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간 합병이 무산되면서 금융권 노동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4일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산은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산은의 수신기반을 확충하고, 재무와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등 체질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지주측도 우리금융 인수에 실패하면서 독자생존으로 민영화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위원장 강태욱)가 주장해 왔던 독자생존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지부는 잔칫집 분위기다. 지부 관계자는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우리은행지부(위원장 임혁)와 경남·광주은행지부 등 우리금융 자회사노조들은 ‘곰을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 됐다. 우리은행은 900여개의 점포 중 370여곳이 유력한 인수대상자로 떠오른 KB국민은행과 겹친다. 점포가 55개에 불과한 산업은행과의 합병보다 큰 폭의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임혁 위원장은 “산업은행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한숨 돌렸는데 더 큰 장애물을 만났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병권)는 발칵 뒤집혔다. 우리금융 매각입찰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어윤대 KB금융회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 왔는데, 설마하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6조5천억원의 부채가 있기 때문에 우리금융을 인수할 ‘실탄’을 갖춘 곳은 국내에서 KB금융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박병권 위원장은 “우리금융을 통째로 인수하게 되면 구조조정이 우려된다”며 “총력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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