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계도기간을 부여하지 않고 다음달 1일부터 5명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전면적용한다고 밝혔다. 주 52시간제를 전면시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지만 갖가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도입한 상태라 실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기섭 노동정책실장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노동부에서 “7월이면 5~49명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며 “노동부는 근무체계 개편 컨설팅과 신규채용자 인건비 지원 등 지원대책을 충실히 실행하겠다”고 브리핑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제는 3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2018년 7월부터 적용됐다. 지난해 1월부터 50~299명 사업장에 적용해야 했지만 정부는 재계 요청을 받아들여 같은해 말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52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을 면해 줬다. 5~49명 사업장 적용 시기를 앞두고 재계는 다시 계도기간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실태조사에서 사업장이 주 52시간제를 이행할 여력이 있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5~49명 사업장 1천300곳을 조사한 결과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다는 답변이 93.0%로 높게 나왔다.

7월부터 5명 이상 사업장으로 제도가 확장되도 눈에 띄는 노동시간단축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갖가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근기법에 따라 5~29명 사업장은 근로자대표와 사업주가 합의하면 내년 말까지 주당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이 규모 사업장은 조직된 노조가 많지 않고 근로자대표도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사업주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노동부가 2019년 조사한 사업체 노동실태 현황에 따르면 해당 규모 사업장은 72만2천866곳으로 노동자 680만명이 일한다.

특별연장근로(인가연장근로) 제도도 노동시간단축 흐름에 역행한다. 애초 재해·재난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에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는데 지난해 돌발상황과 업무량 폭증도 인가요건에 포함했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주당 12시간(총 64시간) 특별연장근로를 더 시킬 수 있다. 2019년 신청 건수가 900건에 불과했는데 사유를 확대한 지난해는 4천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5월까지만 2천200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노동부는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를 비롯한 이 같은 노동시간유연화 정책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단축 현장지원단’을 가동한다. 기업이 요청하면 교대제 개편이나 유연근로제 도입·근로시간단축 해법을 알려 주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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