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랜드하얏트서울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일하던 글로벌세일즈 디렉터(지배인)가 상급자에게서 일방적으로 업무배제를 당하고 업무상 재해 통원치료를 받으러 가지 못하게 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회사 매각 이후 괴롭힘 피해를 호소한 노동자는 인사 이동을 거쳐 다른 부서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메일 한 통으로 업무배제”

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2014년 10월 그랜드하얏트서울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A씨는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린다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2016년 최초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상급자가 두 번이나 바뀌고 고용노동부가 회사에 직장내 괴롭힘 관련 조치도 한 차례 내렸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A씨는 2016년 상급자 이아무개씨와 명함에 새긴 직책을 두고 갈등을 겪다 홍콩에 있는 아시아지사 부사장에게 해당 사실에 대한 메일을 보냈는데 이때부터 회사의 조직적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씨 퇴사 이후 후임으로 들어온 상급자 김아무개씨는 2018년 1월 A씨에게 이메일을 통해 업무배제 조치를 내렸다. 근무태만 등 회사에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로 거래처 고객과 전화나 면담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숙박 서비스가 정기적으로 필요한 기업과 사전계약 체결 같은 B2B 업무를 하는 A씨는 해당 조치로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A씨는 “구체적 이유나 근거에 대해 듣지 못했다”며 “출근해서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A씨는 미국 하얏트본사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 같은해 2월 39일 만에 업무배제 조치에서는 풀렸지만 사내 조사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그해 4월이 돼서야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개인 간 갈등’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A씨는 2019년 6월 업무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이로 인해 받던 치료를 상급자 고아무개씨가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고씨는 김씨 퇴사 이후 새롭게 상급자가 됐다. A씨는 교통사고 이후 허리·목디스크 증상으로 통원치료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서울강남지사는 같은해 8월8일 A씨의 요추염좌·경추염좌 등을 산재로 인정해 그해 7월23일부터 8월31일까지 요양기간으로 통지했다. A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병원에 갔는데도 근무지 이탈이라며 구두상 경고를 줬다”며 “인사부에 문의해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직장내 괴롭힘 진정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청 직장내 괴롭힘 일부 인정,
A씨 적응장애 업무상 질병 판정

노동부는 해당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은 A씨 진정 사건에 대해 “고씨의 직장내 괴롭힘 사실이 일부 인정됐으며 이에 대해 홍콩 아시아지사에서 서면 경고를 받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음을 확인했다”며 “지청의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이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사업장에 ‘엄중경고’하고 행정종결했다”고 밝혔다.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 노동법률사무소)는 “업무배제는 인사권 재량의 영역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줬다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산재 요양기간 도중 치료를 방해하는 행위는 사용자의 안전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2018년부터 불면·불안·우울감 등 진료를 받았는데 이후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지난해 10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상사와의 갈등, 업무 정지, 거래처와의 전화 및 미팅 금지, 반복된 퇴사 종용, 홍콩 법인의 자체 진상조사, 노동부 진정, 업무재배치 등의 일련의 상황들을 겪으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부서 옮긴 뒤에도 괴롭힘 계속”
사측 “사실 아냐” 전면 부인

하얏트그룹이 2019년 10월 그랜드하얏트서울을 보유하고 있던 서울미라마유한회사를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한 뒤 A씨가 일하던 글로벌 세일즈부서도 폐지됐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2명은 홍콩 아시아지사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A씨는 이를 거부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인사부로 전보조치됐다.

A씨는 부서이동 이후에도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본인의 경력과는 무관한 영어 동영상을 번역하는 업무를 시키고, 직원들은 누구나 가진 사내 시스템 접근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지난 7월 직장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한 상황이다. 서울서부지청 관계자는 “조사를 명령해 이번주 중으로 (사측에서) 조사 결과를 송부하기로 했다”며 “이를 검토해 직장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한다. 1~2주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A씨가 제기한 부당전직·부당강등 및 부당징계 구제신청 재심판정취소 소송 1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사측은 A씨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전면 부인했다. 사측은 2018년 업무배제 사건과 관련해 “당시 김아무개 부장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거나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 대한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상급자 고아무개씨 사건에 대해서는 “고 부장은 A씨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재요양기간 중이었음을 몰랐다고 했다”며 “고 부장이 관리자로서 A씨가 재해기간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히 배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서면으로 주의 촉구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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