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0대 대선을 향한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선후보로 확정했다. 국민의힘은 2차 컷오프를 마쳤다. 정의당도 결선투표를 거쳐 심상정 대선 후보를 선출했다. 노동·진보진영 역시 분주하다. 거대 양당체제에 맞서 민중경선을 통해 제3의 세력으로 대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실에서 한상균(59·사진) ‘노동자·민중 경선 조합원 서명운동 추진본부’ 상임공동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을 맡고 있다.

- 근황을 소개해 달라.
“쌍용차에 복직한 상태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해 일을 하다가 못 하다가 한다. 법정관리 기간이라서 아픈 시간이 가고 있다. 시간을 쪼개 권리찾기유니온, 서명운동 추진본부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빨라지는 ‘대선 시계’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
“노동자 주변에 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낙제점”

-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낙제’다. 보수정당들이 권력을 바꿔 가면서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노동자 삶을 한국 사회 중심에 세우지 않고 주변으로 생각한다는 데에서 별 차이가 없다. 여전히 모든 것을 성장과 재벌에 우선하고, 그에 맞는 정책으로 귀결된다. 그 권력 중 하나가 문재인 정권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에 대한 후속조치가 전혀 안 되는데도, ILO 사무총장 선거에 나가 노동선진국을 전파한다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문재인 정권 5년 평가와 연동된 문제다. 이미 대선판에서 노동은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프레임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바로미터가 불평등 해소인데, 그 너머가 대선판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기득권 세력 대변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동을 주목할 필요가 없고, 주목할수록 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민주노총이 5개 진보정당과 함께 대선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했다.
“대선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하겠다고 각 당 대표까지 참여하는 기자회견은 했지만 후속조치가 밀도 있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다. 개별 진보정당들 간 분열과 갈등의 시간이 딱지 앉을 정도로 지났다. 이를 모두의 비전으로, 노동계급 희망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시간으로 전환하는 데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앞서 길을 내는 역할을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 민주노총 말고 이걸 주도할 세력이 없다.”

- 민주노총이 14일 대선방침을 결정하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연다.
“이번 중집에서는 각 진보정당의 (선거연대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고 조합원들에게 오픈하는 게 중요하다. 진보정치라는 대명제를 높이 들고 총파업 공간에서 정확히 우리 입장을 꺼내야 한다. 총파업으로 모아 낸 조합원들의 분노를 정치발전 계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각 진보정당들이 애매한 포지션을 계속 취하면, 예측컨대 서로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 상황이 최악이다. 그 최악을 막아야 한다.”

민주노총 중집을 앞두고 전·현직 간부들이 민중경선 연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노동자·민중 경선 조합원 서명운동 추진모임’이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민중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추진모임은 이후 추진본부로 전환했다.

- 왜 민중경선제인가.
“지금 경선에 대한 입장을 공론화하지 않으면 진보정당들은 각자 다른 길을 갈 것이 자명하다. 그들이 따로 갔을 때 노동계급 전체에 어떤 희망이 있나. 근로기준법 밖에 있는,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4대 보험에서 배제된 노동자 손을 잡고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 구호가 아닌 현실로 가능하게 해야 한다. 제 진보정당이 각각 대응해서는 존재감이 쉽지 않다. 결국 민중경선이란 방법을 통해 제 진보정당이 자기 의제를 갖고 와서 제대로 경연해야 한다. 제대로 된 경연을 통해 노동자 정치, 진보정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총 주도로 5개 진보정당 통 큰 합의해야”
200만 민중경선 통해 유권자 10% 득표 목표로

- 거대 양당체제에 맞설 유력한 길이 민중경선이란 건가.
“그렇다. 진보정당들이 이 테이블에 왔을 때 과연 손해일까. 손해를 따지는 것은 화석화된 생각이다. 그 생각에 갇힌다면 앞으로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거다. 촛불민중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귀결됐다. (대선 공동대응기구에 참여한) 5개 정당이 먼저 민중경선에 합의하고 촛불로 외연을 넓혀야 기득권 양당정치에 맞서는 분명한 대안이 생긴다.”

- 민중경선을 어떻게 치르자는 것인가.
“민주노총이 주도해야 하기에 제 진보정당들과 합의하는 게 먼저다. 진보정당들은 각각 더 가지고 있는 점이 있다. 정의당은 시민들의 지지를 더 많이 받고, 진보당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더 많이 조직돼 있고, 노동당·변혁당은 현장투쟁을 해 왔던 역사성이 있고, 녹색당은 기후위기에 대한 앞선 의제와 실천력을 가졌다는 장점이 있다. 그 장점을 녹여 내려면 경선의 유불리를 제안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 민중경선에서는 누가 투표에 참여하나.
“노동자·민중경선이기에 민주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빈민연합 등 민중진영과 시민·사회단체, 촛불시민 등에게 그 문을 열어야 한다. 그 문을 열기 위해 민주노총과 5당이 먼저 통 큰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민중경선이 온전히 성사된 적이 없다. 이번에 이걸 성사하면 직접정치의 큰 장을 여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70년 이어 온 기득권 정치에 파열구를 내는 다부진 출발이 아니겠나. 200만 경선이 필요하다. 그중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조합원들에게는 지금부터라도 노동자 이름으로 세상을 바꾸는 실천을 같이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 민중경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현재 유권자가 4천400만명이다. 그중 최소 10% 득표를 목표로 한다면 440만표다. 진보진영의 모든 역량을 끌어모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그 힘으로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갈 때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내일과 희망에 대한 투자이고, 계급투표의 첫 장을 여는 담대한 선택이다. 조합원과 촛불시민이 만나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진보정당 간 갈등의 시대를 희망의 시대로 체인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물론 시간이 마냥 늘어져선 안 된다. 이번 중집에, 늦어도 이달 안에 구체적인 결정을 내야 한다. 유불리를 떠나 빠르게 결정하는 게 좋다. 그것도 우리 실력이니까.”

- 민중경선제를 포함해 선거연대에 대해 진보정당과 후보자마다 입장차가 존재한다. 어떻게 설득해 하나로 모아 낼 수 있을까.
“그 입장차의 결이 다르지는 않다. 지금은 양당체제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안다. 여기에 계급투표를 이뤄 내는 전략이 맞닿으면 다 같이 할 수 있다. 큰 그림이 필요할 듯하다. 노동자·농민·소상공인이 바라보는 위기와 목소리를 경선을 통해 공통분모로 만들 수 있다. 기후대통령 연대나 다른 진보적 가치 중심으로 한 의제가 계급투표로 연결됐으면 좋겠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삼분지계로 대선과 지방선거·총선까지 정면돌파”
‘중간착취 없는 나라’ 노동의제 중심으로

- 민중경선을 포함해 노동·진보진영에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때 출마할 의향이 있나.
“민중경선 제안자로서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 내년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가는 선거연합을 말했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노동·진보정치가 가야 한다고 보나.
“가치·계급연대 그 다음은 집권전략이다. 천하 삼분지계다. 기득권 양당체제가 강화하면 민중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우리가 대안세력이 돼야 하는데, 우리 힘이 적어 투표로 연결이 안 된다. 삼분지계로 정면돌파해야 한다. (진보정당이 흩어진 상황에서) 법과 제도의 한계가 있지만 창당준비위 같은 방식으로 하면 각 정당의 이름을 갖고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면 총선 전에라도 진보정당에 대한 고민이 구체화되지 않겠나.”

- ‘노동 있는 대선’을 위해 어떤 의제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보나.
“이번 대선에서 중간착취 없는 나라를 구체화했으면 한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이 보장되는 사회를 이번에 반드시 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이 4대 보험 정도는 다 적용받아야 한다. 노동에서 핵심이다. 단체협약 효력을 전체 산업으로 연장하는 것도 중심에 둬야 한다. 노동시간단축도 구체적으로 제기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왔다. 주 4일제나 주 28시간제까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비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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