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섭 국가공무원노조 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심의를 요청했다. 타임오프 한도에 대한 큰 변화가 예고됐다. 근로시간면제 한도 고시가 시행된 지 무려 8년 만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무원 노동자는 논의에서 빠져 있다. 공무원 노조에는 근로시간면제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2006년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지 무려 15년이나 지났는데도 타임오프 한도 설정은 고사하고, 전임자 무급휴직을 비롯해 노조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만 가득하다.

민간부문 노조는 19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정 당시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적용을 유예한 후 절충안으로 2010년 타임오프가 도입됐으나, 그 과정에서 공무원 노조에 타임오프 적용 여부는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21대 국회에도 장철민·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따라붙는 꼬리표인 ‘혈세 낭비’ ‘특수신분’ ‘국민 정서에 위배 된다’는 잘못된 믿음이 또 등장한 탓이다. 임용으로 특수신분을 취득하므로 단체협약으로 이를 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근로시간면제자가 늘어난 만큼 신규채용을 해야 하므로 인건비 예산이 늘어나 국고가 소진된다는 논리다.

단언컨대 타임오프가 도입돼도 무분별한 공무원 정원확대나 인건비 예산 증액은 없다. 조합원과 직원을 위해 활동하는 만큼 근로시간면제자의 업무를 십시일반 분담하지, 정원을 늘려 추가 채용하지는 않는다. 이미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직 등이 가입한 민간노조에서도 그렇게 운용하고 있다.

또 현행 타임오프 한도는 사업장별 또는 사업별 전체 노조원수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복수노조일 경우에는 조합원수의 증가가 없다면 총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노조 간 협의(보통은 조합원수 비율)에 따라 근로시간면제자를 배분하게 될 것이므로 그 수가 무분별하게 늘어날 가능성도 없다.

공무원 노조 타임오프를 무조건 민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전임자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타임오프와 관련된 각종 기준은 현실에 맞게 기준을 수정해 운용할 수 있다. 민간노조 기준은 정부·사용자·노조가 1:1:1로 구성된 경사노위 근로시간면제심위에서 논의되나, 정부가 곧 사용자인 공무원은 인사혁신처 내에 공무원노조 근로시간면제심의위를 별도로 설치해 구성·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공무원노조법은 죽어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었다면서 활동 제약 사항, 적용제외 규정만 줄줄이 열거해 놓은 ‘빛 좋은 개살구’ 법이다. ‘노동존중’을 강조한 현 정부에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후보를 배출한 대한민국에서 공무원들이 ‘노동기본권 보장’을 외치는 현실이 실로 부끄럽다.

이달 9일에는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공무원도 노동자고, 노동기본권 강화에 공감한다’는 원칙만 반복하는 앵무새 국회는 올해도 이대로 넘길 것인가.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 경사노위에서 민간 근로시간면제 한도 심의가 예고된 만큼, 이번엔 공무원노조법도 살아 움직여야 한다.

타임오프 관련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통과는 죽은 공무원노조법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국회는 정치기본권 제한, 쟁의행위 금지 등으로 손발이 꽁꽁 묶인 공무원도 근본은 ‘노동자’임을 명심하고 법안심사에 임하길 바란다.

2022년은 ‘노동존중’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노동자도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으며 살맛 나게 일할 수 있는 공직사회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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