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 대표·경영학박사)

대상판례 : 대법원 2016.8.24. 선고 2015다253986 판결

1. 들어가며


최근 대법원은 요구르트 배달원인 J씨가 ㈜한국야쿠르트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지급청구 소송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 J씨 같은 위탁판매원들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근무상 어떠한 지시나 통제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는 등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요구르트 배달원과 유사한 지위에서 녹즙·생식 등을 배달하는 종사자가 적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업종 종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주목할 만한 판결이지만, 결론에 있어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부당한 판결이다. 과거 학습지교사(대법원 1996.4.26 선고 95다20348 판결) 등 소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근로자성에 관한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업무의 내용이나 수행방법 및 업무수행시간 등에 관해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점, 즉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근로자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의 법문에 비추어 부당하다. 근로기준법 제2조를 보면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인데, 이때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사용종속관계에서 제공하는 노동만을 ‘근로’의 개념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정신노동이나 육체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자는 모두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민법상 도급·위임 등 다양한 계약관계가 존재할 수 있어서 근로관계와 구별이 중요하게 되며, 법원은 그 구별 방법으로 ‘사용종속관계’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지 않은 개념 도구일 뿐 아니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됨에 따라 근로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고 있음은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법원 판결의 문제점

법원은 요구르트 배달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논거로 ‘근무상 어떠한 지시나 통제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는 등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법원 판결은 부당하다고 본다.

첫째 사용종속관계에 관한 법원의 입장은 주로 공장이나 사무실 근로자들에게 적합한 판단기준일지 모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서비스 관련 직종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예컨대 방문판매·배달·광고모집·영업·수금 등에 종사하는 노무공급자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들은 사무실 근무자들과 비교하면 구체적 지휘·감독이 없는 상태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있으나, 한편 이들도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없고(겸업 불가), 제3자를 업무에 대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적에 따라 급여가 변동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경제적 종속성과 보호 필요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둘째 근로자성 판단에서 위장 자영업자의 확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근래 확대되고 있는 서비스업종은 직무 특성상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약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법원이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사용종속성 지표로 근로자성을 판단한다면, 골프장 경기보조원이나 학습지교사, 레미콘기사, 특정 보험회사에 전속된 보험모집인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사업주는 독립 자영업자로 위장하려는 유인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보호 필요성이 높은 서비스업종 종사자들이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셋째 요구르트 배달원 경우에도 독립 자영업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장 자영업자’로 전환된 사례로 볼 수 있다. 2011년 고용노동부의 특수형태업무종사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국 요구르트 배달원수는 1만3천5백명으로 추정된다. 요구르트 배달원은 기본급 없이 ‘한국야쿠르트’사의 야쿠르트를 배달하거나 판매한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 형태로 지급받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80~100여가구에 음료를 배달하고, 그 후 노상에서 일반인에게 유제품을 판매해 월평균 140여만원의 급여를 지급받아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출퇴근시간과 근무 중 업무지시라는 측면에서 느슨하게 관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① 유제품 배달이라는 업무특성상 별도 지시가 없더라도 오전 일찍 업무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점 ② 매일 관리점(대리점)으로 출근해야 하고 계약체결 시점에 판매구역이 지정되는 점 ③ 관리점 내 게시판에 일정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업무내용을 지시한 점 ④ 매월 2회 정도 업무수행과 관련된 교육을 실시한 점 ⑤ 배달원이 업무수행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용종속성이 낮다거나 근로관계로 볼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독립 자영업자로서 성질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면 훨씬 부정적이다. 이들은 ① 하루 8시간 내외로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겸업이 불가능했던 점 ② 회사 로고가 적힌 작업복이 무상 지급되고 이를 착용해야 하는 점 ③ 수동카트를 무상 사용하거나, 전동카트의 경우 월 1만원에 임차하게 하는 등 사실상 작업도구의 부담이 없었던 점 ④ 제3자를 업무에 대체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독립 자영인으로서 특성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결론적으로 요구르트 배달원들은 유제품을 신선한 상태로 고객에게 배송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공정의 업무를 수행하고도, 단지 업무수행 과정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없었다는 이유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서비스업종 특성을 무시한 채 구체적 지휘·감독이 있었는가를 엄격하게 평가한 데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실제로 근로실태를 살펴보면 사용종속성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회사가 배달원들을 위장 자영인으로 취급했는가라는 점에 대한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을 품지 않았다.

3. 근로자성 판단의 새로운 접근방법

지금까지 법원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명령관계가 존재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존재한다면 근로자로,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 외의 특수형태종사자로 구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사용종속관계라는 개념을 사용한 판단방법은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종 확대라는 시장변화에 맞춰 법원의 판단기준이 변경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지금의 판단방법을 뒤집어서 반대로 적용하는 것인데, 독립 자영업자인지를 먼저 판단하고, 독립 자영업자로 볼 수 없다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독립 자영업자 내지 위장 자영업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근로자성 판단 지표 중에서 ① 겸업이 가능한지 ② 제3자를 업무에 대체할 수 있는지 ③ 작업도구 등을 부담하는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대상 판결은 이같은 경제적 종속성에 관한 지표들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면 특정 사업주에 전속돼 한 달에 200만원 내외의 급여를 받으며 살아가는 수많은 서비스업종 종사자들이 노동관계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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