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현대차 MZ노조라고 불렸던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노조의 이건우 위원장이 퇴사했다고 한다. 기존 노조와의 차별화, 생산직 위주 교섭 탈피, 사무직에 대한 차등 보상 등을 내세워 커뮤니티 가입 직원이 5천명에 달하는 등 세를 불렸으나 교섭권 확보 실패로 인해 내부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MZ노조라고 불리는 신생노조들의 설립은 올해 초 대기업·공기업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그리고 언론과 사회는 이들을 ‘공정을 위해 싸우는 신세대’라고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양대 노총은 청년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지도부에 청
한국 사회에서 파업은 안 좋은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파업’은 헌법에 있는 기본권이다. 헌법 33조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단체행동, 즉 파업할 권리가 이미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파업’이 노동자의 기본권인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가 기업의 이윤 중심으로 구성·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과 불평등,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기에 노동자들에게 ‘파업’이라는 집단적 힘을 부여해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파
“호봉제 쟁취!”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상징하는 구호 중 하나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대기업 생산직의 임금은 공장 앞 식당 아르바이트 직원의 시급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았다. 거리로 뛰쳐나온 노동자들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임금인상을 외쳤다. 요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20~30%의 인상률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무직과의 차별 해소였다. 후자가 특히 절박했다. 생산직에는 사무직의 상여금과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임금격차와 박탈감이 상당했다. 노동가요 ‘철의 노동자’에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가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지난달 이 지역 이주(노동)시민과 가을 한마당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분주한 날을 보냈다. 행사 장소 물색, 행사 준비 기획팀 구성, 기획안 작성, 홍보·예산 마련, 그리고 각 국가별 이주공동체 리더들과의 대화 등 빠듯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준비했던 가을 한마당 기획배경을 말하자면 ‘이주노동자의 한국 안착’ ‘각국 이주공동체와 한국 공동체의 친목형성을 통한 교류’였다.광주일보는 지난 3일 이 날의 풍경을 이렇게 썼다. “이번 행사는 단순 체육대회가 아닌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인도네시아·네팔·
어느덧 100일이다. 지난 6월1일 치른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12곳,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46곳에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충남지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김태흠이 충청남도지사로 당선됐고, 도내 15개 기초단체 중 12곳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을 맞았다. 7월1일 임기를 시작한 이들 민선 8기 지방정부의 장들이 지난주 금요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 교체가 예고했던 변화들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밟힌 것은 도정 운영의 비전이다. 내가
1. 마지막까지 미뤘다. 지난달 29일에 선고된 판결문을 최대한 늦게 송달받기 위해서였다. 일부 승소라는 결과만 법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채 구체적인 판결의 결과와 내용을 알지 못하고서 자동송달 처리되는 날이 돼서 판결문을 송달받았다. 지난주 금요일(7일)이었다. 이날 오전 노조로부터 판결을 묻는 연락이 왔는데, 그제서야 나는 판결문을 읽어 보고서 대답해 줄 수가 있었다.2019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뒤 노사합의를 하고 이를 수용한 많은 원고들이 소를 취하했다. 사측이 원고들에 대한 급여 자료 제출을 미뤄서 원고들의
2017년 1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에 참석해 왔다. 2020년 7월1일 재위촉되면서 현재까지 6년 넘게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답함은 금할 길이 없다. 그 답답함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처음에는 불합리한 행정에 있다고 봤다. 산재재심사위를 경유한 사건들이 그렇지 않은 사건들에 비해 행정소송 패소율이 높은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폐지됐지만 2년 가까이 산재재심사위는 뇌심혈관질환 사건 소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사실상 뇌심혈관질환 사건을 자의적이고 편파적으로
10월14일부터 정의당 당대표 선거가 시작된다. 위기는 오래됐고 애쓰는 이들이 정의당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당직선거가 한국 정치와 노동정치에 또 다른 출발점이면 좋겠다.첫째, 진보정당이 일하는 시민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길 기대한다. ‘노동’과 ‘정치’라는 문제에 끈질기게 천착해 온 당대표가 당 방향을 과감하게 제시했으면 한다. 의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시민의 구체적 삶에서 논의하면 좋겠다. 가령 탈석탄 정책은 현 발전사 정규직 노동자의 75%밖에 수용할 수 없다. 피해가 집중될 게 분명한 5개 발전사 소속 하청·비정규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을 또 교육부 장관에 지명하자 한겨레는 지난달 30일 5면에 “‘공교육 실패는 진보 탓’ … 내 탓은 모르는 MB교육 설계자”라고 혹평했다.보수언론도 이주호 장관 컴백을 반기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같은날 5면에 “이주호, 10년 만에 교육장관 컴백 … 야 ‘교육 양극화 장본인’”이란 제목으로, 한국일보는 4면에 ‘교육부 장관 이주호, 경사노위 위원장 김문수 … 올드보이 선택한 윤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한국일보는 이날 ‘공교육 후퇴 이주호, 10년 만에 또 교육부 장관’이란 사설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은 하나다지인에게 해바라기 한 송이를 선물받았다. 포장지로 잘 감싸져 있었는데, 줄기 끝에 플라스틱 캡이 보였다. 물을 넣어 꽃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용도인 듯했다. 해바라기를 창가에 세워 두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 최근 살펴봤다. 꽤 시들었으나 아직 노란빛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캡 속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고인 물이 썩어 누렇게 변했고, 줄기에는 정체 모를 애벌레가 기어 다녔다. 스스로의 무심함을 반성하다 새삼스레 깨달았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도통 추함을 마주할
20대 ㅇ씨는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관에서 일한다. 그녀가 일하는 복지관은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는 이곳에서 지역의 저소득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사업 안내와 시설 운영비 회계업무 등을 담당한다. ㅇ씨는 월 기본급 200만원에 식대가 10만원 남짓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에 비해 임금이 낮았다. 그러나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했다.ㅇ씨는 일을 시작한 후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통해 자산형성을 고민했지만 크게 실망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는 임금지급 능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 청년노동자들의 자산
정치 뉴스를 챙겨보는 사람들에겐 ‘가처분’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것이다.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라서 사건에 얽힌 당사자들의 지위가 순식간에 변한다. 정당의 유력 정치인과 비상대책위원회의 운명이 가처분 결정의 내용에 따라 갈린다. 각 언론사들은 가처분 심문기일의 공방 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한다.그런데 가처분은 뉴스 속에서만 발생하는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당신이 노동자라면 언제든 가처분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면 된다. 불통 행보를 이어 나가는 경영진을 비판
습관이 몇 개 있다. 소셜미디어에 어디를 방문한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땐, 그 자리를 떠나고 나서 올린다. 사는 동네를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직장 정보도 온라인상에는 최대한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활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택시는 최대한 타지 않지만 일이나 약속이 늦게 끝나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할 때는 카카오택시로 동선이 남게끔 한다. 차 번호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남겨 둔다. 어둡고, 다니는 사람이 드문 길을 지나갈 땐 전화통화를 하면서 가거나 비상전화 버튼을 언제든 누를 수 있게 스마트
1. 윤석열 정부의 첫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문수가 임명됐다. 경사노위는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사회적 대화’ 기구로 설치돼 운영돼 온 것인데, 과거 노사정위원회에서 간판을 바꿔 단 것이다.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면서 노동변호사로서 20여년을 살아오다 보니 몇 차례 방문했던 적도 있었다. 무슨 위원이나 전문가로 임명된 것은 아니고 무슨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나 토론자로서였다. 그러고 보니 오로지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 타령으로 산다고 자부하는 자로서 민망하다고 해야 하나. 이 나라에서 노동에 관한 대표적인 기구라고 하면
신당역 살인사건에서 경찰과 사법부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했다. 징역 9년 중형을 구형받은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적극적 감시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2차례 성 관련 전과가 있고, 피해자에게 350여 차례의 강요·협박 문자를 보내고 피해자 개인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동료라는 점은 왜 고려되지 못했을까. 모 서울시의원의 발언을 보면 잘못된 관점이 문제였음을 알게 된다. “좋아해서 … 살인했다.” 우리 사회가 스토킹을 학대가 아닌 ‘좋아하는 행위’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스토킹은 정서적 학대(abuse) 행위다. 국제노동기구(ILO) 협
역사적으로 노동법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 힘의 차이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제정됐으며, 그중 근로기준법은 노동법 영역의 중심축 역할을 하며 사회와 함께 발전했다(한권탁, 2017). 특히 근기법 1조에 의하면 이 법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노동환경을 보장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하는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근기법 11조(적용범위) 1항에 따라 근기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우리나라 사업체의 68.3%를 차지하고, 임금노동자의 22.
올해 들어 많은 노동법이 개정됐다. 5명 이상 사업체 노동자에게 모든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노무제공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들 또한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차휴가·휴업수당·퇴직금을 꿈조차 꿀 수 없는 그림자 속 사람들이 존재한다. 바로 특수고용 노동자다.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적용되는 노동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노동조건의 최소한인 최저시급, 근로시간에 관한 기준이 전무하다. 게다가 노동법에서 금지되는 위약예정의 금지, 부당해고, 해고예고의 의무, 휴업시 평균임금의 70%
언론의 ‘프레임 전쟁’은 사실 ‘네이밍 전쟁’이다.사실이 조각조각 흩어진 숲속에서 논리와 근거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지난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대상이나 사건을 어떻게 호명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말장난 같은 전쟁에 가깝다.9월 초 언론에 본격 등장한 ‘노란봉투법’은 보름 남짓 지나자 ‘불법파업조장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매일경제 9월22일 12면, ‘불법파업조장법 청년·진보·호남서 더 반대’)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배·가압류 상한선 정도를 정하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 ‘불법’ 딱지를 붙이려는 이성 잃은
물가냐 경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각국 정부와 경제학자들이 반년 넘게 논쟁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은 물가를 먼저 잡겠다고 일찌감치 결정했다. 약간의 경기침체를 대가로 물가상승을 조기 수습하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연준은 올해에만 5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물가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이유로 급등한다. 첫째, 갑자기 공급이 감소할 때다. 석유와 곡물이 대표적이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확하게 이 둘의 공급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빵 공장”으로 불리며, 러시아는 유럽연
간접고용·특수고용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헌법상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요구에 대한 반대 논리가 점점 더 해괴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노조법 2조·3조 개정 요구에 대해 “핵심은 특정 사람들과 단체에 있어서는 민사상 불법행위를 해도 책임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라며 “헌법상 평등권 문제”가 있어 반대한다고 답변했다.수년간의 임금삭감에 책임 있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대우조선해양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