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논란이 인 게임 일러스트·웹툰 작가가 사실상 퇴출된 것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업계 여성혐오와 차별적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게임업체, 이용자 부당한 요구에 동조하지 않아야”

인권위는 8일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장이 게임 관련 업체 7곳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내용에 따르면 게임업계에서 일부 일러스트·웹툰 작가들이 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하거나 지지를 표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업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사례들이 발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페미니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해당 글을 ‘리트윗’ 했다는 이유로 작업물이 삭제되거나 작업 의뢰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피진정인인 게임업체들은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사업자로서의 불가피한 판단이었다”며 “피해자들의 개인적인 신념이나 사상·정치적 견해에 대해 평가하고 그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한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기업의 중요한 목적이 이윤 추구라고 해도 기업의 이윤이 사회로부터 창출되는 것임을 고려할 때 소비자의 요구가 인권·정의와 같은 기본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 요구를 무시하거나 소비자를 설득·제재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도 사회구성원의 하나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혐오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이 관련 업계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게임산업에서 여성에게 불평등한 문화 우세”

인권위는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차별 관행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게임산업에서 여성에게 불평등한 문화가 우세하고, 성별 구성과 직종별 구성에서 여성이 소수자 지위에 있어 근로자 신분도 아닌 여성 창작자들에게 취약한 노동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8년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게임문화 산업 특정 성별영향평가’에 따르면 게임문화에서는 성별 고정관념, 여성 신체의 성적 도구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2018년 게임산업 종사자 성비는 남성이 70.1%, 여성이 29.9%라고 밝혔다. 게임 일러스트·웹툰 작가들은 대부분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작품을 납품하는 프리랜서 신분이다.

인권위는 문체부 장관에게 게임업계 내 여성혐오·차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게는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의 업체 선정기준을 개선하는 등 여성혐오·차별적 관행 근절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피진정인인 게임업체들엔 게임 사용자들의 여성혐오·차별 언행을 적극 방지하고, 게임 사용자들의 차별 요구에 따른 불이익 대우를 중단하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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