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공기관 노동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처럼 재난 위기관리 업무가 폭증한 기관은 과부하로 비명소리가 나온다. 반대로 한국공항공사나 철도공사처럼 승객 감소로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기관도 있다. 공공기관노조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1년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 공공연맹과 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코로나19 관련 공공기관노조 요구(안)’을 전달했다. 코로나19로 추가 소요되는 비용을 총인건비 예외항목으로 인정하고 사업비를 추가 배정하라고 요구했다. 여객·수송·교육·레저 등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에는 영업손실 보전 대책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공공기관 노조들은 코로나19로 기관 고유업무에 차질이 생긴 데 따라 공공기관 경영평가 목표치를 조정하거나 아예 평가를 1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코로나19 사태로 업무가 급증했다. 이달 9일 기준 공단 인력 672명이 정부 지원인력으로 파견됐다. 또 전국 487개 선별진료소 운영현황과 실태점검에도 공단 직원 330명이 동원됐다. 각종 실태조사도 공단 노동자 몫이다. 전국 1천435개 요양병원 종사자(간병인) 해외여행력 실태조사, 중국국적 요양보호사 6천290명에 대한 현황조사, 전국 5천472개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실태조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 대구·경북지역 전체 확진자가 제때 격리치료 병상에 배정될 수 있도록 기저질환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1천400만 가구의 소득기준 산정 업무도 맡게 된다.

그렇다 보니 출장비·숙박비·시간외수당과 휴일·야간근무수당으로 배정된 총인건비가 잠식상태다. 반면 공단이 수행해야 할 고유업무인 징수·급여조사·장기요양 업무는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상태로 경영평가를 받으면 최악의 등급이 나올 수도 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 종결시점까지 2020년 경영평가 계량지표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 상황도 심각하다. KTX 하루 이용객이 올해 1월10일 22만5천명에서 3월5일 4만5천명으로 무려 18만명이나 감소했다. 이 기간 광역철도 이용객도 145만명 감소했다. 2월23일 위기경보 심각단계에 들어선 이후 하루 평균 운송수익 감소가 58억원에 이르고 4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4천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재난 PSO(공익서비스의무·적자를 정부가 의무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해 코로나19로 과도하게 발생한 영업손실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코로나19 대응 등 정부정책 추진으로 재무지표가 하락하는 부분은 경영평가 때 감안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는 코로나19가 통제불능성에 해당한다며 보다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운영편람에는 기관이 통제할 수 없는 경영환경 변화(통제불능성 판단)시 공공기관운영위 심의·의결을 거쳐 지표를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