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순 공공운수노조 숙명여자대학교분회 부분회장

권순원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교수님이 재직하는 숙명여대에서 청소 일을 하는 최정순입니다. 2016년에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미화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는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중식비도 없었고 설·추석 떡값조차 없이 일했습니다. 노조에 가입하고 난 이후 학교를 상대로 투쟁해 지금은 최저임금보다는 몇 백원 더 높게 받고 있고, 점심 식대도 있고, 명절 상여도 만들어 냈습니다.

대부분의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용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이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걸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공약 중 거꾸로 가는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최저임금 1만원이 됐습니다. 2018년 높은 인상률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대를 한껏 높였지만, 바로 산입범위가 확대·개악됐고 이후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권에서 사라져 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매년 물가는 높게 오르는데 최저임금 인상은 멈춰 버려서 생활이 예전보다 팍팍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수님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맡고 난 2020년에 이어 2021년 최저임금 인상은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공익위원들이 어떠한 역할을 했기에 최저임금 인상이 추락만 하는 하강기가 됐는지 묻고 싶습니다.

교수님은 2016년부터 우리 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요구하며 싸우는 모습을 수없이 봤을 겁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교수님조차도 사용자들의 편을 들어 최저임금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도 상당히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잘릴까 봐 최저임금에 맞춰 달라는 요구도 제대로 못 할 겁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이들이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공익위원의 역할이 아닌가요?

공익위원 대부분은 최저임금을 경험해 보지 못한 교수님들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최저임금 결정할 때만 최저임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매일매일 생존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어찌 알겠습니까.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합니다.

교수님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보다 경제지표는 잘 알지 몰라도, 장바구니 물가는 우리 청소노동자들이 훨씬 더 잘 압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수입이 줄어들고, 빈부 격차가 더 심해졌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권순원 교수님! 공익위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는 정부지침 수행 위원은 아니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익을 위한다면 매일매일 생존을 걱정하는 다수의 사람들을 위한 위원이 돼야 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결정짓는 자리에 있다는 것의 무게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최저임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맞습니다.

2년 동안 역대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을 기록한 공익위원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2022년 최저임금 결정이 아니라 최저임금위원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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