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가 국가과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 노동계와 경영계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성장·고용·복지의 조화를 위한 국가고용전략’을 두고도 “전면 백지화”와 “노동 유연성 강화”로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의 이번 계획에는 신설되는 기업과 청소·경비 용역업체가 기간제를 2년 이상 고용하더라도 정규직화하지 않는 등 파견·기간제 고용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근로시간저축휴가제도를 도입해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고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의 국가고용전략 이대로 좋을까.


“정부의 방침은 밀실고용전략”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국장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고용전략은 밀실고용전략이란 한계가 있다. 절차를 중시 여긴다는 정부는 노동전문가를 배제한 채 지난 열 달 동안 밀실에서 고용전략을 만들어 왔다. 또 국가고용전략은 비정규직 고용전략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고용률 70% 목표로 비정규직 양산정책을 제시했다. 전 국민 비정규직화를 의미한다.
이제는 과거처럼 성장을 통한 고용이 증명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의 취업유발계수를 보면 지난 5년간 30%나 하락했다. 과거처럼 성장을 해도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용과 복지를 통한 성장전략으로 가야 한다. 서구도 70년대 3번의 오일쇼크 뒤 이 같은 방향으로 경제패러다임을 바꾼 바 있다. 한국도 지난 10여년간 2번의 경제위기를 맞았다.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정부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한국노총은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보육·교육·의료·요양 4대 분야 일자리를 4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추정한다.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높은 노동시간도 줄여야 한다. 단시간 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는 안 된다. 자동차산업에서 주야 맞교대만 하지 않아도 6만2천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게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핵심”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사회적 양극화는 확대됐다. 정부는 고용을 국정 핵심과제로 정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국가고용전략은 저임금·단기·임시직 확대방안에 불과하다. 고용 없는 성장을 주도하는 민간 대기업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파견업종 확대가 대표적이다. 지금도 파견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가 심하다는 것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의 직접 고용을 촉구해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파견 업종을 확대하겠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 공공서비스부문에서 민간 주도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부 투자를 확대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해법이 돼야 한다.
고용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만 확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양극화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함께 해결해야 경제의 선순환도 이뤄지고 일자리도 더 늘 수 있다. 나쁜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해법이라는 단순한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 정부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 노동계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방향성 공감하지만 새로운 정책 부족”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고용 문제는 국가의 주요 경제정책 과제다.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서 고용률을 주요국가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다만 전체적인 내용을 훑어보면 기존에 수행하던 정책을 종합한 것 같다. 눈에 띄는 새로운 정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내용상으로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파이를 키우는 내용보다는 일자리 나누기가 많이 들어간 것 같다.
부문별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근로자 보호를 생각한 측면은 바람직하다. 탄력적근로시간은 근로자들이 원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이것은 노사 간에도 협의를 통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기간제 사용제한에 예외를 두거나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계가 항상 주장해 왔던 내용이다. 유연성을 높여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이 부분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만들어야 한다.
일·가정 양립이나 고령자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은 기존에 논의돼 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방향은 맞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시행에 어려움이 있다. 파견업종 확대나 기간제 사용제한 예외도 법 개정 사항이다. 법 개정은 노사정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실행까지는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좋은데 구조적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에 대해 좀 더 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 의미 있어”
이재흥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




정부 발표가 기대했던 것에 비해 다소 미흡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부처를 포괄해 범정부적으로 고용을 중심을 두고 만든 전략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야 한다. 특히 산업경쟁력만 생각해 온 지식경제부가 고용에 대해 깊이 생각한 것은 의미가 있다. 고용을 중심으로 다른 부처 업무를 묶었다고 보면 된다.
성장만 하면 고용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다. 파견직과 기간제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확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부만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상용형 시간제 확대도 무기계약직을 전제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인데, 침소봉대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전면 재검토보다는 상황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보완·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입장이 달라도 조금씩 발전시키면 일자리 문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고용전략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사안도 앞당겨 해결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


“근로시간저축휴가제, 2004년에 이미 도입”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경제학)


정부가 성장과 고용·복지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며 국가고용전략을 내놓았는데, 현재의 악순환 구조를 뒤바꿀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는 복지 재정지출 비중이 7~8%에 불과해 고용을 빈곤의 탈출구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고용전략에는 비정규직 외에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진단이 빠져 있다. 전향적인 정책도 없다. 기존 정책을 짜깁기하고 포장한 데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새로운 정책인 양 내놓은 근로시간저축휴가제도는 2004년 주 40시간 노동제가 시행됐을 때 함께 도입된 제도다. 그동안 활용되지 못한 이유는 실노동시간을 단축시킬 만한 유인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 원인은 기업이 인력을 최소화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저축휴가제나 탄력근무제 강화는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또 파견·기간제에 대한 고용규제 완화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정부는 파견확대 대상자가 정규직을 대체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시장에 간접고용을 늘려도 좋다는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다시 말해 이번 국가고용전략은 노동유연화정책을 강화했다는 것 외에는 기존 고용정책과 차별성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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