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양벌규정 완화를 담은 법안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아무리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났다 하더라도 사망사고부터 산업안전 관련해 산재가 OECD 국가 중에 제일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사업주의 처벌을 면해 줍니까.”(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이미 다 끝난 사항이거든요. 그래서 홍희덕 위원님 의견도 일리 있는 의견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은 나중에 달리 하기로 하고요.”(신영수 법안심사소위 위원장)
이렇게 혼란이 불거진 것은 환경노동위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법조사관의 얘기는 이렇다.

양벌규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18대 국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협의로 국회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끼리 논의해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렇게 합의된 법안이 340건에 달했다. 당시 합의된 법안에 노동관계법이 상당수 포함됐다. 2009년 8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이 대표적인 예다. 사업주 면책조항을 두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테면 근로기준법의 경우 ‘사업주가 법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그 계획을 알고 그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위반행위를 알고 그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위반을 교사한 경우에는 사업주도 행위자로 처벌한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대신 ‘사업주가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는 정반대 문구가 들어갔다. 노동부 소관법률 가운데 파견법을 비롯한 극히 일부 법안만 상임위 논의에서 발목이 잡혔을 뿐 대부분은 이미 통과됐다.

법 개정이 큰 둑을 무너뜨렸다면 이번 시행령 개정은 남은 둑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는 셈이 된다. 예컨대 일반경감원칙을 둬 구멍을 만들고, 횟수에 따른 차별로 또 한 번 구멍을 넓히는 식이다. 전체 과태료 금액을 그대로 두고 횟수에 따라 쪼개는 방식이 그것이다.

과태료를 올리는 사례도 있긴 하다. 기간제법의 차별시정 조항을 어길 경우다. 근로조건 차별을 시정하지 않으면 500만원을 물어야 하는 현행 법률을 강화해 1회 위반시 500만원, 2회 위반시 1천만원, 3회 위반시 2천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사업여건의 악화, 위반행위가 사소한 부주의일 경우, 위반행위자가 시정하거나 해소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경감할 수 있도록 했다. 위반횟수 산정기간을 2년으로 잡은 것도 과태료 부과의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입법예고 기간도 2월25일부터 3월4일까지로 8일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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