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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던 중 정년에 도달했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돼 원직에 복직할 수 없게 되더라도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계속 밟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다른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일 오전 해고노동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과 관련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에 돌려보냈다. 잡지발간과 공무원 교육사업을 하는 업체에서 일하던 A씨는 명령 불복·근로시간 미준수 등을 사유로 2016년 12월19일 해고를 통보받았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하며 원직복직 대신 금품지급명령을 요구했다.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고 A씨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회사는 중앙노동위 재심 직후인 2017년 9월19일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 규정을 신설했고, 이에 따라 A씨는 정년을 넘게 됐다. 개정 취업규칙 시행일 이전 입사자에게도 해당 취업규칙을 동일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A씨는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정년이 도래해 당연퇴직됐기에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2012년 판결을 포함해 그동안 대법원은 “해고기간 중 지급받지 못한 임금은 임금청구 소송 등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받을 수 있기에 중앙노동위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하도록 하는 것과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한 구제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위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시킬 뿐 직접 노사 간의 사법상 법률관계를 발생·변경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이행강제금과 형사처벌 등을 통해 간접적인 강제력을 가진다”며 “근로자가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미지급 임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서) 소의 이익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구제절차를 통한 실익이 없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종전 판결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더라도 그 후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구제를 받기 어렵게 돼 권리구제에 실질적인 흠결을 초래한다”며 “종래 대법원 판결을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태욱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해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간 부당해고 구제를 다투면서 정년이 도래하거나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이들에 대한 구제이익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돼 해고의 부당성 및 금전보상 여부는 아예 심리 대상이 되지 못했다”며 “대법원 판결로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노동위 본래 취지와 기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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