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득별로 심화하는 건강불평등 문제를 개선·완화하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의료 확충을 우선 정책으로 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자리 잡았으나 정부는 재원 확보 등 후속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14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공공의료 확충 및 전달체계 개편 방안을 주제로 15일 토론회를 열어 의료정책 개선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10만명당 300명이다.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구조가 다른 집단 사이의 사망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연령구조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사망률을 의미한다. 연령 구조 외에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사망률을 살펴보기 위한 통계다.

서울은 260.8명, 경기도는 285.4명으로 평균보다 낮다. 반면 강원도(326.2명), 충북(328.9명), 전남(329.2명) 등 비수도권은 평균을 웃돌았다. 소득에 따른 건강 불평등도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기대수명 차이는 2004년 6.24살에서 2017년 6.48살로 0.24살 늘어났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서비스 공급이 구매력에 의해 결정되는 사익추구적 보건의료체계에서 의사·간호사·상급종합병원수 등 보건의료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해졌다”며 “병상의 적정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작은 규모의 병원은 과잉 공급됐고, 보건의료 자원의 수도권 집중은 심화했다”고 진단했다. 의료시스템 전반이 잘못 짜여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019년 기준 인구 1천명당 급성기 병상수는 7.14명으로 일본(7.7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적은데도 최근 우리는 중환자 병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전체 병상수의 10%에 불과한 공공의료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보편적 건강보험제도 형식과 전국적인 보건소 망은 완성됐지만 보장성과 계층·지역 간 형평성 달성에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모델 정립으로서 공공의료강화 정책이 아니라 정부정책을 공공의료 관점에서 재정립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두 교수는 15일 토론회에서 공공의료 전달체계 개편안과 의료공공성 실현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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