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식품노조

네덜란드 국적 악조노벨의 분체도료부문 한국법인인 악조노벨분체도료㈜가 작업 도중 재해를 입어 산업재해 요양 뒤 복귀한 노조간부를 두 차례나 징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차례 해고를 당했다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했지만, 또다시 정직 처분을 받은 것이다. 악조노벨분체도료는 분체도료·수지·페인트와 그 용기의 제조·판매를 하는 법인이다. 상시노동자는 120명가량이다.

요양종료 10여일 만에 징계위, 중노위 부당해고 판정

19일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2015년 7월 악조노벨분체도료에 입사해 분산공정 생산직 직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18년 10월 근무 도중 손가락 3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분산기에 쌓인 큰 칩을 치우기 위해 기계 덮개를 열고 칩을 쳤다가 롤러와 고정판 사이에 장갑이 말려 들어가면서 화를 당했다. 기계는 덮개를 열면 멈춰야 하지만 오작동으로 그러지 않았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아 2019년 3월까지 요양했고, 요양 종결 뒤에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다시 인정받아 지난해 1월30일까지 요양했다. 산재요양 기간 중인 2019년 12월에는 노조 악조노벨지회 부지회장으로 출마해 당선했다. 산재요양 기간이 끝나 지난해 1월31일 회사에 복귀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회사 복귀 뒤에 일어났다. 회사는 A씨가 복귀한 지 12일 뒤 지회에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구두로 통보했다. 지회가 반발했지만 같은해 3월 결국 해고됐다. 노동자가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직접 손을 넣은 것이 “재해예방을 위해 직원들이 반드시 준수하도록 규정한 규칙인 ‘생명을 구하는 규칙’(LSR)을 위반한 작업 수행”이라는 이유였다. 회사 상벌규정에는 ‘LSR에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며 국내법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 해고 수준까지 징계조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A씨는 작업을 도와 달라는 동료 노동자의 무전을 받고 작업을 도와주다가 기계 잠금장치가 오작동돼 재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사고는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고 LSR 규정 위반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항변했다.

노동위원회 판단은 회사와 달랐다. 지난해 6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가 A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인정하면서 A씨는 지난해 7월 복직했다. 당시 중노위는 “A씨의 비위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고 발생은 회사의 기계 오작동에도 원인이 있고, 회사도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매 분기 6시간 이상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했다.

“노동자 귀책으로 돌려선 안 돼”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A씨는 복직했다. 그런데 복직 뒤 회사의 반격이 이어졌다. 회사는 지난달 또다시 A씨에게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지회는 회사에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A씨가 산재요양 기간 중 부지회장에 선출돼 활동한 것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이다. 지회 관계자는 “회사는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비조합원보다 조합원들에게 과하게 징계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장에서는 LSR이 안 지켜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사고만 안 나면 징계하지 않고 쉬쉬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도 “이 문제로 너무 오래 끌어서 A씨가 정신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를 크게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회는 “회사가 A씨에 대해 부당해고에 이어 부당정직을 자행했다”고 항의하며 매일 오후 1시간 동안 서울 중구 네덜란드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안전 교육을 비롯해 회사가 할 일을 다 했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고 그럼에도 음주·약물 복용 같은 명백한 노동자 과실이 발생해서 사고가 발생했으면 징계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회사가 할 일을 하지 않고도)노동자 귀책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요양기간이 형식적으로 끝났다고 사규 위반으로 해고한 것은 요양기간 중 해고 금지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악조노벨분체도료쪽은 “담당자가 외근 중”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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