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해 말 당선한 양경수(44·사진) 민주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실망의 연속”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시기 방역이나 노동자·서민·자영업자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에서 전혀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인 모습이 아니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말 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근로기준법에는 분노를 표했다. 당선 엿새 만이자 임기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달 29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단식농성에 결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경수 위원장은 ‘2021년 11월3일 총파업’을 공약해 당선했다. 당선 소감에선 “준비된 총파업”을 강조했다. 양 위원장에게 ‘준비된 총파업’의 의미를 묻자 “조합원 100만명이 모두 한날한시에 일손을 놓는 파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파업을 준비하는 것이 한 해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파업의 최종 목표는 파업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요구가 관철된다면 한 해 동안 준비한 총파업을 그 전날이라도 중단할 수 있다”며 정부에 노동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양 위원장을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만났다. 양 위원장이 당선자 신분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한 날이다. 양 위원장은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후퇴 심각”

- 당선을 축하한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선거보다 높았다. 투표율 차이가 크지는 않았지만, 유권자가 많이 증가해 실제 투표자는 굉장히 많이 늘었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투쟁을 통해 우리 요구를 관철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뜻이 분명하게 나타난 선거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 비정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합원들의 염원이 반영된 선거 결과라 생각한다.”

- 당선되자마자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유가 뭔가.
“지금 산업재해 사망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고, 국회에서는 법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임기 시작 전이긴 하지만 민주노총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주노총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가장 먼저 몸을 대고 현장에서부터 투쟁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부가 제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면죄부’이고 ‘살인기업보호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정도로 후퇴한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차라리 하지 마라는 말이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 법안 제정 논의의 출발은 국민 10만명이 동참해 주셨던 국민동의청원 내용이어야 한다. 법리상 문제가 있는 지점이 있다면 일부 수정할 수 있겠지만 청원 내용이 담고 있는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투쟁 부르짖는 노동자는 없다”

- 총파업 공약을 내걸고 당선했다. 문재인 정부와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계획인가.
“노동자들과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관계를 설정을 할지는 정부에 달려 있다. 선택의 키는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 중에 무조건 투쟁을 부르짖는 사람은 없다. 저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어서 저항하고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정책 기조와 방향이 바뀌면 노정관계가 악화할 이유가 없다. 실제 파업의 최종 목표는 파업을 하지 않는 것이다. 100만명이 모두가 한날한시에 함께하는 총파업을 (한 해 동안) 준비하겠지만, 우리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그 전날이라도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전반적인 코로나19 대책이나 노동자 문제에 관점과 입장을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나.
“노정 교섭의 끈을 놓을 생각은 없다. 민주노총은 이미 60여개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그것을 중단할 생각도 없다. 다만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 같은) 사회적 대화는 조건이 훨씬 더 달라지고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반적인 국회 지형, 정부 태도, 우리의 정서 같은 것들이 조금 더 무르익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화는 이것에 기반을 두고 추후에 논의해야 한다. 지금이 사회적 대화를 할 거냐, 말 거냐를 가지고 논쟁하거나 고민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

- 고용노동부나 청와대가 만남을 요청한다면.
“노동부든 청와대든 정부가 만나자고 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에 코로나19 대책 요구 사안을 보내기도 할 것이다. 다만 ‘누가 먼저 요구하느냐’ ‘요구에 응하냐, 안 하냐’ 같은 대화 틀보다는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과 내용을 중심에 둘 생각이다. 우리가 먼저 만나자고 조를 생각은 없다. 대부분 임기 초에 노동부 같은 곳과 만남의 자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 당선소감에서 ‘준비된 총파업’을 하겠다고 했다.
“준비된 총파업이란 100만 조합원이 동시에 하는 파업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조직 내 논의를 통해서 의제를 확정하고, 파업의 시기와 상을 결정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바를 사회적으로 알려 내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 위원장으로서 투쟁 의지를 명확히 밝히고 준비된 의제와 준비된 총파업을 만드는 과정이 2021년 한 해 가장 중요한 사업일 듯하다. 전체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철저한 준비를 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을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다.”

- 조합원들의 참여와 국민의 지지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위원장이 명확한 투쟁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조합원들이 당연히 동의하고 동참할 것이라 생각한다. 위원장이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현장의 산별 조직·지역 단위 조직들과 직접 소통하고 대화하고 논의하면서 함께 마음을 모아 낼 것이다. 국민은 ‘또 파업이냐’며 우려하실 수 있지만 민주노총이 설정한 의제를 확인하면 동의하시는 국민이 많아질 것이라 본다.”

- 총파업에서 무엇을 요구하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제는 전태일 3법에 담긴 노동기본권·노조할 권리·죽지 않고 일할 권리다. 거기에 추가로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폭넓게 담아 내부에서 논의를 거쳐 의제를 확정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코로나19 위기 문제, 전체 사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의제가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보완해 나가야 한다.”

-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쟁이 가능할지 우려가 많다.
“많은 제약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주노총이 투쟁·농성을 하는 과정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코로나19가 전파된 사례는 없다. 민주노총은 이후에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최대한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투쟁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너무 과도하게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 것은 심각하게 보고 있다. 방역지침을 위반하지 않는 형식의 투쟁·모임까지 막아서고 있는 것은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단호하게 투쟁의지를 가지고 돌파하는 것도 과제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진보정당 단결 위해 최선 다하겠다”

- 내년 지방선거,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구상하고 있는 정치방침이 있다면.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단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현재처럼 진보정당들이 나뉜 상황에서는 힘을 집중할 수도 없고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다만 각각의 진보정당들이 동의했을 때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추진할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의제를 중심으로 투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시간이 한정돼 있는 시기인 만큼 어느 진보정당을 지지할 것인가에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노동자들의 의제를 투쟁으로 대선 국면에서 관철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민주노총 조직이나 진보진영 내에서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게 할 여지가 있다면 우리는 투쟁에 온 힘을 쏟아서 거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 총투표로 정치방침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나.
“지금까지 상층에서 단결을 도모하려 했지만 안 됐다. 이제는 어느 진보정당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가지고 투쟁하고 법안을 만들고 의정활동을 하는 정당인지, 현장 조합원들이 직접 옥석을 가려야 한다. 당장 대선에 나설 단일후보를 선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단기적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조합원들이 진보정당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정 정도 과정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정당들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정당들이 도드라지게 나올 것이다. 구체적인 방식을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만약 대선에서 전체 진보정당들이 단일후보를 내는 데 동의한다면 우리 조합원들과 진보정당 당원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전체 총투표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또는 상층 논의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 내는 등 다양한 경로가 있을 것이다.”

- 민주노총은 올해 사회적 대화 참여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갈등 치유 방안은.
“전체 조합원들 사이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긴 했지만 그것은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목표를 만들어 가는 경로·과정의 차이다. 우리가 목표하는 바는 같다고 생각한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자신의 주장과 다른 의견을 표현했던 것은 얼마든지 하나로 모아 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당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이 투쟁에 반대하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모두가 다 함께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단결은 위원장 의지와 조직 내 노력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 찬성파를 비롯해) 입장이 다른 이들과는 자주 만나 진정성을 가지고 충분히 소통·대화할 생각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수 있는 공론화의 장도 만들 것이다. 간담회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여러 현장조직들과 토론하는 자리를 가지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론화의 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집행부 구성에 대한 구상은.
“조합원들에게 헌신하고 투쟁에 나서겠다고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찬성하냐 안 하냐가 간부를 인선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지엽적인 문제기도 하고 채용에 응하는 사람을 놓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규직-비정규직, 공동운명체로 자리매김해야”

- 비정규직 출신 당선자로서 비정규직 조직화나 연대투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저는 민주노총이 코로나19 필수노동자 투쟁을 비롯한 비정규 노동자 투쟁을 전면적으로 더 안고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 위원장이 비정규 노동자 투쟁을 직접 진두지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른 처지·조건에 처한 탓에 발생하는 감정의 차이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소통의 자리를 훨씬 더 많이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정규직들에게 양보를 강요하거나 정규직들이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고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비정규직들이 한 곳에 서서 싸워야 할 공동운명체로 자리매김한다면 많은 것들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직도 자기 가족 중 한두 명은 다 비정규직인 사회에 살고 있지 않나. 민주노총 대기업이나 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연대전략도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재원을 만드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방송국 설립이나 학교 노동인권교육 실시, 시·군 단위 협의체 구성을 비롯한 공약을 사업계획에 반영하고 예산 등을 조정하는 준비를 빠르게 하려 한다. 2021년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준비할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비대면 시대에 따라 노조활동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를 보면 청년·소규모 사업장 조합원이 줄어드는 추세다.
“청년과 소규모 사업장 조직률이 낮다는 건 그만큼 그 현장이 열악하다는 걸 방증한다. 아주 열악한 노동현장에선 오히려 노조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열악한 현장을 개선하고 노조를 통해 자기 현장을 바꾸도록 민주노총이 지지하고 응원하고 함께 손을 내미는 사업들을 반드시 해야 한다.”

- 한국노총과 연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어떻게 연대하겠다는 것인가.
“누구라도 먼저 제안해서 빠르게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면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이는 차이대로 인정하고 함께 도모할 건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한다고 해서 투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것인 만큼, 그 목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함께 논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 선거 과정에서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를 받기도 했는데.
“당연히 선관위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다만 언론들이 부정행위와 관련해 민주노총 선거를 완전히 부도덕한 선거인 것처럼 침소봉대했다고 생각한다. 예년의 선거와 비교했을 땐 오히려 경고 횟수나 부정선거 적발 횟수나 정도가 과하지 않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들에 대해선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반성해야 할 것이다.”

-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민주노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조합원이 100만명이라고 하지만 전체 노동자들에 비하면 5%도 채 안 되는 규모다. 물론 그 적은 수를 가지고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는 위원장이 되고 싶다. 민주노총 힘이 커지면 한국 사회가 바뀔 것이라 믿는다. 민주노총을 더 강하고 크게 키워 조합원 동지들에게 칭찬받는 위원장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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