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파주시립예술단 소속 뮤지컬 단원들이 가해자들의 맞고소로 ‘쌍방 가해자’로 묶여 집단해고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직장내 괴롭힘을 구제해 달라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했다.

공공운수노조와 파주시립예술단 노동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사실상 업무지시 권한을 가진 가해자들의 갑질과 일상적 성희롱이 난무하고 여성인권은 물론 임산부 단원에 대한 모성보호가 열악한 고통스런 환경에서 일했다”며 “견디다 못해 파주시에 진정했지만 ‘성희롱 가해자’ 오명을 쓰고 직장에서 쫓겨났다”고 밝혔다.

노조는 “여성노동자 3명이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들이 연출자와 안무자에게 암묵적 권한을 위임받아 일반 단원에게 일상적으로 업무 지시를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이 안무연습 진행 중에 “애 낳고 오더니 골반이 잘 벌어진다” “너하고 벗고 있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남친이랑 뜨거운 밤 보냈냐” “남자 일로 지각하면 봐 준다”는 등의 성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지난 7월 파주시에 진정을 제기하자, 가해자들도 성희롱을 당했다며 보복성 진정을 넣었다. 파주시 성고충 심의위원회는 피해자 3명과 가해자 2명 모두를 성희롱 가해자로 판단했고 파주시는 지난 4일 이들 모두에게 징계해고를 통보했다. 연출자는 사임했고, 안무자는 모성보호 위반과 배임횡령 혐의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예술단원 A씨는 “어떤 이유로 성희롱 가해자로 인정된 것인지 물었을 때 담당 공무원에게 ‘성희롱은 민감한 부분이라 공개할 수 없고 종합적인 정황상 성희롱’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남성 단원과 위계관계로 인해 그들에게 성적 농담을 할 수 없는데 사실관계 확인조사도 하지 않고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파주시가 오히려 사건을 은폐, 왜곡하면서 심각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피해 당사자를 해고해 사건을 덮으려는 파주시의 행태를 시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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