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25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상용차(트럭·버스) 고용·산업 위기에 정부의 산업정책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코로나19로 버스를 타는 승객이 줄면서 타격을 입은 곳은 버스회사뿐만 아니다. 버스를 만드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도 휘청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전북 완주군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주인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전주공장위원회 의장은 “외환위기 당시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1교대로 4만대를 생산했는데 지난해는 2교대로 만든 차가 3만5천대”라며 “상용차의 위기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버스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현대차 노동자들은 올해 초부터 한 달에 8~9일을 쉬는 부분휴업 중이다. 어린이집 셔틀버스로 주로 사용되는 카운티 생산라인도 다음달 2~3주 휴업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노사는 중형트럭도 시간당 생산량을 8대에서 6대로 줄이는 협의를 하고 있다.

수출은 줄고 트럭 수입은 늘고
위태로운 상용차산업

생산감소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전주공장에서 100여명의 인력이 현대차 울산공장과 남양연구소 등으로 전환 배치됐다. 현대차에 자리가 없어 일부는 광주의 기아차 생산라인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전주공장 생산량은 2014년 6만9천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생산이 줄어든 이유는 그만큼 수출이 감소한 탓이다.

주인구 의장은 “전주공장이 설립된 지 25년이 넘도록 미국과 유럽시장에 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하고 동남아시아와 남미에만 차를 팔았다”며 “새로운 시장 개척과 연구개발을 소홀히 한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럽차에 관세가 사라지면서 국내 상용차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자동차산업 구조변동도 상용차 시장을 흔들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 양산 체계를 갖추고 스위스로 50대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수소충전소 같은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수소트럭이 거리를 달리려면 5~10년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대형 상용차 95% 전북에서 생산
지역 도미노 위기 전에 “노사정 함께 해법 찾자”

현대차 전주공장뿐 아니라 타타대우상용차 군산공장이 위치한 전북은 국내 중대형 상용차(2.5톤 이상 트럭, 16인승 이상 버스) 생산의 95%를 차지한다. 상용차의 위기는 자칫 지역의 도미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전북지역에 상용차 부품업체는 386곳에 이른다. 지난해 전북 트럭과 버스 생산량은 2017년과 비교해 38.8%가 감소했다. 중국업체와 손잡고 ‘전기 트럭과 버스 25만대 생산’을 목표로 내건 군산형 일자리가 시작도 하기 전에 위태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금속노조 전북지부는 지난해부터 전북도와 정부에 상용차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25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용차산업의 위기는 전북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의 위기”라며 “중대형 상용차의 친환경차 전환에 대한 로드맵을 세우고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노정협의와 지역별 노정협의체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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