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배노조는 8일 오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2차 사회적 합의가 결렬된 직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임세웅 기자>

택배종사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가 2차 합의문을 내놓지 못했다. 택배 분류작업 인력의 규모와 투입시기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지난 7일 시작한 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의 ‘오전 9시 출근, 11시 배송출발’ 단체행동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분류작업 인력
“당장 투입” vs “1년 여유 필요”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는 8일 오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2차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다. 이날 합의문에는 분류인력 투입비율과 시점, 택배노동자 처우개선 방안, 택배산업 내 불공정 거래구조 개선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지난 1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받은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진다는 1차 합의 이후 이들 의제를 놓고 논의를 이어 왔다. 이날 회의에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고용노동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택배기사의 적정 노동시간에 대한 중간 보고서만 발표됐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15일과 16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결렬의 표면적 이유는 사회적 합의 참가 주체였던 대리점연합회 불참이었지만 실제로는 분류작업 인력 투입시기가 핵심 쟁점이었다. 노조는 2차 사회적 합의안이 도출되면 일정한 준비기간 이후 분류인력을 전면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류작업 문제는 더 이상 유예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했다. 지난 1월 사회적 합의기구가 맺은 1차 사회적 합의에서는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범위 △적정 작업조건 및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을 반영한 표준계약서를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택배사업자와 대리점·택배노동자가 올해 9월까지 표준계약서를 반영해 위탁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택배사는 과로사 방지조치 시행을 1년간 유예할 것을 요구했다. 단계적으로 분류 지원인력과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이유다.

택배노조는 결렬된 직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일부터 사회적 합의를 위한 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9일 오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진경호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숨져 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합의를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 파업 철회해야
합의기구 참여하겠다는 대리점연합회

대리점연합회쪽의 저항도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사회적 합의기구 회의에 불참한 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가 파업을 거둘 때까지 합의기구에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합의안 도출일을 하루 앞두고 노조가 파업(분류작업 거부)에 들어간 것은 노조의 의도대로만 합의하겠다는 것으로 합의기구 정신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조에 가입한 기사들이 일하지 않아 터미널에는 물량이 쌓였다”며 “일하는 기사들이 다칠 위험이 있고, 국민은 택배를 받지 못해 불편한 상황들을 고려해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는 택배요금 인상분을 과로사 방지 대책에만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2차 합의문 초안은 택배요금 인상분이 과로사 방지대책에만 사용된다는 내용이 없다. 참여연대와 한국소비자연맹, 민변 노동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들은 사회적 합의를 이윤 추구 도구로 이용하려 하는데 인상한 택배비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에 어떻게 사용할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 조사에 따르면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라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과 비교해 5월 택배요금을 강원·대구·경북지역에서 각각 150원, 155원, 172원 올렸지만 택배노동자 수수료는 8원, 6원, 8원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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