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동희 공인노무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님. 지난해 10월8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공단을 노동복지 허브로 만들겠다는 말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공단의 본연의 업무인 산재노동자를 위한 제도개선에 대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고, 오히려 산재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은 더해만 가는 것 같아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신속한 산재처리 과정 문제입니다. 대체 산재신청과 판정을 받기 위해서 1년이 넘게 걸리는 지금의 현실이 정상적인가요. 이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도 아닙니다. 산재신청에 나서기까지 노동자들의 고통, 무급을 감수하고 생계를 포기한 그 불안한 상황을 대체 언제까지 지켜보실 건지요. 요양급여결정 지급 기한을 7일로 명시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은 사문화된 지 오래입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기간은 어떤가요. 법정 심의 기간인 20일이 아니라 45.7일이 걸리고 있지 않은가요. 2013년도에만 하더라도 14일에 불과했습니다. 도대체 공단의 인력과 능력은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가요.

신청 과정의 관문이 여전히 힘듭니다. 공단이 규정한 산재보험 초진소견서 양식을 여전히 요구하기 때문에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의사들이 산재보험 초진소견서 작성을 거부하는 현실에 좌절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아무런 미안함이 들지 않는가요. 초진소견서를 제출한 이후 산재가 승인되면 또 다시 요양비 청구를 하게 하고, 진료계획서를 내게 하면서 굳이 저 불편한 양식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게 하는 것인가요.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 진료기간이 명시된 진단서 제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많은 노동자들은 알지 못합니다.

산재 신청을 한 이후에도 어려운 것은 여전합니다. 왜 공단은 산재신청을 했을 때 사업주 문답서를 받고도 주지 않는가요.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사업주 문답서로 받고도 노동자에게 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각종 문답서 또한 작성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혹시 이사장님은 근골격계 질환 산재 신청을 했을 때, 노동자들이 작성해야 하는 문답서를 보신 적이 있는가요. 인간공학을 배우지 않으면 도저히 작성하지 못할 내용들로 가득한 질문서 말입니다.

산재승인 이후에도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는 부족합니다. 이사장님은 모르시겠지만, 모든 서류는 재해자와 그 가족이 발급받아서 제출해야 합니다. 얼마 전 공단의 산재판정을 받기까지 1년이 걸린 뇌출혈 노동자의 배우자는 그간 치료받았던 5개 병원을 직접 다니면서 요양비를 받기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코로나19 시국에 일일이 예약하고, 간병료 소견서를 써 주지 않는다는 의사를 설득해 가면서 말입니다. 공단에서 공문 보내고 처리하면 간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요.

정신질환으로 산재승인이 나도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몇 곳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노동자의 처참한 심정을 아시나요. 폐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아도 요양병원과 국립암센터가 비지정의료기관이라 다시 병원을 옮겨야 하는 불안감을 가져야 하는 현실을 알고 있는가요. 왜 비지정의료기관의 책임을 산재노동자가 짊어져야 하는가요.

산재승인을 받은 이후에 각종 비용청구는 공단에서 알아서 해 줘야 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가요. 승인 문자하나 통지해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현재의 시스템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건가요. 공무원연금공단처럼 최소한의 서류와 양식, 안내 내용을 첨부해서 보내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요.

산재판정이 나면 질병판정위 판정서, 위원별 심의의견, 재해조사서, 평균임금 산정서 같은 기본적인 서류는 공단이 함께 보내 줘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요.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제대로 아는 노동자가 대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요양비와 휴업급여가 어떻게 산정됐는지를 먼저 알려줄 수는 없는가요. 왜 노동자가 자신의 산재 신청이 어떤 이유로 승인·불승인이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나요.

공단의 잘못된 판정으로 소송을 내는 노동자도 많습니다. 산재인정 기준 합리화 문제는 수십 년간 제기됐던 것입니다. 가령 2020년 뇌심질환사건에서 공단이 법원에서 패소한 사건의 비율은 18.9%입니다. 출퇴근 중 또는 업무수행 중 사고지만, 공단이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불승인하는 사건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순 신호위반이 그렇게 비난받아야 할 범죄행위인가요. 2018년 이전의 공단 입장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에 대해 해명을 하신 적이 있는가요. 배달노동자와 같은 취약한 노동자를 배제하는 산재보험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노동복지허브 완성보다 산재노동자의 아픔과 고통에 귀를 기울이라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산재보험의 이념은 그렇게 출발했고, 공단의 존재 이유는 산재보험법 1조에 나오는 노동자 보호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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