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지난 13일부터 제조업 불법파견 문제를 개선할 제도개혁을 요구하며 전국순회투쟁을 한다. 노조는 대기업 제조업 사업장에서 불법파견이 없어지지 않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검찰의 소극적인 대응이라고 본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대부분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지만 검찰은 사업주 기소를 주저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이다. 한국지엠·현대중공업·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가 이를 증언하는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

2015년 7월 구미 아사히글라스 공장의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혐의로 회사를 고소했다. 6년이 지나 올해 8월11일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형사재판에서 일본인 대표이사에게 징역형 선고가 내려졌다. 제조업 최초의 사용자 징역형이다. 그러나 피해자인 노동자는 여전히 해고 상태다.

그런데 징역형이 나올 만큼 중대하고 명확한 사건을 놓고 왜 판결에 6년이나 걸렸을까? 검찰 때문이다. 기소를 맡은 검찰은 명백한 불법파견 증거를 놓고도 대놓고 어기적거렸다. 오죽하면 집권세력마저 검찰개혁을 역사적 과제로 삼고 범죄 앞에 단호한 것이 아니라 선택적 정의를 남발하는 검찰을 비판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여당은 법조인을 대선후보로 정했고 야당은 검찰총장 출신과 검사 출신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법파견 범죄를 대하는 검찰의 자세는 변한 게 없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 조사 과정에서 마주한 검찰의 모습은 기가 막혔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수사한 증거자료 5천쪽을 손에 쥐고도 딱 잘라 불법파견이 아니라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작성한 15쪽짜리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지 못했다. 검찰은 단순하게 도급인지 아닌지 형식만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제조생산 과정에서 원청의 지시와 관리가 이뤄져도 도급이라고 판단했다. 도급계약서가 있다고 해서 정상적인 도급인 것은 아니다. 회사도 바보가 아닌데 대놓고 불법파견을 저질러도 할 수 있으면 증거를 감추려고 노력한다. 이걸 알면서 가해자가 파견이 아니라고 했으니, 불법이 아니라는 검찰의 판단은 술병에다가 물병이라고 적어 놓고 술을 물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우리는 당시 대구지검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검찰은 도급과 파견 공부 좀 하라고 외쳤다. 그러나 검찰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사실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지 못한 건지 알고도 모르는 척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행히 검찰은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에 대해 불기소에서 기소로 입장을 바꿨다. 검찰이 알아서 바꾼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6개월간 싸웠기 때문이다. 검찰청 앞에서 6개월간 천막농성을 했고, 검찰청 로비점거까지 하며 검찰의 부실한 수사 결과를 세상에 알렸다. 그 결과 검찰은 재기수사명령을 내렸고, 결국 기소했다.

노동자들은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검찰은 불법파견이 명백한 사건에서 계속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불법파견이라고 수십 번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최초 징역형 선고는 이례적이다. 검찰은 아사히글라스 대표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기소는 했지만 결국 솜방망이 처벌을 선택했다. 검찰은 변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검찰은 불법파견에 대한 검찰 기준을 새롭게 세우기를 바란다.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건에서 검찰은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판단 결과로 인해 발생한 모든 고통은 온전히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떨어졌다. 다른 모든 사건이 마찬가지겠지만 검사의 판단은 사회 정의는 물론이고 수많은 개인, 특히 피해로 인해 좌절하고 고통받는 약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무게감을 고려할 줄도 모르고 살펴볼 능력도 없다면 검사석에 앉을 자격이 없다.

결과적으로는 기소로 입장을 바꿨다고 하지만 입장 변경에 대한 사과는 물론 없었다. 검찰은 잘못한 수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잘못한 수사로 지연된 시간에 대해서 우리에게 누구도 사과하거나 보상하지 않았다. 검찰도 잘못하면 사과해야 한다. 검찰은 무소불위 권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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