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세가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강력하다. 3차 확산은 인구 다수가 몰려 있는 수도권을 강타하면서 관리도 쉽지 않다. 감염병 재난에서 언제 빠져나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사회 약자를 할퀴었다. 양태는 다양했다. 어떤 비정규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한 번 잃은 일자리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고용 방패로 쓰이며 소리 한번 못 내고 실직한다. 또 다른 플랫폼·특수고용·필수 노동자같이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비정규직은 과로에 목숨을 잃는다. 특히 택배노동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늘어난 물량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 사용자는 일은 시키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았다. 보호받지 못하는 무제한 노동에 택배노동자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노사정·전문가 100명에게 ‘2021년 올해의 주목할 노동이슈(주관식·중복응답)’를 물었더니 이런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대책을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했다.

플랫폼·특고·비정규직 노동대책 당면한 과제

노사정·전문가 100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49명이 주목할 이슈로 꼽았다. 설문 참여자들은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이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보호 대책·제도 마련으로 처우가 개선될지에 주목했다.

코로나19의 지속적 영향(41표)이 2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노동시장 위축” “코로나19 관련 의료 종사자 문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공동체 역할 분담” 등 관련 이슈는 다양했다. 항공업·제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발생한 구조조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대량실직 우려도 커졌다. 코로나19 확산이 지난해와 올해를 관통하고 있어 사실상 거의 모든 노동이슈가 코로나19를 비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안전보건 제도 개편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36표로 3위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고, 통과 가능성이 높아 한국 사회 산업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심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ILO 협약·개정 노조법 영향

4위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 노동법 개정(27표)이다. 지난해 10대 노동뉴스 조사에서 첫손에 꼽혔던 이슈다. 노사정·전문가들은 ILO 협약 비준 여부, 비준 뒤 노사관계 등이 새해 주요 노동뉴스를 장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수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포함해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올해 시행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 했고, 노조법을 개정하라는 요구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5위는 코로나19 이후 도입 필요성이 강하게 나타난 전 국민 고용보험(21표)이다. 산재보험 확대도 함께 포함한 이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용보험 지원예산을 늘렸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프리랜서와 자영업자 등에 대한 보호가 미흡해 가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논의가 무르익었다. 특수고용직 일부 직종 등을 고용보험에 포함하기로 법을 개정했지만 다수는 배제된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노동자를 비롯해 자영업자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6위는 소득·노동시간·정년 등 사회정책(20표)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물꼬를 연 기본소득 논의와 지난해 역대 최저 인상률에 묶인 최저임금 문제 등이 연결어로 나타났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극복하는 노동시간단축 문제와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한 이후 꾸준히 제기되는 정년연장 문제 등 전반적인 사회·노동정책에 대한 논의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태일 3법, 5·1플랜 이룰까

7위는 노동자 경영참여(8표)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집권 5년차에 접어들 때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대승으로 끝난 21대 국회가 개원한 뒤 노동이사제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역시 구체적인 논의까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공기관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최종 합의문을 통해 노동이사제 도입에 노정이 적극 협력한다고 하면서 법안 논의에 동력을 갖췄다.

7명이 양대 노총이 제도개선 요구 앞자리에 놓고 있는 전태일 3법(민주노총), 5·1플랜(한국노총)이 올해 노동이슈가 될 것이라고 꼽아 공동 8위를 차지했다. 전태일 3법(민주노총), 5·1플랜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들어 있으나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특수고용직 노조할 권리 보장이나 5명 미만 기업에 근로기준법 적용 같은 노동관계법 개정 요구가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일부 노사정·전문가는 기후위기와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택근무 보편화 등 외부 환경 변화(7표·공동 8위)에 주목했다. 특히 최근 지속했던 4차 산업혁명과 이로 인한 노조의 대응을 주목해야 한다는 예상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48표)’이 2위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지난해 코로나19와 노동법 개정 국면의 소용돌이가 컸다는 방증인 셈이다.

공동 10위는 임금체계 개편과 사회적 대화가 꼽혔다. 각각 5표를 받았다. 임금체계 개편 연결어는 ‘공공기관 직무급제’ ‘포괄임금제 개선’ ‘노동자 간 격차’ 등이다. 공공기관 직무급제는 올해 경사노위 공공기관위가 4월부터 2기 공공기관위를 출범해 논의할 주요한 안건이다. 같은 기관 내 노동자 간 임금격차는 물론이고 같은 공공기관임에도 규모에 따라 발생하는 임금격차 등 임금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건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지난해 있었던 것처럼 올해도 사회적 대화의 폭과 깊이가 주요한 노동이슈로 부각할 전망이다. 특히 사회적 대화에 대한 관심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여부에 쏠린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달 선거에서 양경수 집행부를 선택했다. 최초의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회적 대화에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10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택배노동자 김모씨의 죽음과 관련해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10월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택배노동자 김모씨의 죽음과 관련해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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