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우려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과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초가을부터 자본가들과 친기업 언론들은 온갖 낭설을 퍼뜨리며 법안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선 기업측 대관 담당자들이 발바닥에 땀나도록 들락거렸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는 걸까. 집권 여당 소속 의원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사회를 좀 더 낫게 하는 일에 쓸 마음이 전혀 없는 듯하고, 정부 부처들은 한술 더 떴다.우선 정부안은 산재사망시 원청에게 부여되는 ‘포괄적 책임’의 범위를 좁혀 버렸다. 책임자를 “법인 대표이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기생을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나 춤 또는 풍류로 흥을 돋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풀이는 다른 국어사전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하지만 이런 풀이는 기생의 의미를 협소하게 정의한 것이다. 조선 시대 궁궐에는 음식을 만들던 다모(茶母), 의술을 담당하던 의녀(醫女), 바느질을 담당하던 침선비(針線婢)들이 있었으며 이들도 기생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약방기생(藥房妓生)’이나 ‘상방기생(尙方妓生)’ 같은 말이 나왔다. 이들도 가무를 익혀 본업 외에 궁중 연회에 나가 춤과 노래를 했기에
야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치킨이다. 나도 치킨을 좋아하는지라 자주 시켜 먹곤 한다. 치킨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치킨을 좋아하는 내 마음은 변함이 없으나, 어렸을 때와 현재의 치킨을 주문하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불과 10년 전까지는 음식점에 전화해 주문하면 음식점에서 직접 배달해 줬다. 그러나 요새는 배달 앱을 통해 간편히 음식값을 결제하면,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배달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이런 배달노동자들을 많이 볼 순 없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1. 20년 넘게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한 법타령하며 살다 보니 했던 말을 또 하고, 썼던 글을 다시 쓰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매주 쓰게 되는 이 매일노동뉴스 칼럼 ‘노동과 법’에서도 그걸 볼 수 있다. 월요일 오후가 되면 한 주 동안 일어난 노동뉴스를 검색해서 소재거리를 찾아 칼럼을 쓰게 되는데, 소재는 달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칼럼들을 읽어 보면 노동을 둘러싼 세상사는 변해 왔는데 그걸 읽는 내 머리는 그대로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의 근
“며칠 전 아버지가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자재에 깔려서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자신의 사업을 하는 것이 평생 꿈이셨고, 그 꿈을 이루기 직전이었죠. 집에서 쉬면 뭐하냐면서 몇 차례 더 공사 현장에 일하러 가신 건데 사고를 당하셨어요.”“한국에서 돈을 벌어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가족과 함께 지낼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작은 가게를 차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프레스기에 양 팔이 절단되고 말았죠.”“아직 어린 딸이 셋이나 있어요. 일은 힘들었지만 가장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 왔죠. 그런데 공사 현장이 무너지는 사고로 허리가 완전히 망
2020년을 우리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후대 사람들은 이 해를 어떻게 이해할까.2020년 최대 사건은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일 것이다. 지난 24일까지 이 팬데믹에 7천900만명이 확진되고 173만명가량이 죽었다. 1918~1919년 수천만 명이 죽은 스페인 독감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 이후로는 가장 피해가 크다. 최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1천900만명 가량이 감염되고 33만여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확진자 5만여명, 사망자 700여명에 불과해 피부로 느끼는 심각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엄청난 사태다.이 사태는 왜
대박·출세·안녕 중 무엇을 우선에 둘까. 누구에게나 다양한 욕망이 있다. 돈에 꽂혀 대박을 노리는 이익형 인간, 권력을 향해 출세에 집착하는 권력형 인간이 있다. 권리를 소중히 여기며 탄탄한 일상을 살아가려는 권리형 인간도 있다.권력형 인간의 정치우선주의는 시민을 지배하는 독재를 낳았다. 이익형 인간의 경제우선주의는 탐욕적인 신자유주의로 나타났다. 정치가는 부자들 편에 서고 시민은 경쟁과 차별 속에 안녕하지 못했다.경제적 불만을 부추겨 정치투쟁으로 끌어와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 흔한 정치전략이다. 그러나 세상에 경제적 토대와 정치적
아직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한국을 덮친 것은 ‘반일’ 열풍이었다.2018년 한국의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미쓰비시가 5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2019년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에 나섰다. 한국은 불매 운동으로 맞섰다. 조국을 포함한 정치 인사들이 ‘의병’ ‘죽창’ ‘이순신’ 등의 말들을 쏟아냈고,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반일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일 갈등을 부추긴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전략이었다는 사실이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로 드러났지만, 일반 시민들은 반일운동이 단지 정치권의 선
‘K-방역’을 자랑하던 한국 정부는 지난봄과 달리 이번 겨울에는 방역에 전반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천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매일 십수 명이 사망하고 있다. 겨울철 특성상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사망자가 봄보다 많이 증가한 것은 대응 정책 실패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뻔히 대유행이 예상됨에도 정부가 병상이나 의료진을 미리 확보해 두지 않아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 강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 구제책도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이 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가 단식에 들어간 지 24일이면 벌써 14일째다. 자식을 잃은 분들이 단식을 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호소하는데, 정작 이 법을 제정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미적대고 있다.여야 의원들은 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쟁점이 많기 때문에 세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17일에서야 의총을 열어 의견을 수렴했고, 이번 주에 당 정책위원회에서 이견을 조율해 보겠다고 한다. 날짜는 자꾸 가는데 아직도 국회에서
한 여성노동자가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이후 연이은 불이익 조치를 겪게 됐다. 성희롱 가해자는 별일 없다는 듯이 다른 작업장으로 전보를 갔지만 피해 노동자는 기존과 하던 작업과 다른 작업에 집중적으로 배치됐고,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늘 하던 시간외근로에서도 배제됐다. 직장에서 고립돼 가던 피해 노동자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보복적 조치에 대해서 결국 고소를 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원칙대로’ 작업배치를 한 것이며, 별개 사유에 기해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는 사용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불기소처분을 했다. 항고가 인용됐지만,
고 김용균님의 어머니 김미숙님과 고 이한빛님의 아버지 이용관님께서 단식을 시작한 지 22일로 12일차가 됐다.아침에 눈을 뜨면 날씨를 확인하고, 유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돼 간다. 국회에서 단식을 이어 나가고 계신다는 소식을 접하면 ‘다행히 오늘도 무사하시구나’라는 안도감과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국회에 분개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가족들을 지켜보는 나의 심정도 이럴진대 유가족분들과 그 가족분들의 심정은 어떠실까.청년유니온에서 일할 때 한빛 PD 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위 간사를 맡았던 인연으로 며칠 전, 국회에서 단식하고
1. 지난 9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를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도 의결해 통과시켰다. 이날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자 경총 등 사용자단체뿐만 아니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자단체도 비난을 쏟아냈다. 경총은 “노동계의 요구사항만 반영”된 “편향된 내용으로 통과됐다”며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깊은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문을 냈다. 양대 노총은 “ILO 협약에 위배”되는 개정이라며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동자
2018년 방영했던 tvN 드라마 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산사는 평화로운가? 난 천근만근인 몸을 질질 끌고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극 중 주인공이 회사 내의 고단한 자신의 상황을 친구인 스님에게 문자로 보낸다. 이에 친구는 이렇게 답장한다. “네 몸은 기껏해야 백이십근.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원래 회사는 누구나 가기 싫어한다. 그런데 ‘천근만근’ ‘몸을 질질 끌고’ 회사로 가는 상황은 분명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직장이 지옥이 됐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갑질과 말도 안 되는 관행을 바꾸자는 취지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많은 법이라지만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 만든 사전마저 이해하기 힘든 낱말과 풀이를 실어 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하는 심정이 되곤 한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함께 실린 다음 낱말을 보자.오작남(烏鵲南) : 까마귀와 까치가 남쪽을 향하여 낢.이 낱말과 풀이를 통해 독자는 그래서 어쨌다는 말이냐는 의문 외에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낱말 자체에 깊은 뜻이 담겨 있거나 특별한 상황을 비유한다면 몰라도 단순히 까마귀와 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갔다는 풀이만으로는 이런 게 왜 낱말이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있다.6석 정당이 180석 정당에 끌려다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의석이 30배 많으면 정치력도 30배 넘게 크다. 자기보다 힘이 30배나 큰 상대와 씨름하면서 끌려다니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던 시절에도 ‘거대한 소수’ 전략은 주관적 관념론에 불과했다. ‘조직 노동’이라는 기반마저 상실한 정의당 처지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니는 게 답답한 일이기는 하나 창피할 일도 아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더라도 힘으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국회 안에서는 고 김용균님의 어머니 김미숙님,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님이 10일째 단식농성 중이시다.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은 이미 지난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제정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에 한 달 만에 10만여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국회에서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안 외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박주민 의원안,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까지 제출된 상태다.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기업 경영책임자(대표이사 등 임원)와 안전보
노동조합 활동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제도가 하나 있다. 공동근로복지기금이다. 2016년에 제도가 도입됐으나 최근에 와서야 조금씩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업주들의 관심에 그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노동계 관심은 미미하다. 사내근로복지기금 혜택을 누리고 있는 노동조합에서는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내근로복지금 혜택을 누릴 수 없거나 수준이 미약한 중소·영세 업체 노동자들에게는 복지공급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제도 도입 이후 2019년까지 80개에 불과하던 공동근로복지기금이
임대료로 먹고사는 독일 빌딩주협회는 지난 3월 말 코로나 셧다운 기간과 이후 3개월 동안 임대료를 50%로 줄인다고 결의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4~9월까지 6개월 동안 임대료 체불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독일 정부의 이런 정책에 ‘아디다스’가 임시폐쇄한 매장의 임대료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아디다스에 비난이 쏟아졌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에 거대 스포츠기업이 숟가락을 얹으려 했으니, 시민들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아디다스는 사과하고 임대료를 내겠다고 물러섰다.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고,
뉴질랜드 남섬의 서부 해안은 동부 해안만큼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동쪽 해안이 넓은 평원을 끼고 펼쳐져 있어, 사람이 머물기도, 객들이 구경하기도 좋은 환경이다. 반면 서쪽 해안은 험준한 서던 알프스산맥의 등짝에 바짝 붙어 있어 접근성도 떨어지고, 살기도 팍팍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았던 탓이 크지 싶다. 빡빡한 일정에 바쁜 여행자들이 서부 해안을 느긋하게 둘러보는 일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바쁜 마음을 떨쳐 낼 수만 있다면 뉴질랜드의 다른 색을 볼 수 있는 곳이 이곳 서부 해안이기도 하다.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아서스패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