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우리나라 헌법 1조1항과 2항이다. 노래가 있을 만큼 헌법 1조는 친숙하다. 부도덕한 정권의 행태에 맞서 국민이 뭉쳐 자신의 뜻을 표출할 때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진다. 그러나 그 친숙함과는 별개로 대다수의 국민은 일상적으로 주권자로서 자신의 힘을 행사해 본 일이 없다.선거 때 투표장에서 기성권력을 심판하고 자신의 뜻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의 위기상황에 국민이 들고 일어서는 것을 넘어서 ‘365일 우리가 정치하자’는 고민으로 직접
노동청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담당 감독관에 따라 사건처리 기간이나 조사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자주 느낀다. 특히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극명한 차이를 보일 때가 많다. 최근 진행한 직장내 괴롭힘 사건 2건을 소개한다.사건1 : 진정인 출석조사 후 1주일 만에피진정인과 참고인 조사를 마친 감독관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진 근로자 A는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조사와 보호조치 등을 요청했다. 사용자에게 발송한 내용증명이 가해자에게도 전달됐는지 가해자는 대리인 사무실로 전화해 “내가 뭘 그리 괴롭혔다고 그러는 것이냐
보수일간지의 ‘귀족노조’라는 공격은 상대적으로 ‘임금’을 높게 받는 중산층 노동자의 등장과 확대를 노동운동의 타락으로 보는 듯하다. 노동운동 활동가 중에도 본인이 소속된 노조 조합원이 정규직·중산층인 반면 미조직 노동자들이 불안정·취약 계층이라는 점에 내적 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운동이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나, 현재 노동운동을 비판하고 제언하는 방식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첫째, 대다수 노동하는 시민들의 삶이 늘 가난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은 중간 계급의 중심을 차지한
1. 24일 오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다녀왔다. 경사노위 참석은 처음이었다. 간판을 바꿔 달기 전의 노사정위까지 포함해서도 그렇지 않을까. 혹시 내 허연 머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회의 참석에 앞서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때 인연 있던 문성현 위원장을 경사노위 위원장실에서 만나 대화를 하면서도 떠올려 봤다. 또렷한 위원회의 추억은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재판이 법원 인사이동 이후에 한꺼번에 잡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사무실 변호사들의 신상 변동으로 인한 업무 인수인계가 겹쳐 일이 산더미로 밀려드는 이때,
1. 청주지방법원은 이달 13일 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의 노동자성과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하는 항소심 판결을 선고했다(2020나10528 판결). 법원은 고인이 청주방송의 간부 또는 정규직 PD가 정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들의 지휘·감독하에서 조연출과 연출 및 각종 행정 업무를 수행한 점, 고인은 프로그램 방영·촬영 일정이나 정규직과의 협업 등에 따라 근무시간에 구속을 받았고(근무시간의 일부 탄력적인 부분은 업무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런 사정은 정규직 PD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업무내용과 특성, 업무수행 방식과 장비 등으로 인
인도여행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내 정신줄이 어디 있나 늘 확인해야 하는 극한의 모험이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멘붕의 연속이다. 1일 1멘붕은 기본인데, 만약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너무나 순조로웠다면 다음 날은 평화로운 하루에 대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 두는 편이 좋다. 십중팔구 멘붕으로 가는 지옥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술자리에서 인도여행에 관해 이렇게 얘기하면 듣는 이들의 반응은 딱 절반으로 갈린다. 당장 표를 끊겠다는 사람과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난 인도랑은 안 맞는 듯”이라는 사람으로
“밥값 바우처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얼마 전 방송작가유니온(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노동공제회를 통한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도 제안된 자리였다. 언론노조에서도 공제회를 통해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말도 들어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방송작가유니온과 노회찬 의원과의 깊은 관계를 생각하면, 꼭 공제회가 아니더라도 참여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그간 방송작가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업무의 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부당하
한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1위를 달리는 걸 보니, 진중권이 이준석을 너무 많이 키웠다”고 썼다. 정신건강을 위해 진중권의 글을 안 읽은 지 오래돼서 진중권의 이준석론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준석을 키운 건 8할이 낮시간대 ‘시간 때우기’ 방송 대담코너다.집에서 작업할 땐 늘 DMB로 방송뉴스를 틀어 놓는다. ‘백색소음’이라 생각하고 듣다 보면 온종일 같은 내용의 기사가 반복된다. 뉴스 다양성이 일(1)도 없다. 이처럼 빈약한 뉴스로 그 많은 방송시간을 채울 수 없다 보니 이런저런 평
“사장님이 임금을 안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월급 줄 형편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합니다. 지금 그만두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임금체불을 상담하는 피해노동자의 목소리는 절박했다.“월급이 밀린 지 얼마나 됐나요?” 필자의 질문에 피해 노동자는 “한 달 반 정도 돼 간다”고 답했다. 보름 정도 더 기다렸는데도 월급이 지급되지 않으면 그때 고용노동부에 가서 신고하고, 그 후 고용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건조한 나의 답변에 피해 노동자는 황당해하며 말했다.
청주방송에서 PD로 일하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1심에서 패소한 후 삶을 등진 고 이재학 PD가, 유가족들이 이어서 진행한 2심에서 승소했다. 지난 13일 청주지법은 고인이 청주방송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부당하게 해고당했음도 인정했다. 해고당한 지 3년, 그리고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후 1년3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이 판결문을 보면 기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화가 차올랐다. 한 사람이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유가족들이 나서야만 이 판결문 한 장을 받아들 수 있는
나무 이름 중에 특이한 것들이 꽤 많다. 그중에는 정식 명칭인 것도 있고, 민간에서 편한 대로 지어서 부르는 이름도 있다. 그렇다면 아래 소개하는 나무 이름은 어떻게 해서 귀신이라는 이름을 달게 됐을까?귀신나무(鬼神나무) : ‘초령목’을 달리 이르는 말.언뜻 생각하면 한자로 귀목(鬼木)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이름은 없고 초령목의 다름 이름이라고 했다. 에서 초령목을 찾으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초령목(招靈木) : 목련과의 상록 교목. 높이는 16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 또는
1. “이겼어요.” 지난 14일 오후 근무시간 중에 자택에 있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현대차 판매직 노동자 사건에 관한 소장을 작성할 때였다. 어떤 사건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어도 이긴 사건이 무엇인지 나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당선된 의장의 직무집행을 정리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 사건이었다. 지난 3월2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심문기일을 진행하고, 재판장이 정한 서면 제출 마감일이 4월14일이었으니,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가 됐다고 법원에 수시로 확인해 보라고 사무실 이 과장에게 지시해 놓은 사건이었다.
2017년 노동조합으로 한 통의 민원전화가 왔다. 학교급식실 조리업무를 하는 동료가 폐암판정을 받았는데 일하던 학교의 환기시설이 매우 노후화돼 있는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노동조합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조합원이 근무하던 학교 조리실은 창이 난 쪽에 학교운동장이 있어 흙먼지로 인해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또한 배기장치와 급기장치가 노후화돼 조리시 발생하는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환기시설이 잘 작동하지 않음을 학교에 보고하고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1년이 넘도록 수리하지 않고 있었
엇갈리는 혁명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기술권력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면서 사회 서열을 낳는 기술혁명이 있다. 1차 증기와 기계화에서 시작되어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대량생산을 거쳐 3차의 컴퓨터와 디지털 혁명 연장선에 있음에도 섣부르게 4차로 부르는 산업혁명의 선두에 타다, 배달의 민족, 쿠팡 등 새로운 비즈니스의 선구자인 양 등장한 기업가들과 창업 성공스토리로 포장된 사람들이 있다.한편에는 시민들이 서로의 존엄을 위해 사회적 관계를 더욱 평등하게 만드는 권리혁명이 있다. 인권의 개념을 탄생시킨 근대 시민혁명이 1차
‘반역의 피맺힌 반도의 땅에 눈물과 한숨으로 살아온 겨레민중 민주 통일 세상 국가보안법에 막혀캄캄한 어둠의 늪 속에서 최루탄 군화발에 울고 있구나이 땅 위에 양심들이여 온몸으로 타오르라이 세상 어느 곳 어느 땅에 반공에 짓눌린 땅 있는가정치사상의 자유마저도 결사 표현의 자유마저도아아 권력에 자본가 독점에 난자당한 이 산하에건설하리라 민중의 새 세상 철폐 국가보안법(중략)아아 독재에 쪽바리 양키에 난자당한 이 산하에건설하리라 민중의 새 세상 철폐 국가보안법’1990년대 초 널리 불리던 ‘국가보안법 철폐가’ 가사다. 그러나 1990년대
산재보험제도는 일하다 다친 노동자와 유족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회복할 수 있는 사회보장기본법상의 사회보장제도다. 산재보험은 사용자의 책임보험이 아닌 ‘산재노동자’의 치료와 회복에 초점이 맞춰진 노동자 국민을 위한 제도이고 이를 기본 원칙으로 해야 한다.많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사회보험으로 거듭나고 있는 산재보험이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제도는 복잡하고, 제도를 모르는 일반 노동자들이 신청부터 보험급여를 받기까지 그 절차는 다른 사회보험 제도에 비해 간편하지 않고 친절하지도 않다. 신청부터 보상까지의 과정이 과거보다 많이 간소해지고
얼마 전 고 이선호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 해결 촉구를 위한 피케팅에 나섰다. 사고 후 20일 넘게 빈소를 지키던 생전 고인의 친구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선호씨의 친구분은 “우리는 죽으러 일터에 가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일하다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제발 안전비용보다 사람 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특별한 조치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것만 지켜졌다면 말이다. 안전사고 대책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은 회사, 형식상 이뤄진 안전교육, 안전관리자의 부재, 지급되지 않은 안전모.
조선일보와 뉴욕타임스 1면 기사를 분석한 한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2006년 조선일보 1면 기사당 글자수는 모두 813글자인 반면 뉴욕타임스는 4천118글자였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조선일보 보다 5배나 길다. 그래서 뉴욕타임스 1면 기사는 대부분 1면에 이어 2~10면으로 이어지는 점프 기사다.조선일보는 ‘짧은 저널리즘’, 뉴욕타임스는 ‘긴 저널리즘’을 지향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우리 언론 모두가 단순 사실 중심의 짧은 기사를 쓴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한 사건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여러 사실을 통합해 기사를 쓴다.우리 언론
법치주의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말이면서 동시에 실제 의미를 두고 항상 논쟁이 있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에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을 두고 이 논쟁이 치열했다. 이번 칼럼은 2020년대의 여덟 가지 테마 중 네 번째로 법치주의를 다룬다.더불어민주당발 검찰개혁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건 그 개혁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법이 아니라 집권 세력에게만 유리한 법을 만들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한 여당 정치인들의 ‘내로남불’(법적·규범적 이중잣대)은 이런 태도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매년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10회를 맞이했다. 보통 9월 초에 공모를 시작해 11월 중순에 마감한다. 그 뒤 12월 중순에 시상식을 열고, 당선작은 비정규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과 한겨레 지면에 실린다. 비정규 노동자로 살면서 겪은 내 이야기, 비정규 노동자를 인터뷰한 글, 비정규노동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 공모 주제다. 응모작을 살펴보니 자신이 겪은 노동을 직접 쓴 글이 많았다. 지난해 대상작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의 애환이 담긴 ‘해고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