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활동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제도가 하나 있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이다. 2016년에 제도가 도입됐으나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업주들의 관심에 그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노동계 관심은 미미하다. 사내근로복지기금 혜택을 누리고 있는 노동조합에서는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내근로복지금 혜택을 누릴 수 없거나 수준이 미약한 중소·영세 업체 노동자들에게는 복지공급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제도 도입 이후 2019년까지 80개에 불과하던 공동근로복지기금이
임대료로 먹고사는 독일 빌딩주협회는 지난 3월 말 코로나 셧다운 기간과 이후 3개월 동안 임대료를 50%로 줄인다고 결의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4~9월까지 6개월 동안 임대료 체불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독일 정부의 이런 정책에 ‘아디다스’가 임시폐쇄한 매장의 임대료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아디다스에 비난이 쏟아졌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에 거대 스포츠기업이 숟가락을 얹으려 했으니, 시민들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아디다스는 사과하고 임대료를 내겠다고 물러섰다.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뉴질랜드 남섬의 서부 해안은 동부 해안만큼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동쪽 해안이 넓은 평원을 끼고 펼쳐져 있어, 사람이 머물기도, 객들이 구경하기도 좋은 환경이다. 반면 서쪽 해안은 험준한 서던 알프스산맥의 등짝에 바짝 붙어 있어 접근성도 떨어지고, 살기도 팍팍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았던 탓이 크지 싶다. 빡빡한 일정에 바쁜 여행자들이 서부 해안을 느긋하게 둘러보는 일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바쁜 마음을 떨쳐 낼 수만 있다면 뉴질랜드의 다른 색을 볼 수 있는 곳이 이곳 서부 해안이기도 하다.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아서스패스를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으레 그렇듯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저물어 가는 2020년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게 특별한,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다. 불행히도 코로나19 때문에 계획했던 행사와 사업을 대부분 내년으로 미뤄야 했다. 그러나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20년을 준비하는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오랜 시간의 무게를 말과 글로 풀어내 정리하고, 엄혹한 현실 속에서 비정규 노동자와 함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도 버거운 과제다. 그럼에도 외면할 수 없는 의무이기도 하다.20년, 짧기도 하고 길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용불안에서 노동 개악까지, 노동자들에게는 험난한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국방과학연구소 노동자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이상하고 이해하기 힘든 난관에 부딪쳐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법 14조(임직원의 지위) 때문이다.기타공공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는 ‘국방에 필요한 무기 및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기술적 조사, 연구, 개발 및 시험 등을 담당해 국방력 강화와 자주국방 완수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으로 1970년에 설립했고, 그 근거법이 국방과학연구소법이다. 그런데 이 법 14조는 연구소
이르게 잠들었다 깨어난 15일 새벽. 지난밤에만 12개의 재난문자가 도착해 있다. 재난문자의 알림음이 이제는 익숙하다. 쌓여 있는 문자를 확인하고 확진자의 동선을 살펴보는 일이 어느덧 일상이 됐다.일상이 된 이 재난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파도가 거세다. 지난 13일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천명을 넘어섰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본격적인 대유행 단계에 진입한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하루 신규 확진자가 “950명에서 1천2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사회적
최근 ‘동년배’들 사이에서 꽤 많은 관심을 끌던 한 유튜브 영상이 있다.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며 삶의 의지를 다질 수도 무작정 절망할 수도 없는 이 사회를 원망했다. 젠더미디어 슬랩(slap)은 대한민국의 20대 여성 자살률을 ‘조용한 학살’로 표현한다.해당 영상은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시도자가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많은 3천5명(전체의 32.1%)임을 밝히며, 이를 코호트(특정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인구집단) 효과로 설명한다. 코호트 효과는 5년 또는 10년 단위로 구분한 출생 코호트의 비교에 의해 특정
1.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던 지난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사태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절차 진행으로 소란했던 시국이라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민적 관심사는 고사하고 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이 높지 않았다. 주요소식으로 메인뉴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개정안과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다시 귀태라는 단어를 꺼냈다. 문재인 정부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귀태(鬼胎)라고 했는데, 이 말은 7년 전인 2013년에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사용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홍익표는 도쿄대 강상중 교수가 쓴 책에서 인용했다며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고 했다. 당연히 새누리당은 극렬하게 반발했고, 결국 홍익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사과한 다음 원내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8년 5월, 최저임금법의 엄청난 개악이 있었다. 개정 전에는 기본급 성격을 지니는 임금만이 최저임금 항목으로 취급됐지만, 이 법 개정으로 상여금과 식비·숙박비·교통비 등 복리후생적 임금이 최저임금 항목에 포함됐다. ‘상여금’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시키면서도 적은 임금만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판례는 애초 상여금은 연장·야간·휴일에 하는 노동에 대해 할증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임금 개념인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해 왔다. 대법원은 2013년에 와서야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다면 상여금도 통
“새 통념이 필요해요.” 수년의 노력 끝에 노조를 만든 그가 말했다. 통념이란 공통의 생각이다. “사회통념을 깬다”는 표현처럼 통념을 낡은 사고로 생각할 수 있지만 통념은 사라지고 새로 탄생하기도 한다. 통념이 꼭 필요할까. 유발 하라리는 상상의 질서가 낯선 사람과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다른 동물은 가까운 개체들과 집단을 만든다. 인간은 지역을 넘어 민족을 만들고 국경을 넘어 계급을 단결시켰다. SF영화에서는 외계 침입자에 맞서 인류를 단결시킨다. 상상으로 만드는 공동체는 말과 글과 신호를 통한 상호작용 결과다. 크든 작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生)과 사(死), 태어나고 죽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돼 왔다. 처음에는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가 그쳤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제는 농촌과 도시 할 것 없이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못 하고,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문제다.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이고 세계 최저다. 이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신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자연감소가 일어나고 있다. 머지
청년유니온 사무실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상권이 무너졌다’는 신촌, 그중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적은 쪽에 있다. 사무실을 오가며 ‘임대’ 표지를 마주할 때마다 저 ‘임대’ 딱지만큼이나, 혹은 그 몇 배의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길 건너편, 나아가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다고 생각했던 다른 길목에까지 ‘임대’ 스티커가 붙는 것을 봤다. 빈 가게가 늘어가는 만큼 무거운 마음도 퍼져 간다. 코로나19에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소매·숙박·음식·교육 등의 서비스업종은 ‘아르바이트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다넨로트 숲에서 무장 경찰과 흰옷을 입은 환경운동가들이 대치했다. 환경운동가들은 고속도로 확장을 위해 250여년 된 참나무숲 일부를 내년 2월까지 밀어내겠다는 당국의 계획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나무 위에 임시 시설물까지 만들어 당국의 개간 작업을 저지했다. 이날 경찰도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막았다.동아일보는 지난 7일자 국제면에 검은 옷의 무장 경찰과 흰옷을 입은 환경운동가들이 숲에서 대치한 사진을 실었다. 두 무리의 옷 색깔이 선명하게 대비됐다. 만약에 우리나라
9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오후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언론들은, 심지어 매일노동뉴스마저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라고 쓰고 있지만 환노위를 통과한 개악안은 ILO 협약과는 상충되는 내용들이다. 가장 우려되는 몇 대목만 지적해도 아래와 같다.첫째, 특수고용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지난 십수 년간의 ILO 권고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10만명의 국민청원으로 발의된 노조법 2조 개정안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
2020년 겨울의 모습을 보자.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집권세력 중심의 부패 비리를 수사하자 검찰총장을 아예 날려 버리려 한다. 미국이었으면 사법방해죄로 장관이 오히려 법정에 서야 할 판인데, 정부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개혁이라고 칭한다. 180석을 차지한 범여권은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은 내팽개쳐 두고, 권력 유지와 관련한 법안들만 기를 쓰고 통과시키고 있다. 심지어 국민과 한 약속도, 여야가 합의한 내용도 제멋대로 바꾼다. 입법 독주를 넘어 입법 사기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아예 청와대에 숨어 버렸다. 이 시국에도 대통령만 옳다며 고
대부분 시내버스 기사들은 운전기사로 취업하면 버스 노선을 숙지하고 시내버스 운전을 익히는 견습기간을 가진다. 그런데 이 견습기간에 임금도 받지 못하고 근로 기간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상담자는 시내버스 회사에 운전기사로 취업해 견습기간을 3개월 하고 정식 운전기사로 발령을 받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무하던 중 3개월이 되기 전 해임통보를 받았다. 해임사유는 근무 중 신호위반 1회, 무정차 1회 등이었고, 회사는 수습기간 중 해고라 주장했다.상담자는 해당 회사에 이력서와 버스운전자격증 등 서류를 제출하고 필기시험과 면접에
노동조합·시민단체·기관 행사에서 직책 있고 명망 있는 중년 남성 무리를 보면 마음이 답답해질 때가 종종 있다. 연단에 있는 사람들이 거의 다 남성이거나, 발표나 토론을 하는 사람들이 줄이어 남성이거나,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남성이면, 속으로 ‘아…’ 하는 탄식이 조용히 나온다. 그 마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네가 유학을 가고 싶은 학교가 있다고 가정해 봐. 너는 다른 학교가 아니라 그 학교에 꼭 가고 싶어. 입학 공지에 ‘한국인이면 입학할 수 없다’ 이런 규정이 있지는 않아. 그런데 그 학교에 입학한
아름다운 말과 그렇지 못한 말이 있다. 아름답지 못한 말의 예로 비어나 속어 같은 걸 들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이 아닌데도 불쾌감을 주는 말을 만날 때가 있다. 낱말 자체야 아무런 죄가 없다지만 그런 말이 생기도록 한 사람에 대해서는 화가 난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아래 낱말을 보면서 불쾌감을 느낄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육병풍(肉屛風) : 여자를 줄 세워서 병풍의 대용으로 한 것을 이르는 말. 중국 당나라의 양국충(楊國忠)이 겨울에 자신의 비첩 가운데 뚱뚱한 자를 골라서 줄 세우고 찬바람을 막은 데에서 유래한다.=육진(肉陣
1. 코로나19가 덮쳐 쑥대밭인데도 세상은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개발 소식에 미국·한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주가는 고가 행진이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자료 ‘세계 코로나19 발생현황’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는 6천583만2천617명, 누적 사망자는 152만3천38명이다. 국가별 확진자는 미국이 1천419만1천298명이고, 인도 964만4천222명, 브라질 653만3천968명, 러시아 246만770명, 프랑스 224만1천830명이며, 그리고 영국과 이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