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까지 지난 10년간 상승 곡선을 그렸던 15~46세 여성고용률은 코로나19 사태로 꺾였다. 지난해 노동시장에서 사라진 여성만 13만7천명이다. 남성 취업자 감소 폭(8만2천명)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이런 배경에는 돌봄공백이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학교와 돌봄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가족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쏠렸고, 이로 인해 일을 포기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한국노총이 4일 발표한 ‘2021년 직장내 성평등 조직문화 실태조사’ 결과는 또 다른 원인이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노동자에게 가족돌봄으로 인한 직장내 불이익 우려가 두드러지면서 일을 그만두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여성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총 여성본부와 중앙연구원은 공공기관과 항공사, 병원, 금융권 노조 남녀 조합원 61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가족돌봄과 성별격차를 조사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가족돌봄에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참여했다. 조사 결과 남성 40.2%와 여성 40.7%가 코로나19에 따른 가족돌봄을 수행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른 직장내 불이익 조치는 남성이 높았다. 기존 업무나 부서가 변경됐거나 고과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맡고 진급에 누락된 경험은 남성이 11.3%로 여성 8.8%보다 2.5%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가족돌봄이 지속될 경우 직장내 불이익을 우려하는 비중은 남성이 53.8%, 여성은 이보다 16.2%포인트 높은 70%로 나타났다.

장진희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직급이 높은 경우 실질적인 불이익(업무변경·낮은 고과평가·진급누락) 경험 비중이 높고 직급이 낮을 경우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여성은 실질적인 불이익 경험비중이 낮은 반면 불이익에 대한 우려는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남성 응답자는 주로 대리·과장급(55.9%)에 분포한 반면 여성 응답자는 사원·대리급(63.8%)에 분포했다. 최종 진급 기대치도 남성 응답자의 경우 46.6%가 ‘부장급 이상(부장 또는 이사)’이라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41.9%가 과장급 이하(사원·대리·과장)라고 답했다. 금융권은 이런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한국노총은 “직장내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민간부문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시행 확대와 가족돌봄으로 인한 직장내 불이익 금지 조치,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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