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 <정기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년 대비 1.5%로 최저 수준인 점을 거론하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대선 공약도 상기시켰다. 반면 재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상률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노동자위원 “양극화 해소하려면 인상해야”

최저임금위원회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2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올해 첫 전원회의를 열었다. 전체 위원 27명 중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각 2명, 공익위원 1명이 기타 일정을 비롯한 이유로 빠져 22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위원들 대부분은 다음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다음 전원회의 때부터는 교체된 위원들이 참석한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위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제출한 최저임금 심의 요청서를 의결하고, 향후 일정을 비롯한 사안을 논의했다. 2차 전원회의는 다음달 18일 열린다.

이번 전원회의는 상견례 성격의 회의였지만 노사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쳤다. 노동계는 올해가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하는 마지막 심의인 만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지금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래 최저수준으로 오른 점도 거론했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 2019년 10.9% 올랐지만 지난해 2.9%, 올해 1.5%에 그쳤다. 남은 임기 중 공약을 지키려면 내년에 14.7%를 인상해야 한다.

이날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저소득층의 1분위 근로소득이 13.2%나 감소한 데 반해 고소득층의 5분위 소득은 오히려 1.8% 상승했다는 2020년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인용했다. “올해 경기 전망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연구기관 자료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이런 경제성장률과 더불어 소득 불균형·양극화 해소를 위해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계는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 억제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저임금 최대 부담주체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이 안정적 기조 속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모두가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회의는 이달 23일께 노동계 임금 요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2차 전원회의를 하기 전에 요구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인데 (민주노총쪽과도) 조율이 잘 돼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아직 (발표) 시기를 결정한 적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위 위원 구성에도 촉각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위 위원 구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위원들 대부분이 다음달 13일 임기가 끝난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 9명 중 임기가 만료되는 8명의 교체를 요구했다. 정부 추천으로 구성되는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표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이 재계 손을 들어주면서 지난해와 올해 인상률이 1~2%대에 그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익위원 유임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특히 지난해와 올해 역대 최저치의 인상을 주도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공익위원들은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위원 인선을 두고 양대 노총 간에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그동안 노동자위원은 한국노총이 5명, 민주노총이 4명을 추천해 왔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1노총 지위를 확보했다”는 이유로 올해 노동지위원을 5명 추천했다. 한국노총은 올해 4명을 추천했는데,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포함하면 5명을 추천한 셈이어서 양대노총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자위원 선정은 노동부 판단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한편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확대된 산입범위를 원점으로 돌리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공익위원 선출방식 변경·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노동자 가계생계비 명문화·장애인과 가사노동자에 최저임금 미적용 폐지를 비롯한 내용도 담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제도개선도 중요하긴 하지만 올해는 최대한 최저임금 인상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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