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화 간호사(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5월12일은 국제간호사의 날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들의 요구를 알리기 위한 실천행동이 있었다.

열악한 현실에서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사들의 요구는 소박하다. 간호사의 날을 맞이해서 요구 2가지를 얘기해 보려 한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대구에 있는 경북대병원이다. 대구는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1차 유행이 끝날 때 쯤 전국에서는 ‘K방역이 코로나를 막았다.’ ‘덕분에 챌린지’ 등 K방역을 칭찬하는 여론이 다수였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현장에서 근무한 간호사들은 “정말 큰 일 날 뻔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몸으로 막았다. 이번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간호사가 몸으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럽지만, 2번째 3번째 코로나19가 왔을 때나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닥쳐왔을 때 또다시 우리의 건강을 운에 맡길 수는 없다. 그리고 그때는 간호사들이 온 힘을 다하더라도 못 막을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환자를 봤던 간호사들의 99%가 일반상황보다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90%의 간호사들은 2배 이상 힘들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병동에서 직접 근무했던 나 역시 이 통계 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코로나19 병동에 중증도별 간호인력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현장을 잘 아는 간호사 의견을 반영해 마련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간호사의 손이 부족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생명이 위협받는다. 이것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최근 10년간 간호대 정원은 1만명대에서 2만명대로 두 배가량 늘었다.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37만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간호사들이 왜 이렇게 부족했을까. 면허 소지자 중 50%가 넘는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났기 때문이다. 왜 병원을 떠나야만 했을까.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1인당 환자를 많게는 40여명,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60여명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는 외국과 비교하였을 때 2~3배나 많은 수치다. 외국보다 우리나라의 간호사들이 2~3배 이상의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간호사 한 명이 많은 환자를 보면 국민 입장에서는 문제가 없을까? 아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줄어들면 환자의 사망률이 줄고, 재원일수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간호사가 많은 환자를 볼수록 환자에게 돌아가는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밥 먹고, 물 마시고, 화장실 가고, 아플 때 쉬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 놓인 간호사들은 환자를 보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간호사들이 이런 기본적인 권리를 포기하면서 환자를 보고 있다. 내가 만난 한 간호사는 화장실에 가지 못해서 만성 방광염을 달고 산다. 이렇게 기본권을 희생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봤지만, 넘쳐나는 업무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만큼의 간호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간호사의 건강이 보장돼야만 환자와 간호사 모두 건강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를 요구한다.

생의 시작인 출산에서부터 생의 마지막인 임종까지 간호사를 만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간호사의 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다. 우리 간호사들은 국민 곁을 지키고 싶다. 간호사들이 더 이상 병원을 떠나지 않고 남아서 일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함께하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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