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건설노조 전차선지부가 1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가철도공단이 위험의 외주화와 임금 중간착취를 방관하고 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철도 전기 장치인 전차선을 설치·보수하는 노동자들이 임금 중간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 전차선지부는 1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에 내몰린 전차선 노동자들이 임금마저 중간착취 당하는 현실이 드러났다”며 “국가가 전차선 설치·보수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중간착취가 판을 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부에 따르면 40대 전차선 노동자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경원선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임금 일부를 ‘중간 도급업자’측에 보내야 했다. 지부가 공개한 ‘7월 노무비’ 명세서를 보면 통장입금액 709만7천590원, 환급액 184만원이라는 내역이 기재돼 있다. A씨는 매월 80만원에서 210만원을 송금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일자리를 움켜쥐고 있는 중간 도급업자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차선 설치·보수 업무는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전기업체가 도급을 받아 수행한다. 전기공사업법 14조는 “공사업자는 도급받은 전기공사를 다른 자에게 하도급 줘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단은 임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체불e제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A씨 사례처럼 입금된 노무비를 환급받는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게 지부 설명이다.

이 같은 임금 중간착취는 전차선 업계의 기형적인 구조에서 기인한다. 전기업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자체 인력을 보유했다. 외환위기 이후로는 소속 노동자들과 계약 관계를 끝내고 일이 생길 때마다 노동자를 불러다 쓰는 관행이 굳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차선 노동자들은 일용직으로 전락했다. 그러는 동안 전차선 노동자를 공급하는 중간 도급업자가 생겨났다. 이들은 일이 생길 때마다 인력을 업체에 보내는데, 이들을 통하지 않으면 일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자연스레 전차선 업계에서 계속 일하려면 중간 도급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지부는 전국에 산재한 10여명의 중간 도급업자가 350명가량의 전차선 노동자를 700여개 페이퍼컴퍼니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1일 전기업체와 중간 도급업자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할 계획이다. 국가철도공단 앞에서는 불법하도급 철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공단 관계자는 “체불e제로 시스템으로 등록된 근로자에게 직접 노무비를 입금하고 있다”며 “입금 이후 개인 계좌에서 이뤄지는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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