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 승무직종대표자회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차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열차 운전실 영상기록장치(CCTV) 설치·운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 평 남짓한 운전실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철도 기관사들은 영상기록장치를 인권을 침해하는 ‘감시카메라’로 규정했다.

운전실 촬영하는 영상기록장치 가동하나

8일 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궤도협의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영상기록장치 설치·운영과 관련한 철도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궤도협의회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토부 면담에서 철도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안에 입법예고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철도안전법 39조의3에는 ‘철도운영자 등은 철도차량의 운행상황 기록·교통사고 상황 파악·안전사고 방지·범죄 예방 등을 위해 철도차량 또는 철도시설에 영상기록장치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영상기록장치의 설치 기준과 방법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철도안전법 시행령 30조의2는 선로변을 포함한 철도차량 전방의 운행상황을 촬영할 수 있는 영상기록장치(전방촬영장치)와 운전실의 운전조작 상황을 촬영할 수 있는 영상기록장치(운전조작촬영장치)를 설치할 것을 규정한다. 그러면서 운행정보기록장치 등을 통해 철도차량의 운전조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철도차량의 경우 운전조작촬영장치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모든 열차에서 운행정보기록장치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운전조작촬영장치 설치·운영은 사실상 중단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코레일 국정감사에서 이 단서조항을 문제 삼았다. 철도안전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일탈한 단서조항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조응천 의원은 2014년 1명이 사망하고 83명이 부상한 태백선 열차 충돌 사고를 거론하며 영상기록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희업 국토부 철도국장은 “(시행령 개정은) 검토해서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감시카메라, 기관사 스트레스만 더할 것”

철도노동자들은 철도안전법 시행령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궤도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관사의 운전조작 상황은 운행정보기록장치를 통해 기록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방촬영장치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CCTV가 사고조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상기록장치가 기관사의 스트레스만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 신경이 쓰여서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교대근무 특성상 기관사의 정신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감시카메라 설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9년 궤도협의회가 철도·지하철 노동자 4천5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98%가 ‘감시카메라 설치가 기관사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문에 동의했다.

철도 기관사들은 감시카메라가 일터를 철창에 싸인 감옥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필용 철도노조 운전국장은 “기관사들은 손바닥 만한 좁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열차 운행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며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간이 화장실을 사용하고 그 옆에서 밥도 먹어야 하는데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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