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지 50년 만에 국가가 노동인권을 향한 그의 정신을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첫째 동생)·전순옥(둘째 동생)·전태리(셋째 동생) 등 가족과 최종인 전 청계피복노조 위원장 등 ‘삼동회’를 함께한 친구,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식을 가졌다. 무궁화장은 국민훈장(5등급) 중 1등급으로 노동계 인사로는 처음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50년이 걸렸습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라며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6·10 기념식 때 고 이소선 어머니께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을 추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당시 저는 고3이었다”며 “노동운동과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처음으로 눈을 뜨고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나중에 노동변호사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낀다”며 “노동존중 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우리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태일 열사의 유족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태삼씨는 “국민이 잊지 않게 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고, 전순옥 전 의원은 “대통령의 노동존중이 없었다면 새로운 노동의 역사를 쓴 이런 날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태리씨는 “오빠의 죽음에 의미를 심어 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겠죠”

이날 행사에는 전태일재단에서 제공한 <전태일 평전> 초판본(원제 :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과 전태일 50주기 기념으로 나온 개정판, 전태일 열사가 1969년 겨울부터 1970년 봄까지 작성한 ‘모범업체 사업계획서’ 사본이 전시됐다.

재단은 추서식에 앞서 강렬한 불꽃을 뒤로한 전태일 열사를 표현한 이태호 작가의 판화 작품<사진>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작품에는 전태일 열사와 함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수호 이사장은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그림 선물을 드렸다”며 “대통령께서는 그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추서식 뒤 가진 간담회에서 이수호 이사장은 “(2016년)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던 의미와 힘을 대통령께 위임해 드렸다”면서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노동존중 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 전태일재단


“50년 지나도 노동자 현실은 그대로, 귀담아야”

이날 추서식에 대해 노동·시민사회 일부에서는 전태일 열사 정신을 ‘박제화’하지 마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은 위선”이라며 “노동존중을 이야기하기 전에 대통령 집무실 서랍장에 처박아 둔 공약부터 다시 꺼내 보고, 단 하나라도 지켜라”고 요구했다.

이수호 이사장은 “이 같은 목소리는 전태일 열사가 근기법을 준수하라고 한 지 50년이 지나도 노동자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바로 우리 현실”이라며 “이런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전태일을 불러오고 함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태일 열사 유족과 전태일재단은 이날 추서식이 끝난 뒤 전태일 열사가 살았던 대구 남산동 옛집에 마련한 대구전태일기념관 현판식에 참석했다. 대구전태일기념관은 전태일 열사 친구들과 노동자·시민 모금운동으로 옛집을 매입해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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