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대조립3부 사내하청업체에서 17년간 용접사로 일한 A(58)씨는 지난 6월 작업 도중 왼쪽 어깨 통증이 심하게 느껴져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고 회사에 6월15일부터 7월14일까지 1개월간 휴직계를 냈다. A씨는 복원수술을 받고 회복기간 등을 고려해 10월15일까지 휴직계를 추가로 신청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휴직 3개월 이상은 허용할 수 없다”며 징계위원회 개최와 출석을 통보했다. A씨는 “8월초 신청한 산재승인 여부가 곧 결정될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9월28일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A씨는 지난 10월29일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질병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A씨는 치료 이후에 돌아갈 곳이 없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산재 처리 지연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공개한 사례다.

노조 울산지부와 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오후 울산 남구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한정 지연되는 산재처리에 재해노동자와 가족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6대 근골격계질환을 겪는 노동자들의 경우 추정의 원칙이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산재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해 7월부터 발생빈도가 높은 6대 근골격계질환에 추정의 원칙이 도입됐다. 추정의 원칙은 신속한 산재보상을 위해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해 주는 방식이다. 학교급식 또는 회사 식당 조리원으로 일하는 노조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 조합원 2명은 지난 7~8월 회전근개파열 등으로 산재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승인 여부를 통보받지 못한 상황이다. 회전근개파열은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6대 상병 중 하나다. 양승렬 현대그린푸드울산지회장은 “2명 모두 9년 이상 근무해 적용기준이 충족되는데도 신속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처리 지연으로 불안감이 커져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데다 휴직계를 내면 월급이 보전되지 않아 생계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재처리 지연은 결국 노동자가 산재신청을 기피하게 만들어 산재은폐라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석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산재처리 지연으로 해고와 생계문제 등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결국 산재신청을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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