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무직노동자 차별 해소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비정규 노동자 약 20만명이 정규직이 됐다.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이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한 뒤 정부는 지난해 3월 국무총리 훈령으로 공무직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차별 해소와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이런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을까.

가까스로 열린 임금의제협의회도 결론 없이 끝나

노동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중원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 공동본부장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중원 공동본부장이 속한 우체국은 지난해 식대를 1만원 인상하고 성과금도 5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올렸다. 성과라면 성과다. 그런데 이는 공무직위 활동 결과라기보다 이미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약속했던 것을 뒤늦게 이행한 측면이 강하다. 게다가 우체국 내에서 아파트전담 집배원과 상시집배원 같은 일부 직렬은 성과금이 120만원으로 인상됐다. 여전히 공무직 간 차별이 상존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대 노총은 28일 “성과 없는 공무직위”를 꼬집는 기자회견을 했다. 양대 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100만명 넘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사용자인 정부는 지난해 차별을 해소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공무직위를 출범시켰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개선된 내용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은 노동계가 줄곧 요구했던 의제별 협의회의 하나인 임금의제협의회가 첫 회의를 한 날이다. 이날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났다. 임금의제협의회라고 하지만 어떤 내용을 논의할지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노동계는 차별적 수당을 해소하는 방안을 속도감 있게 논의하자고 했지만, 정부쪽은 공무직 임금체계와 임금수준 같은 문제를 폭넓게 다룰 것을 요구했다. 노정은 구체적인 의제를 정하지 못한 채 다음 회의만 기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차례 열렸던 공무직위 발전협의회가 별다른 합의 없이 논의만 반복하고 있는 것과 닮았다.

“연초 의미 있는 성과 없어 추진력 약화 우려”

이렇다 보니 노동계는 정부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주훈 민주일반연맹 기획실장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처우를 개선한다며 가장 어려움이 큰 민간위탁 노동자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미 달성했어야 할 명절상여금 같은 복지 3종세트 이행에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중원 공동본부장은 “정부가 노동계 요구에 떠밀려 논의에는 나왔지만, 문제 해결을 자기 책임으로 보지 않고 시간만 끌려는 의도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원체 범위가 큰 논의다 보니 뚜렷한 성과를 단기적으로 달성하는 게 어렵다는 측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20만명에 이르는 공무직 일반에 적용해야 하는 내용이라 쉽사리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양대 노총이 모두 포함돼 전문가와 함께 정부를 만나는 기구라는 점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준호 교수는 “공무직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점이 많고 비판받을 대목도 상당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협의체 자체를 만들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진전”이라며 “정부도 책임을 갖고 임해 노동계가 정부를 믿고 공무직을 설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쉬움은 분명 남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혹은 올해 초라도 예산을 수반하지 않는 비임금적 차별을 해소하면서 성과를 거뒀어야 동력을 이어 갈 수 있는데 이런 지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가 없어 추진력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노동계도 이런 대목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현중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헌신한 공무직 노동자를 간호 관련 자격증 유무로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쪽은 반박한다. 지난해 3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차별 해소와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 과정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무직위 관계자는 “노동계에서 진행 상황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논의 과정이고 아직 결론을 내지도 않았는데 출범 이후 약 1년이 지났다고 그 기간을 실패 혹은 성과 등으로 계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차곡차곡 ‘공무직 실태’ 점검 ‘큰 그림’ 기대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년간 실시한 각종 실태조사로 공무직 현실을 파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상원 공공연맹 상임부위원장은 “정부가 각종 조사를 통해 마련한 자료가 백과사전 수준이라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종 데이터와 연구용역 결과를 100% 공유하지 않으니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간의 문제는 있다. 공무직위 활동은 2023년 3월까지 이어진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동계가 우려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 기간 동안 공무직 임금을 정규직 80% 수준으로 인상하고 각종 수당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다.

이 때문에 공무직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중원 공동본부장은 “법제화로 공무직 신분을 보장하고 직제에 포함해 인건비를 줄 수 있도록 해야 앞으로 논의도 안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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