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보건의료·돌봄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노동자들은 ‘영웅’ 칭호를 얻었다. 노동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보건의료 인력은 태부족이고 돌봄노동자들은 저임금·고용불안이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노동자 불안은 서비스 수혜자인 국민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대선후보에게 묻는다. 국민 모두가 안전한 의료돌봄서비스를 누릴 방안은 없을까.<편집자>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

지난 2년 동안 뉴스를 빠짐없이 장식했던 코로나19. 코로나19는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마스크 수요가 급증해 마스크 순번제를 실시하기도 했으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시행됐다. 거리 두기 방역지침이 생겨 음식점이나 카페를 마음껏 이용하지도 못했다. 2년이 지났지만 국민은 지금의 상황에 적응하거나 여전히 혼란스러워한다. 발생 초기 아수라장이던 모습과 비교하면 많은 것들이 안정을 되찾고 해결책을 찾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놀랍게도 병원 현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2년 동안 줄곧 터져 나왔던 얘기들이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간호사들이 부족해서 환자들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얘기, 병상만 마련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돌볼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얘기, 장시간 보호장구 착용으로 힘들게 일하고 있고 안정적으로 환자들을 보려면 감염병동의 간호인력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는 코로나19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존재하던 일이었고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것 뿐이라는 얘기, 간호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려면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법으로 정해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 간호사 1명당 환자수를 법으로 정하면 환자의 치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이미 다른 나라들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수를 법제화했다는 얘기들이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확진자가 급증할 때마다 각종 언론사들의 질문을 받았다. 병원현장의 어려움은 없는지, 인력문제는 해결됐는지, 간호사들의 심정은 어떤지 알고 싶다는 질문들이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금도 계속해서 받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답변은 정해져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 간호사를 구할 수 없다.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 간호사들이 사직하고 있다. 인력기준이 필요하다. 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확진자가 급증할 때마다 현장을 다시 조사하고 어려움은 없는지, 달라진 것은 없는지 파악하지만 여전히 해결된 것은 없었다. 새로운 것은 없는지 물어보는 기자들에게 같은 답만 되풀이하고 있을 때면 허무함과 상실감이 느껴진다. 실제 환자를 대면하는 간호사들은 오죽할까.

대선을 앞두고 각 당 대선후보들이 간호사들을 만났다. 간호사들의 헌신과 희생, 노고에 감사하며 합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모두가 얘기한다. 또한 간호사 1명당 환자수를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재연 진보당 후보가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후보들이 필요성에 공감한 것과는 다르게 실제 간호사 1명당 환자수 법제화 내용이 담긴 ‘간호인력 인권향상을 위한 법률(간호인력인권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잠들어 있다.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 보건복지위에 회부된 간호인력인권법은 의료법에 근거해 간호사 1명당 환자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으며 지역간호사 수급, 간호사 인권, 신규간호사 교육과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법안이다.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만큼 법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 또한 이미 확인된 내용이다. 대선후보들이 간호사 1명당 환자수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이 법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논의되고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합당하다.

간호사들의 희생과 어려움이 더 이상 이야깃거리로 소비되지 않길 바란다. 간호사들을 만나 방호복을 입어 보며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는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바라는 건 정치인들의 눈물이나 위로가 아니다. 간호사들의 현실을 홍보활동의 도구로 삼는 것도 거부한다. 우리가 바라는 건 간호사들이 안정적으로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고 있다. 더 이상 간호사들이 환자를 포기하고 병원을 떠나지 않을 수 있도록, 환자 곁을 지킬 수 있도록 대선후보들은 간호사들의 외침에 응답하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