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에서 테니스장과 골프장을 관리하는 노동자가 고용노동부에 냈던 직장내 괴롭힘 진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분신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16일 공공연대노조 충북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교원대에서 일하는 시설관리 노동자 이아무개씨가 지난 8월14일 대학 체육관 창고에서 분신하려 했다. 휘발유를 바닥에 뿌리고 불을 붙이려다가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소속 근로감독관이 제지해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오른쪽 손가락과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이씨는 청주지청에 넣은 직장내 괴롭힘 진정 결과를 근로감독관에게 구두로 들은 직후 분신을 시도했다. 대학측은 이씨 분신 시도를 방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클레이코트를 보수하던 중 김아무개 체육교육과 교수로부터 테니스장을 평평하게 다지고 정리하는 롤러를 밀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전동 롤러는 망가져 있었고 수동 롤러는 구석에서 오랫동안 방치돼 있어 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씨는 사정을 김 교수에게 설명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는 6천280제곱미터(1천900평)에 이르는 코트를 500킬로그램이 넘는 수동 롤러를 끌며 보수했다. 이후 대학 총무과에 갑질신고를 했다.

이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질신고를 취하했다. 체육교육과 일부 교수가 사과 했고, 대학측에서도 교수들의 사과 의사가 있으니 취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육교육과 교수들이 행정실로 테니스장 관리 요구사항을 전송하면서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이씨는 교수들이 사실상 명령을 한 것으로 보고 다시 갑질신고를 했다. 대학은 부총장이 참여한 갑질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씨는 출석을 거부했다. 부총장이 김 교수와 함께 테니스동호회를 하고 있어 위원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위원회는 당사자 출석 불응을 이유로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 이씨는 청주지청에 또 진정을 넣었다.

청주지청도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교수가 행정실에 요구사항을 전송한 것은 업무상 적정범위라는 이유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양인철 지부 정책국장은 “이 일은 교수가 노동자에게 명령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행정실을 거쳤다고 교수의 우월적 지위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 정책국장은 “노동부에 이런 의견으로 다시 한 번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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