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2021년 4월5일자 12면에 권동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칼럼 ‘강순희 이사장에게 묻습니다’가 게재됐고,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더 쉽고 더 편리한 산재보상을 위한 공단의 노력’(4월13일 16면)이라는 제목의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가 강 이사장 답변을 재반박했습니다.<편집자>

강정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 강정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금속노조는 이달 7일부터 울산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에서 산재처리 지연 문제 근본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강순희 공단 이사장의 ‘더 쉽고 더 편리한 산재보상을 위한 공단의 노력’이란 기고가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13일은 노동자들이 한뎃잠을 자며 농성한 지 7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아침 선전전을 마치고 강순희 이사장의 글을 봤습니다. 산재노동자의 참담한 현실을 외면한 공단과 강순희 이사장에게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공단이 제대로 된 노력을 했다면 노동자가 산재 신청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렵습니까? 왜 근골격계질병 산재판정 기간이 평균 4개월 이상 걸립니까? 강 이사장은 공단이 매우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산재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하는 산재신청과 처리 과정 문제에 대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고질적인 산재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과 제도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강순희 이사장이 말한 질병 산재처리 기간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절차는 ‘특별진찰 결과 업무관련성이 매우 높음’일 경우에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2019년 업무관련성 특별진찰을 한 3천49건 중 ‘매우 높음’ 판정은 311건, 약 10%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2019년 전체 근골격계질병 산재신청 9천426건 대비 고작 3.2%입니다. 대단한 개선방안인 양 생색내지만 근골격계질병 산재처리 기간 단축 효과는 너무나 미미합니다. 강 이사장은 아직도 산재보험 행정의 실태와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단이 산재처리 신속성 강화 방안으로 내세우는 추정의 원칙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 사례는 367건에 불과합니다. 애초 대상 자체가 6개 상병으로 매우 협소한 데다,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현장 조사만 생략할 뿐 다른 질병과 똑같이 질병판정위 심의를 거칩니다. 판정까지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이미 골병이 들대로 든 노동자가 추정의 원칙 대상 상병과 다른 상병을 동시에 신청하면 그 건은 추정의 원칙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지역지사를 찾아가 상병을 분리해서 처리하면 되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지사장은 “그렇게 하면 산재 건이 여러 개가 돼서 사업주가 싫어하기 때문에 분리 처리는 안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난 2월 공단 본부는 보험가입자(사업주) 의견서 제출 기간을 10일 이내로 부여하는 것을 신속성 강화 방안이라고 내놨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 20조에는 “보험가입자는 10일 이내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반했던 법을 지키겠다는 것이 공단이 내놓고 있는 대책의 수준입니다. 더 우스운 것은 일선 지사에서는 이제라도 법을 지켜 처리하라는 본부 지침마저 이행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근 공단 울산지사는 현대자동차에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20일 안에만 제출하면 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또 얼마 전 현대차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산재신청을 했을 때 울산지사는 사업주 의견서 제출을 무한정 기다려 줬고, 현대차는 30일이 더 지나서야 의견서를 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강순희 이사장은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산재를 신청한 뒤 병가를 내고 치료받던 중 집까지 쫓아온 관리자에게 해고 통지서를 받은 노동자 얘기를 알고 있습니까? 산재신청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아 더는 병가를 연장할 길이 없어 결국 낫지 않은 몸으로 출근해야 했던 노동자의 이야기는 아십니까? 공단이 산재신청서를 쥐고 결론을 내지 않는 그 넉 달의 시간 동안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강순희 이사장은 왜 듣지 않습니까.

산재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사장이 노동자들에게 베푸는 호의가 아닙니다. 여태껏 ‘요양신청 후 7일 이내 결과 통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20일 이내 심의’라는 법을 지키지 않은 공단의 불법과 직무유기를 바로잡는 일입니다. 산재노동자의 생존의 권리, 치료받을 권리를 위해 공단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금속노조가 강순희 이사장에게 요구안을 던진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단 한 번도 노동자들에게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 강순희 이사장에게 지면을 빌려 다시 요구합니다.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과 재활을 통한 산재노동자 보호’라는 산재보험의 취지와 목적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산재처리 지연 문제에 대한 근본대책을 제시하십시오.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 농성장에서 답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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