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의 내용과 기업의 대응방안’ 설명회.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고위공무원의 강연내용이 며칠 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란이 됐다. 이 고위공무원은 타임오프 제도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주도한 당사자다. 문제가 된 그의 발언은 “협력적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굳이 사용시간을 확인할 필요가 없지만 대립적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있거나 노조의 힘이 강해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은 당연히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타임오프 제도에 대해 “말하기 매우 조심스럽지만 현장경영권이 관리자에게 넘어간 것”이라며 “(사측이) 관리를 안 하면 도루묵이 된다”고도 했다.

◇"연착륙 시킨다"며 기업체 강의=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3일 <매일노동뉴스>가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노동부 공무원들의 강의료 수수 자료는 "정부는 재계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강의 뒤 받은 강의료 액수나 횟수, 강의 대상자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타임오프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노동부가 구성한 노사관계선진화실무지원단의 책임자가 대표적이다. 그가 타임오프를 강의한 횟수는 11차례였고, 이를 통해 받은 강의료는 500만원이 넘었다.
 
한국경총이나 대한상의 같은 사용자단체 강의가 4차례, 선진노사연구회 같은 연구단체 등에서 3차례, 현대자동차나 SK 같은 개별기업에서 3차례, 노사관계 교육기관 강의가 1차례였다. 그중 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됐던 7월을 눈앞에 둔 5월 말부터 6월 사이에만 8차례가 집중됐다. 실무지원단 소속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노조법 개정의 주무부처였던 노사관계법제과 직원들과 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들도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을 벌였다.

◇법안 만들고 설명회 강의=노사 간에 이해관계가 대립돼 최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국정감사 뒤로 미룬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연금법) 개정안도 타임오프 제도처럼 노동부 공무원들의 가외수입처가 됐다. 퇴직연금 가입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조의 참여를 배제하고, 퇴직연금 사업자의 시장지배 문제가 심각하다는 논란이 핵심 쟁점이다.

노동부가 제출한 퇴직연금법 개정안에 환호한 이들은 비단 퇴직연금사업을 하는 금융회사만이 아니었다. 법 개정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개정안을 만들었던 부서의 실무자들이 29차례 강의를 통해 강의료 954만원을 받았다. 삼성증권이나 현대해상·미래에셋증권 같은 이른바 ‘선수’들을 상대로 한 강의가 상당수였다. 담당부서 과장은 그중 15차례 강의로 570만원을 벌어들였다. 한 기업에서는 1시간 강의에 1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노동부가 위탁한 컨설턴트 양성교육에도 강사로 참여해 강사료를 챙겼다.

이런 관행은 올해도 이어져 해당 부서 직원 2명이 돌아가며 13건의 강의로 464만원을 받았다. 퇴직연금컨설턴트 양성교육 4차례를 빼면 모두 연금사업자나 사용자단체가 강의 요청자였다.

◇교육위탁기관서 교육하면서 강의료 챙겨=당연히 해야 할 강의나 회의 참석을 돈을 받고 한 경우도 확인됐다. 지난해 노동행정연수원이 지급한 강의비 2억4천414만원 가운데 절반 가량인 1억2천287만원이 노동부 공무원에게 지급됐다. 올해도 노동부 공무원이 노동행정연수원의 공무원 직무교육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공무원직무교육을 위탁하고, 수탁받은 기관에서 교육을 한 뒤 강의료를 받은 것이다.

노동부 공무원은 당연직 이사인 산하기관의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면서 참석비를 따로 받았다. 그렇게 받은 고위공무원의 회의 참석비가 2년간 1천360만원에 육박했다. 홍희덕 의원은 “산하기관의 당연직 이사들인 노동부 공무원의 업무범위에는 산하기관에 대한 관리·감독과 지원업무가 포함된다”며 “업무 범위 내 활동을 하면서 급여와 별도로 회의비를 받는 것은 국고낭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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