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노동광장이 지난달 12일 출범했다. <정기훈 기자>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마다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한창이다. 노동계 역시 ‘노동 있는’ 대선이란 목표를 갖고 각 후보 캠프별로 합류해 조직·정책 라인에서 뛰고 있다. 노동계 인사들은 어느 캠프에서, 무엇을 주장하며 뛰고 있을까.

이재명, 노동본부 통해 노동자 표심 공략

노동계 조직과 인사들이 가장 많이 합류해 있는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그중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3일 이재명 캠프와 노동계에 따르면 이재명 캠프에는 노동본부와 외곽조직, 싱크탱크 구성 등 조직·정책 라인이 체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노동본부는 이수진 의원(비례)·김현정 경기도당 평택을지역위원장·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3명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수진 의원은 한국노총 의료노련 위원장 출신이고, 김현정 위원장은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연맹 위원장을 지냈다. 양대 노총 전·현직 산별 위원장이 참여한 셈이다.

노동본부는 산하에 5개 본부를 두고 있다. 1본부는 비정규·플랫폼 노동 등 취약노동자 담당, 2본부는 한국노총 조직 담당, 3본부는 민주노총 조직 담당, 4본부는 외곽조직 담당, 5본부는 지역조직 담당으로 분류돼 있다.

김만재 위원장은 지난 1일 금속노련·연합노련·외기노련 등 한국노총 12개 산별과 지역조직 간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재명 캠프 참여와 지지를 선언했다. 한국노총 산별연맹 위원장 중에서는 첫 지지 선언이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전국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어 지역과 산별 조직을 잘 끌어올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한국노총 내 더불어민주당이 취약한 지역과 산별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에는 양대 노총 전직 위원장들도 합류하고 있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신승철·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이들은 노동본부 고문이자 캠프 차원의 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양대 노총 전직 위원장 함께 “이재명 지지”

이용득·신승철·김영훈 전 위원장은 외곽조직으로 분류되는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을 함께 책임지고 있다. 노동광장은 지난달 12일 공식 출범하면서 정책연대 대상으로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다. 이 후보가 노동자 출신이자 당선 가능성, 노동정책 추진력과 실천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노동광장은 ‘정책연대’를 지지의 선결요건으로 삼은 터라 “노동 있는 대선이 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태일 3법, 정치개혁법, 비정규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광장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노동정책을 마련해서 이 후보에게 직접 전달한 상태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와 활동가 100여명이 지난 6월 결성한 ‘국민과 함께하는 백만노동 추진위원회’도 크게는 이재명 후보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강승규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상임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추진위는 현재 서울·인천·경기·광주·부산·대구·울산에 지역본부를 건설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께 공식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는 조직 차원에서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개별적으로는 상당수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진위 관계자는 “공식 출범 시기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된 이후가 될 것 같다”며 “참여자 대부분은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동본부가 아닌 직능본부로 들어간 노동 외곽조직도 있다. 정용건 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사회연대포럼이다. 사회연대포럼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소속돼 있던 곳으로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사회연대포럼은 지난달 24일 이재명 후보와 복지국가, 노사정 대타협, 사회연대를 뼈대로 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노동전문가 싹쓸이한 이재명 노동공약은?

이재명 후보는 1천800명 규모의 정책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2022)를 갖추고 있다. 세바정2022 산하 고용노동분과는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가 위원장,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용노동 정책전문가는 사실상 이재명 캠프가 싹쓸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후보 캠프에서는 사람이 없어 못 구한다는 이야기마저 들릴 정도다.

세바정2022 산하 20개 분과 모두는 현재 정책공약 발굴을 완료한 뒤 캠프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분과 역시 50~60개 정도의 노동정책을 마련하고 캠프로 넘겼다. 하지만 캠프 차원에서 이를 보완하고 다듬는 작업이 남았다는 설명이다.

어떤 정책들이 담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추론해 볼 수는 있다. 세바정2022는 지난달 18일 출범식에서 ‘모두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 노동존중의 사회’라는 정책기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노동안전보건행정 구축 △일자리 차별 해소 △보편적 노동안전망 확립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기본권 보호를 대표적인 정책으로 제시했다.

세바정2022 공동대표를 맡은 이한주 가천대 석좌교수는 출범식 뒤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고민하고 있다”며 “적정한 소득과 격차해소, 연대소득 개념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공정수당 도입,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청년일자리 창출, 미조직 노동자 이해대변기구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노동정책은 사회적 쟁점화 여지와 함께 이해관계자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며 “세부적인 부분은 전문가를 모시고 간담회를 하며 다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낙연 지지 노동조직 눈길, 정세균은 사퇴

양대 노총 전·현직 간부 1만5천540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신복지노동포럼은 지난달 31일 이낙연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상임공동대표는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의원과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조준호 전 정의당 대표가 맡았다. 강석윤 관광서비스노련 위원장과 황인석 화학노련 위원장, 배강욱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박흥식 전 IT연맹 위원장 등 25명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조준호 상임공동대표는 생활ESG행동 상임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생활ESG행동 전진대회에 이낙연 후보가 참석해 “ESG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후보도 아직 노동공약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그 방향성은 신노동복지포럼을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포럼은 선언문에서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 노동의 확대로 인한 일자리 양과 질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실업부조와 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 강화 △고숙련 기술인력 양성과 평생교육을 포괄하는 새로운 직업훈련체제 구축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전면 시행과 상병수당·유급휴가제도 도입 △유아의무교육 보장과 돌봄국가책임제 시행 등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

이날 오후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후보직을 사퇴한 정세균 후보를 도운 노동계 인사도 적지 않았다. 양대 노총 전·현직 간부 1만명이 지난 7월16일 정세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을 역임한 심일선 개혁과통합을위한노동연대 상임대표와 강신표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 겸 전택노련 위원장, 오영봉 섬유유통노련 위원장 등이 주축이다. 정세균 캠프에 구성돼 있는 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심일선 상임대표가 맡은 바 있다.

정세균 후보는 지지선언 자리에서 △좋은 일자리 제공 △공정한 전환을 위한 룰 정립 △새로운 노동사회체제 구축 △노동시장 취약계층 회복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 해소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시대 신노사관계 체계 구축 등 신고용노동정책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사퇴 선언으로 정 후보의 노동정책은 빛을 못 보게 됐다.

박용진 선택한 ‘옛 스승’ 이수호 전 위원장
정의당 대선경선 본격화, 진보당 후보 선출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행을 택한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4명이다. 신승철·김영훈 전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 조준호 전 위원장은 이낙연 후보, 이수호 전 위원장은 박용진 후보를 각각 지지하면서 민주노총 지도위원직을 사퇴했다.

이수호 전 위원장과 박용진 후보는 사제지간 인연이 크게 작동했다. 이 전 위원장은 박 후보 대선출마 선언식과 전태일 열사 묘소 참배 자리에 함께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후보 지원 이유를 밝혔다. “1989년 신일고 시절 저는 전교조 결성을 주도하다가 구속됐고 3학년이던 용진이는 저를 돌려달라고 시위를 주도했다”며 “1991년 제가 국민연합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 또다시 구속돼 재판받을 때 대학교 2학년인 용진이는 증인으로 출석해 제 곁에 서 줬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젠 제가 용진이 곁에 있어야겠다”며 “용진이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 아니 우리가 함께 꿈꾸는 ‘정치혁명’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용진이 곁에 있겠다”고 말했다.

이수호 전 위원장을 비롯해 전직 전교조 위원장을 지낸 김귀식·이부영 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캠프로 갔다. 김귀식·이부영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교육계 대표 130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도 11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며 대선경선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 국민의힘 후보 공식 지지선언을 하거나 캠프행을 선택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인 활동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노동 유연화나 상시해고 자유를 담은 노동정책을 내놓고 노조를 척결 대상으로 보는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 인사들이 지지선언을 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유승민 후보가 지난 1일 한국노총을 찾아 간담회를 갖고 노동현안을 청취한 바 있다. 윤석열 후보도 15일 한국노총을 찾는다.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노동위원장이란 당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특정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지 않다.

정의당은 지난 11일 심상정·이정미·황순식·김윤기 후보가 등록을 마치면서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등 본격적인 대선경선에 돌입했다. 4명의 후보 대부분은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약속하고 있다. 진보당은 지난 3일 김재연 상임대표를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김 상임대표은 임금삭감 없는 주 4일제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신복지노동포럼이 지난달 31일 출범했다. <정기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신복지노동포럼이 지난달 31일 출범했다. <정기훈 기자>

“노동에 소극적인 여당 후보들, 참신함도 부족”
노동유연화·노조혐오 공세 국민의힘 대응 요구도

노동계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선전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중 아직까지 노동공약을 제대로 내놓은 후보가 없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세바정2022가 50~60개 공약을 추려 캠프에 전달했지만 언제, 어떤 내용을 발표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후보들 사정은 더 안갯속이다.

한편으로 여당 후보들은 노동공약 발표를 미루고 있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반노동 공약을 공세적으로 펼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노동의제가 쟁점화할 여지가 많고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선거에 도움이 되는지를 우선적으로 따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노동정책을 제안하며 대선에서 노동의제를 끌어내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65세로 정년연장, 주 4일 근무제, 비정규직 공정임금 도입, 산업안전보건정책위원회 설치,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골자로 한 노동정책을 발표했다.

이수진 의원이 이재명 캠프에 몸을 담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 공약은 아니다. 다만 일부 중복되는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노동공약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노동 있는’ 대선이 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정의당 대선주자 심상정 의원이 1호 공약으로 발표한 신노동법 제안에서도 비슷한 공약이 포함돼 있다. 심 의원은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Worker’s Law) 제정을 통해 비정규·플랫폼 노동자 등 취약노동자도 노동권을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 4일제, 연차휴가 25일로 확대, 생애주기별 노동시간 선택제, 비정규직 평등수당, 최소노동시간(주 16시간 이상) 보장, 성평등임금공시제, 최고임금제(살찐고양이법), 전 국민 일자리 보장제, 평생학습 자기개발계좌제, 산재사망 근절, 상병수당, 단체협약 확장제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노동의제를 상당수 담았다.

대선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선출된 이후의 과정도 중요하다. 최종 후보가 마련한 공약도 있지만, 별도로 당에서 준비한 공약과 경쟁했던 후보들의 공약까지 아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각 후보들은 대선경선 뒤 ‘원팀’을 강조하며 ‘용광로 선대위’를 약속하고 있다. 노동공약 역시 이 과정에서 덧셈과 뺄셈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여당 후보들이 노동에는 관심이 없고 노동공약을 준비했어도 참신함이 부족하다”며 “노동 있는 대선으로 가도록 적극적인 모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