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 전태일재단이 1일 오전 이소선 어머니 10주기를 맞아 연 ‘내가 너의 뜻을 이룰게’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전태일티비>

“유가족 운동은 자녀의 죽음을 둘러싼 규명작업과 명예회복 차원을 넘어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제도개선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사회화시킵니다. 자녀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국가와 제도적인 문제를 가해자로 지목합니다. 우리 사회는 유가족 활동에 많은 빚을 지고 있지만 유가족이 겪는 문제를 보지 않았습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 전태일재단이 1일 오전 이소선 어머니 10주기를 맞아 연 ‘내가 너의 뜻을 이룰게’ 토론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토론회에서는 유가족들의 사회적 활동에 담긴 의미와 활동하며 겪는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장남수 전국민족민주 유가족협의회 회장과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김혜영 고 이한빛 PD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고 김용균씨 어머니)가 참석했다.

국가에 의한 죽음을
국가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모순

전주희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국가가 은폐하거나 국가에 의해 발생한 참사에 따른 자녀의 죽음을 국가에게서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모순이 제대로 된 인정과 보상을 받을 수 없게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가는 참사로 인한 죽음을 국가책임으로 인정하면 정당성이 흔들리기 때문에,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만 사회적 죽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완료하지 않은 채 보상과 기념 작업 등으로 국가적 인정을 완료하려고 한다. 전 연구원은 “민주화보상법, 5·18특별법과 유가족 관련 보상제도, 세월호 특별법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까지 유가족 운동 과정에서 제정된 법과 제도들은 하나같이 진상규명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문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그럼에도 유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국가적 인정 과정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적 인정 없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가 가족의 의미를 축소하고 선별화할지라도 국가적 인정을 바탕으로 유가족과 운동사회가 기억을 둘러싼 투쟁을 지속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유가족 운동이 좀 더 나은 출발선에서 운동하기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 치유 위해 지지와 인정 필요

전 연구원은 유가족이 되며 감당해야 할 고통에 대해 대응책이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온몸으로 받아야 할 혐오 발언은 유가족이 감당해야 할 슬픔이 아니다”며 “유가족 치유를 위해 죽음에 대한 사회적인 지지와 인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가족에 대한 치료는 의료적 치료와 교정이 아니라 유가족으로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활동을 구축하며 사회적 의미를 찾아 나가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온 유가족들은 사회적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유가족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데, 유가족이 된 사람과 될 사람으로 나뉘어진다”며 “안전한 사회와 생명, 인권이 최고 가치인 사회로 만들기 위해 나서는 유가족을 바라보고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혜영씨는 “유가족이 조롱당하는 사회가 싫어 유가족·피해자라는 말을 한동안 쓰지 않았지만 한빛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유가족 정체성을 가졌다”며 “사회 전체가 언덕이 되는 연대가 있을 때만이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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