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부터 공동주택 경비노동자가 경비업무 외에도 택배물관리 같은 관리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경비노동자의 노동시간이 제한되고 임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입주민의 관리비 상승과 경비노동자 고용불안이 우려된다. 경비노동자와 입주민이 윈윈할 방안은 무엇일까.

핵심은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정부예산’
이남신(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장)
 

▲ 이남신(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장)
▲ 이남신(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장)

9월27일 ‘아파트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종사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2차 상생협약’을 맺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사업단·대한주택관리사협회·전국입주자대표회의 등 6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실무협의만 7차례 진행됐다. 겸직업무 범위와 감시단속직 문제 등 이해당사자단체와 정부부처 간 이견과 쟁점을 조율하는 것이 만만찮았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10월21일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시행령 발효를 앞두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올해 하반기 노동현안 중 하나인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을 핵심 과제로 하는 사회적 대화를 끈기 있게 추진해 만든 상생협약은 의미 있는 결실이다.

문제는 정부예산이다. 예산 뒷받침 없이는 상생협약 7대 실천과제를 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비업법상 경비원은 경비업무만을 하도록 돼 있지만, 전국적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업무의 70% 이상이 관리업무다. 이미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관리원이다.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사업단과 전국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간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도 향후 아파트경비원은 관리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리원은 기존 경비원과 달리 감시·단속직 노동자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보장받게 돼, 현행 근무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인건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인건비 인상은 입주민 관리비 인상으로 이어져 감원·해고 요인이 된다. 현실에 맞게 관리원으로 전환하려고 해도 고용불안 요인부터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생협약이 도루묵되지 않으려면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대제를 개편해야 한다. 상생모델 개발을 위한 아파트단지별 컨설팅 수행과 중앙정부의 고용안정 지원 예산 배정이 필수다.

노동부와 경비노동자사업단을 비롯한 상생협약 주체들 모두가 2022년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지원금과 컨설팅 예산 확보가 상생협약 이행의 담보조건임을 확인하고 노력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난항에 부딪혀 있다. 고용안정 예산 확보 없이는 대량감원이 현실화하거나 전근대적인 24시간 맞교대 근무체계가 그대로 온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상생협약 취지가 무색하게 된다.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다수 가입한 민주일반노조가 협약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도 고용안정을 담보하지 못하는 예산문제 때문이었다.

또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전국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컨설팅에 참여하도록 견인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컨설팅 결과를 수용한 아파트단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고용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원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도 더욱 적극적으로 현실의 바람직한 변화에 동참할 것이다. 상생협약 성패를 결정짓는 고용안정 및 컨설팅 예산 확보가 여러모로 중요한 이유다. 상생협약식에 참여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천준호 의원이 강조한 것처럼, 기재부가 어렵사리 합의한 상생협약 실천과제 이행을 뒷받침할 예산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2차 상생협약 핵심 키워드는 ‘고용 유지, 임금 유지, 관리비 유지’다. 경비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유지하고 입주민이 부담해야 할 관리비도 유지하자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시와 노동부가 아파트단지별 컨설팅을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이고, 내년엔 경기도가 예정돼 있다. 내년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컨설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아파트단지별 특성에 맞는 상생모델을 개발해 유형별로 표준화한다면, 수년 내 경비노동자 권익보호와 입주민 만족도가 제고되는 방향으로 귀결될 거라 확신한다.

이번 상생협약 취지에 맞게 일상적인 고용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1년 미만 초단기 계약 근절과 경비용역업체 교체시 고용승계 등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개선도 바로 추진해야 한다. 경비노동자가 폭행을 당해도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반인권적인 고용구조를 시정하지 않으면 애써 매듭지은 사회적대화 결실도 물거품이 된다.

지난해 5월 최희석 님이 입주민 갑질로 안타깝게 돌아가시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고, 입법 개정을 거쳐 2차 상생협약까지 오게 됐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권익보호와 고용안정이 마침내 사회적 과제로 공인받은 것이다. 이번 상생협약을 계기로 경비노동자들이 더 이상 고용불안과 입주민 갑질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노동인권 보장이 상생의 핵심 전제다.

 

노동자 여건 개선, 정부가 지원해야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수석부회장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수석부회장
▲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수석부회장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이 지난해 5월10일 새벽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 입주민이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괴롭히자, 이를 참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대책’을 내놓고, 그 후속조치로 올해 2월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관련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다. 개선방안은 승인 효력을 3년으로 제한하는 내용, 근로자가 정해진 휴게시간에 쉴 수 있도록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감시업무 외에 청소나 주차·분리수거·택배 같은 겸직 판단기준을 다음달 21일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시행 전에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에는 ‘경비원 등 근로자의 업무’가 규정돼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에게 적정 보수와 처우개선, 인권존중을 위해 노력할 것,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정부는 시행령으로 경비원의 업무를 ‘청소 및 이에 준하는 미화원의 보조, 재활용품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단지 입구 안내문의 게시 및 우편 수취함 투입,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범위에서 주차관리, 택배물품 보관 업무’만 수행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제한했다.

2007년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서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매년 5~25%의 임금이 인상됐다. 서민아파트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됨에 따라 입주자단체는 야간 수면시간에는 휴게시간을 적용해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다수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역할을 했다.

지금 체제로 휴게시간을 줄이고 하루 2교대 등을 하게 되면 시간외수당·야간수당·휴일수당 등 임금이 대폭 인상되므로 부녀회나 자생단체의 요구로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원감축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1일 24시간 근무제보다는 하루 8시간 이내로 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야간에는 CCTV 등 무인 시스템을 도입해 경비노동자들이 야간에는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입주자단체와 노동자단체, 국토교통부·노동부·경찰청 등이 7차례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상생협약을 마련했다. 지난 27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아파트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종사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상생 협약식을 거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천준호 의원 중재로 3주체가 10대 실천과제를 마련했다. 경비노동자의 업무 범위 현실화, 경비노동자에 대한 업무지시 체제 일원화,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한 공동주택 종사자의 거부 권한 명확화, 신체적·정신적 고통 유발 행위로부터 경비노동자 보호, 경비노동자 갑질 피해 방지 및 고용안정 등을 담았다.

경비노동자는 대다수 고령자이면서 사회적 약자이자 경제 약자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경비노동자를 가족처럼 대하고 휴게공간 확보 등 개선방안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국회·정부·지자체 등은 아파트 입주민들에게만 비용을 전가하지 말고 재정·행정력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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