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연맹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선릉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배달라이더가 화물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도, 영등포구 문래동 고가에서도 라이더들이 거리에서 스러졌다. 잇따른 사고는 안타까운 개인의 불행을 넘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건수를 채워야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적정 수준의 수수료 보장을 전제로 시간당 배달건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3.3% “사고 경험 있다”
유상종합보험 미가입 이유 89.4% “보험료 부담”

서비스연맹과 진보당은 2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배달플랫폼 안전배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안전배달제’란 지난 18일 배달플랫폼노조(준)가 출범을 알리며 제안한 것으로 시간당 배달건수 제한을 비롯해 보험가입·안전교육 의무화를 뼈대로 한다.

이날 연맹은 지난달 6~24일 배달플랫폼 노동자 614명을 대상으로 안전의식과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일주일 평균 수입은 78.7만원, 하루 평균 배달건수는 29.7건이었다. 10명 중 3명(29.8%)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주간 근무일도 ‘6일 이상’이 65.5%였다. 거칠게 요약하면 대부분 라이더가 매일 30건씩 10시간 이상 주 6일 일했을 때 한 달에 310여만원을 번다는 이야기다. 라이더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여기서 오토바이 보험료를 포함해 유류비·감가상각비 등도 처리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에 따르는 부담은 온전히 개인 몫이었다. 지난 1년간 오토바이 사고 빈도를 묻자 절반을 넘는 응답자(53.3%)가 1건 이상의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라이더는 응답자 77.4%였다. 나머지는 적용제외 신청을 했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오토바이 보험가입의 경우 비유상운송보험인 가정용오토바이 보험을 들거나(12.5%),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1.48%)도 경우도 있었다. 보장범위가 넓은 유상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10명중 9명(89.4%)이 ‘보험료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희종 연맹 정책실장은 “사고를 막으려면 단순히 배달수수료 인상만이 아닌 전체 제도설계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에 따라 정책협의회를 통해 안전배달제 제도화를 논의할 수 있고, 정기적 회의를 통해 기준 배달건수와 적정수수료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사회적 개입 가능해야”

시간당 배달건수를 제한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영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기술적·법적으로 제한을 해도 노동 진입이 자유로운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3~4개 플랫폼에 종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수 제한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소비자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건수 제한으로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하면 더 많은 인력을 모으기 위해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또다른 속도전이 양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작동하는 알고리즘에 안전개념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은 “알고리즘의 작동 구조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며 “위치정보 데이터와 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이 기업의 이윤 획득 기반으로서만이 아니라 안전관리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개입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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