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지회

코스트코가 최근 슈퍼바이저·팀장 같은 관리자 직군에게 3년치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갑자기 고지했다. 시간외근로수당 체불이 법적으로 문제될까 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그런데 사측은 수당 지급 명목이나 규모·지급방법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수당지급 대상인 관리자 직군의 연장근로 기록이 없어 정확한 수당 규모도 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규칙·계약서 “연봉제 관리자 가산임금 미적용”
노조 “관리자로 보기 어려워, 임금체불 합리화하나”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트코는 슈퍼바이저·팀장 직급의 노동자들에게 “3년치 야간·연장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코스트코는 그간 연봉계약을 맺는 슈퍼바이저·팀장 직군에게 휴일·야간·연장수당과 같은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들이 관리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근로기준법 63조와 같은법 시행령 34조에서 규정한 ‘근로시간 등의 적용제외 근로자’인 관리·감독 업무와 기밀을 취급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코스트코 취업규칙에는 “슈퍼바이저를 포함한 그 이상의 연봉제 관리자는 시간외근무 및 휴일근무 가산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었다. 올해부터 “다만 관리감독자에 해당해도 별도 규정을 통해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코스트코 연봉제사원 근로계약서에는 “시간외등 법정수당은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른 적용제외 대상자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조항과 “근로자는 사업주의 정당한 요청이 있을 시에는 근무시간을 초과해 시간외근무, 휴일 근무 및 야간근무 할 것에 동의한다”는 조항이 있다.

노동자가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 동의했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이들 직군이 ‘근로시간 등의 적용제외 근로자’에 해당할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지회는 사측이 취업규칙에서 관리·감독자 범위를 과도하게 적용해 노조 가입을 제한하려 하고 시간외근로수당 미지급을 합리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혜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사측 주장대로 ‘슈퍼바이저·팀장 직군이 관리자여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번에도 줄 이유가 없다”며 “일반적인 수준의 업무부여, 스케줄배치 이상의 인사권과 평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근로기준법 63조에서 규정한 지급제외 대상 관리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슈퍼바이저·팀장에게 시간외근무수당을 주지 않은 사측이 불법행위 논란이 일 것으로 우려해 뒤늦게 봉합에 나섰다는 얘기다.

사측 “처우개선 위해 지급”

지회는 슈퍼바이저·팀장에 대한 임금체불 금액을 수백억원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연장·야간수당이다. 휴일수당의 경우 대체근무로 갈음해 지급해 왔다. 이마저도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점포마다 차이가 있지만 코스트코의 한 지점에는 일반적으로 사원(200여명)·슈퍼바이저(40~50명)·팀장(10명 이내)·부점장(2명)·점장(1명)이 배치된다. 오후에 출근해 새벽에 퇴근하는 MD(매장 진열) 부서는 야간근로도 발생한다.

충청도 지역에서 15년 이상 일한 슈퍼바이저 A씨는 “평일은 하루 1시간, 주말에는 3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하기도 해 매주 7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해 왔다”고 말했다.

2021년 기준 전국 코스트코 점포는 16개다. 따라서 지급 대상자만해도 900여명에 이른다. 임금채권 소멸시효에 따라 최대 3년까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노조가 체불임금 규모를 수백억원으로 추산하는 이유다.

사측은 노조에게도 수당 지급 사실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지회는 지난달 22일 사측에 “관리자 직군에게 3년치 미지급 수당 지급 예정에 관한 제보를 접수했으니 사과와 보상대책에 관해 노조와 협의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수당 지급 명목이나 내용에 관한 언급 없이 “관리자 직책에 대한 수당 관련 건은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한 당사 노력의 일환”이라며 “자극적인 용어 사용을 통해 위협성 발언으로 인식될 수 있어 유감”이라고 답신했다.

출퇴근 기록 없어 수당 규모 오리무중

사측이 최근 3년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알렸지만, 현장에서는 “지급하겠다는 야간·연장수당의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슈퍼바이저들은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한 하루 9시간 근무스케줄 외에 연장근무를 포함한 노동시간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직급의 관리자인 슈퍼바이저부터는 출퇴근 센싱(기록)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장근로수당이 어떻게 책정될지 노동자는 알 수 없다. 또 사내 통신망에는 최근 1년치 근무기록만 남아 있다.

경상도의 한 점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슈퍼바이저 B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사가 연장근무·야간근무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해 새벽에 퇴근해도 (수당이 발생하기 전인) 저녁 근무한 것으로 근무스케줄을 남겨 왔다”며 “주 평균 최소 2~6시간씩 연장근무했지만 부서에서 관리하는 근무스케줄 외에 기록이 없어 수당 책정 방식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점포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슈퍼바이저 C씨도 “수도권 점포는 최근 3년 동안 관리자 직군의 연장근무가 많이 줄어 왔다”며 “하지만 정확한 야간·근무수당 책정 내역은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준모 마트산업노조 교선실장은 “사측이 노조의 공문에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아 체불임금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 차원에서 사측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노동자들에 제대로 사과·보상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 없는 포괄임금이 단초 제공”

코스트코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수당지급 명목과 규모 같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임금체불 논란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처우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둘러대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불법논란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와 통화한 3명의 슈퍼바이저는 모두 3년치 수당 지급 정보를 얻은 곳이 모두 달랐다. A·B씨는 근무하는 점포의 관리자가 아닌 동료 슈퍼바이저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C씨는 상급관리자가 자신을 포함한 몇 명의 슈퍼바이저를 불러 개인적으로 고지했다고 말했다. 사내 통신망이나 게시판에 게시된 공지를 본 적은 없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사측이 ‘미지급 수당’혹은 ‘미지급 임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3년치 수당을 주겠다’고 알게 된 것이 전부”라고 입을 모았다.

코스트코가 앞으로 임금체불 논란을 피할 길은 없어보인다. 관리직이 연봉제를 적용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A·B·C씨는 “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제에 관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계약서에는 지급 제외 조항과 “연봉은 주휴수당을 포함한다”는 내용 외에 포괄임금제를 명시하는 문구도 없다.

조혜진 변호사는 “계약서에 명시된 표현들은 포괄임금을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내용이 아니다”며 “코스트코 근로계약을 포괄임금 계약이라고 볼 수 없을뿐더러 출퇴근기록도 가능하고 휴게시간과 근무시간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직군임에도 포괄임금식의 계약을 체결한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코스트코 사측 관계자들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통화에 실패하거나 문자메시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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