공장에서 두자릿수 채용이 말이 되느냐”며 “희망고문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당 17만원 받는다는 이야기는 일부 물량팀 이야기고,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시급 수준 임금을 받는다”며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사람이 모이지 않아 조선사들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하청업체와 교섭을 통해 임금인상을 요구할 예정이지만, 원청이 나서지 않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올해 12개 협력업체에 새롭게 교섭을 요청했지만 벌써 교섭해태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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