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평구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은평구시설관리공단 관리자 3명에 대한 시설관리공단 징계를 부당하다고 결정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괴롭힘 피해자는 서울지노위가 앞뒤 사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관리자 3명은 복직해 근무 중이다.

은평구청 감사에서 적발돼 공단에 통보
공단 중징계 내렸으나 노동위서 뒤집혀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관리자 3명은 2018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시설관리공단 부서장급으로 근무하면서 12건의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 밖에도 팀장 연봉을 과다지급하고, 여성보건휴가를 부적정하게 처리해 2020년 12월31일 각각 파면·해임·정직 징계를 받았다. 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7월께 은평구청이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와 징계권고를 통보받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을 징계했다.

그런데 서울지노위는 연봉 과다지급과 여성보건휴가에 대한 징계로 파면·해임·정직은 과도하고, 직장내 괴롭힘 혐의 12개 가운데 10개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3월23일과 26일 3명 모두 부당정직·부당해고로 판정했다. 현재 관리자 3명은 모두 복직해 원래 부서와 다른 부서에서 근무 중이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했던 노동자들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은평구시설관리공단노조 관계자는 “욕설은 없었지만 인격모독성 발언을 지속하고 경위서 작성을 남발해 업무 진행에 차질을 빚도록 한 가해자들의 행위가 전혀 인정되지 않아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업장 내 지위를 활용해 걸핏하면 경위서를 내라며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했다”며 “육두문자를 포함하지 않았더라도 위계를 과시하면서 사실상 제왕처럼 군림한 정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지노위는 직장내 괴롭힘 혐의에 대해 “지속성과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증언은 구체적이다. 증거도 있다.

노조 “욕설 없었지만 인격모독 상습적”
서울지노위 “구체성·지속성 없다” 판단

이곳 노동자 A씨는 “2018년 5월 개인적인 사정으로 발목 부상을 당해 업무가 어렵다고 보고하자 경위서 작성을 지시 받았다”며 “동료들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는 식으로 경위서를 작성해 갔더니 부상경위를 밝혀야 한다며 다시 써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A씨가 관리하는 사업장 내의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A씨에게 경위서 작성을 지시했을 뿐 아니라 지문인식 방식의 출근기록기를 건물 2층 관리자 사무실 앞에 설치하고 대면방식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A씨가 같은해 6월30일 토요일 휴일근무를 하면서 관리자 사무실이 아닌 건물 1층에 설치된 출근기록기를 이용하자 또다시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다.

A씨는 “일터에서 부끄러운 아버지가 (집에서) 아이에게 당당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사무실 안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벽을 보고 서 있으라는 모욕적 지시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노동자 B씨는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경위서 작성을 지시받기도 했다. 인격모독적 발언도 뒤따랐다. B씨는 “남자 성기를 운운하며 남자답지 못하다는 둥 성희롱 발언과 모독을 일삼았다”며 “수시로 사무실 내 회의실로 불러내 두세 시간씩 면박을 주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B씨가 녹취한 파일이 수건이다.

남자 성기 운운하며 “남자답지 못하다”
임신 노동자에 “엄마가 발라야 아이가 바르다”

여성노동자 C씨는 2019년 임신 기간 동안 막말로 인한 스트레스와 모욕감으로 유산과 조산을 각각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2019년 2월께 임신 기간 중 지각에 대해 경위서 작성을 지시받았는데, 이를 다음날 오전까지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결국 퇴근 시간 이후 경위서를 작성한 C씨는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유산했다.

C씨는 “해당 관리자는 수차례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출근하기가 두려울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그는 “해당 관리자는 ‘엄마가 발라야 아이가 바르다’는 식의 모욕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씨는 그해 5월 다시 임신했으나 비슷한 사건이 반복하면서 6개월 만인 11월 조산했다.

이런 상황은 2018년 이후 지난해 초까지 지속했다. 노조는 “관리자급 3명은 직접적인 욕설을 하진 않았지만 지속해서 인격모독적 발언과 고성을 일삼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사무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를 통제하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서울지노위는 “지속성과 구체성이 모자라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시설관리공단은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고 증언의 구체성을 높여 다시 징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자 D씨는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갖고 모함을 했을 뿐 아니라 경위서 재작성 지시도 반성문이 아니라 경위를 정확히 적으라고 요구했을 뿐”이라며 “이미 서울지노위에서 결론을 낸 만큼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