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0대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지난달 30일 ‘국민과 함께하는 백만노동’이 공식 출범했다. 백만노동은 지난 6월 추진위원회가 결성될 때부터 노동계 주목을 끌었다.

10년 만의 귀환. 백만노동을 두고 하는 표현이다. 민주노총 옛 국민파(혁신연대) 세력이 10년 전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정치노선을 걸으면서 자연스레 노동계와는 거리감이 형성됐다. 그리고 2021년 지금 백만노동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 공유센터에서 강승규(64·사진) 백만노동 상임대표를 만났다. 강 상임대표는 민주택시연맹 위원장·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국민의당 노동위원장 등 당직을 맡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하다 2018년 바른미래당 창당과 지방선거 참패 뒤 결별 수순을 밟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연장 버금가는 정치 위기”
“10년 전 교훈 삼아 대중적 사회운동단체 준비”

- 백만노동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여의도 정치를 10년간 직접 들여다봤다. 정치판에서 왜 ‘노동’이 정치세력화가 안 되고 왜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노동 스스로 분화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지금 상황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버금가는 정치적 위기라고 봤다. 노동의 단결과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지난해 11월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백만노동 주축은 옛 국민파 세력 중 노동정치연대포럼을 구성했던 이들이다. 강 상임대표는 “예전에 함께한 동지들에게 우리가 잘못한 것을 돌아보고 비판받고자 했다”며 “그리고 더 큰 것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 정치권에 진출한 범노동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봤다”며 “당장은 함께하는 게 쉽지 않아 먼저 노동포럼이 선봉에 서자고 해서 대중적 사회운동단체인 백만노동을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만노동은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목표로 “정치세력화 이상으로 실력 있는 사회운동체, 자주적인 협동경제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 백만노동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정치연대포럼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나.
“노동포럼은 당시 이명박·박근혜 정권연장을 막겠다고 움직였다. 지금도 유사한 상황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다. 그때 실패를 교훈 삼아 백만노동은 출범 즉시 향후 10년 사업 구상에 착수했다. 전문적 체계적 투명한 활동을 위해 법인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중조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 미래비전10년특위, 조직강화특위, 사회경제대전환특위를 설치했다.”

“10년간 허송세월 반성”
“안철수, 정치하지 마라”

- 백만노동 참여 인사들을 보면 안철수와 떨어뜨려 볼 수가 없다. 왜 그와 함께했고 결국 결별했는지 먼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2012년 상황은 이명박에게 가장 큰 표차로 지고, 박근혜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당시 노동포럼은 2박3일간 깊은 토론을 했다. 이명박 정권을 경험한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아니면 노동은 말살될 것이란 위기감이 있었다. 민주노동당 해체와 통합진보당 분열 등 진보정당도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시 박원순 캠프에서 뛴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박 시장 당선을 보면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정당이 아닌 시민과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안철수를 선택하기로 결단했다.”

- 그랬던 안철수와 결별했다.
“처음 안철수를 만났을 때 좌파적 기질을 갖고 있다고 봤다. 그의 순수함을 믿었던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할 만큼 최선을 다했지만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2018년 바른미래당 창당으로) 점차 우경화했다. 보수화의 길을 찾았다. 심지어 보수로 가는 것을 집권을 위해서라고 했다. 사기당한 심정으로 고민했고 ‘여기까지’라고 여겼다. 안철수와 ‘노동 있는 민주주의’ 판을 만들려고 했지만 잘못 판단했다고 인정했고, 전국을 다니면서 동지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지금도 속상하다. 10년 세월을 허송세월했다. 그것을 토대로 더 큰 미래,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것도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 그렇게 결별한 안철수 대표가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한다. 소회는.
“소회랄 건 없다. 개인적으로 정치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그들의 본질과 속성, 내면을 본 사람으로서, 국민 앞에 겸손하고, 나를 세우기보다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알았으면 한다.”

- 백만노동이 대선을 앞두고 출범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번 대선에서는 대장동·고발사주 의혹만 난무하고 노동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높다.
“그렇다. 지금 대선을 ‘차선 아닌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들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력을 되찾을지, 심화하는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 노동의제가 실종된 것에는 조직 노동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미조직 노동과 여성·청년·노인 등 불안정 노동을 의제화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익 존중과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재명, 노동 있는 민주주의 실현 후보”
11월 말 이재명 캠프와 정책협약 추진

- 백만노동은 이재명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이재명 후보가 정치하기 전부터 아는 사이다. 인권변호사로서 택시파업으로 인한 연행자 석방에 도움을 줬다. 기름밥 먹은 소년공 출신으로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노동자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을 봤다. 경기도에서는 노동존중 정책을 실천하는 것을 지켜봤다. 백만노동 동지들은 노동존중을 최우선으로 하고,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함께하며, 약속한 것을 끝까지 지키는 후보를 이 후보라고 보고 있다.”

-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공과도 함께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이라지만 노동조건은 정말 열악하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과의 연결성이 대단히 취약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있지만 청와대는 노동과 연결하려는 것을 다 포기한 게 아닌가 싶다. 다음 정부는 노동과의 상시 소통과 조율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 준비된 정부가 돼야 한다.”

- 백만노동은 어떤 노동의제가 공약에 반영되도록 준비하고 있나.
“백만노동은 출범식에서 5대 비전, 10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10년 전에는 그런 준비가 없었다.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내부에서 노동의제화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한다고 본다. 미래비전10년특위에서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미조직·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화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자체 노동정책을 분석하고, 노동센터 모델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층 또는 야권으로 돌아선 25만 택시노동자를 염두에 둔 플랫폼노동위는 이미 ‘정책요금제 도입’ 공약 초안을 작성했다. 공약 반영을 위해 의제별로 이해관계자들과 연대하고 이재명 후보 캠프와 정책협약을 추진할 것이다. 택시 분야에서는 경선단계에서 캠프 관계자와 TF 설치를 논의한 바 있다.”

- 정책협약은 언제 추진하나.
“출범식에서 제시한 비전에 걸맞은 공약을 가지고 이달 하순 추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런 약속이 합의되면 내년 대선까지 백만노동 화력을 집중해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노조활동가 퇴직 뒤 갈 곳 없는 현실 타개”
“범노동계 단합 위해 연대와 소통”

백만노동은 내년 대선 직후 법인화를 통해 17개 시·도 지부를 포함한 사업체계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양대 노총 전·현직 간부 20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연내에 1천명을 목표로 전국 조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강 상임대표는 “노조활동가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정년을 맞는다”며 “상호연대하면서 퇴직 후 우리 스스로 일도 만들고 삶 속에서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고민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 지난 출범식에 이용득·신승철 노동광장 대표와 이부영 시민연대 대표가 참석했다. 범노동계가 단합해야 한다고 앞서 제기했다. 이들과의 관계는.
“백만노동 출범 전 옛 노동운동 선배들을 찾아뵙고 동의를 구했다. 정년 이후 어두운 삶을 밝히는 일을 제대로 해 보라고 하셨다. 범노동계를 다 모으는 일은 지속적인 과제다. 노동광장과는 소통과 대통합 구조를 계속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시민연대와는 박원순 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협력해 왔다. 백만노동은 두 단체와 대선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시민연대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까지 협력할 계획이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후속적으로 10대 과제를 열어 가는 전국적 사업을 끌어갈 것이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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