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과 관련한 법령을 어긴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를 낮춰 주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무더기로 입법예고했다. ‘사소한 실수’ 같은 이유일 때 과태료를 감경해 줄 수 있다는 일반조항을 넣고, 위반횟수에 따라 과태료 부과액을 차등하는 방식을 취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이런 내용의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기간제법·파견법 시행령 등 17개 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로복지기본법·고용상연령차별 금지법·장애인고용촉진법 시행령 같은 근로기준 관련 시행령 개정도 적지 않았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노동위원회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도 과태료 감경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시행령 개정안은 대부분 2009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국민부담 완화를 위한 과태료·과징금 합리화 방안’으로 보고돼 지난해 11월 정비가 확정됐다. 기업이 활동하는 데 애로가 되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국가경쟁력강화위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구성한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의 제안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애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 맞게 시행령 개정안을 관통하는 내용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데 모아졌다. 이전 시행령에서 과태료를 2분의 1 범위에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그 자리에 조건을 충족하면 ‘감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또 ‘위반행위자의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 등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위반행위자가 위반행위를 바로 정정하거나 시정하여 해소한 경우’, ‘위반행위자가 사업여건의 악화로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등 추상적인 문구가 감경의 일반조건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의 경우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고시하지 않으면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는데, 사소한 부주의라는 ‘판결’을 받으면 과태료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위반횟수에 따라 과태료 금액을 적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계약 서류를 보존하지 않으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1차 적발 때 80만원, 2차 적발 때 150만원, 3차 적발 때 300만원으로 세분화됐다. 파견법상 사용기간을 어기고 고용의무가 발생했는데도 시정하지 않은 사업주는 최근 3년간 3회 위반 때 3천만원을 물어야 하는데, 정부는 개정안에서 2년에 3번을 어겨야 3천만원의 과태료를 내는 것으로 완화했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법 위반으로 피해가 클 경우 행정기관의 재량이 아니라 법률로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게 맞다”며 “법률의 집행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사업주들의 부담만 걱정하면 노동법이 유명무실해진다”고 비판했다.

한계희·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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