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비 과다요구에 매매춘 알선까지설립완화 2700여곳 난립…단속 팔짱
실직 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구직자들이 직업소개소의 불법행위로 또한번고통받고 있다. 특히 설립규제 완화로 `함량미달'의 직업소개소들이 난립하며소개비 과다청구 등 탈법행위가 보편화되고 매매춘업소 알선까지 벌이는 소개소가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앞 ㄱ 직업소개소. “일자리를 찾는다”는말에 소개소 직원은 대뜸 유흥업소 취업부터 권했다.

“룸살롱은 기본급이 150만원이고 원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어요. 경기도, 충청도에 취업할 수도 있는데, 전화만 하면 1시간 내에 자가용 끌고 데리러올라와요. ” 이 직원은 서울 미아리 매매춘업소에 취업시킨 한 30대 주부와의계약서까지 내보였다. 계약서엔 `구인자'가 150만원의 소개비를 지불한 것으로돼있었다.

다른 상당수 직업소개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서울 용산구 ㄱ직업소개소의40대 여자 상담원은 “내가 소개시켜준 여대생 가운데는 룸살롱에 나가 월300만~400만원씩 받는 애들도 있다”며 유흥주점 취업을 유혹했다. 그는 또“미성년자의 경우엔 `특별히 아는 곳'에 취직시켜줄 수 있다”며 미성년자매매춘업소 알선 의사까지 내비쳤다.

소개비 불법 과다청구는 이미 보편화된 행위다. 현 규정상 직업소개소에지불하는 소개비는 원칙적으로 구인자가 임금의 10% 이내에서 지불하고, 특별한경우에만 구직자가 소개료의 40%에 한해 부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개소에서는 구직자에게 임금의 10% 이상을 소개비로요구하는 것이 관행화 돼있으며, 특히 구인자와 근로계약을 맺기 전에 `선불금'을챙기는 형편이다.

실제 1일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종로구 ㅂ직업소개소에선 월 65만원의 잡부일을 알선하는 대가로 구직자에게 10만원의 선불 소개비를 요구했다.

실직자인 조아무개(27·서울 마포구 도화동)씨는 “지난달 직업소개소에서 월100만원의 보일러실 관리직을 소개받았는데, 소개소가 10만원을 요구해지불했다”며 “너댓 곳의 다른 직업소개소에서도 모두 임금 10% 이상의 소개비를선불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많은 직업소개소들은 불법 해외인력송출을 일삼거나, 불법체류자들의직업소개 등 다양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 취업비자 광고를 낸 뒤 13명을 미국입국비용 및 소개료 명목으로700여만원을 받고 미국의 한인주점에 접대부로 보낸 권아무개(41·서울 종로구숭인동)씨 등 2명이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구속됐다. 서울 종로구 ㅈ소개소쪽은“원래 신분증을 확인하게 돼있지만, 불법체류자인 중국동포들은 물론미성년자들의 일자리도 알아봐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구인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아,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28)씨는“직업소개소에 구인을 의뢰하면서 300만원을 선불금으로 줬는데 정작 사람을 받지못해 피해를 봤다”며 지난달 해당 직업소개소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직업소개소의 광범위한 탈법행위는 구제금융 뒤인 지난 98년 4월 `인력수급을원활히 한다'는 이유로 설립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서 비롯됐다.

우선 소개소 설립자 자격을 4년제 대학 졸업자에서 2년제 대학으로 확대하고, 5년 이상의 공공기관 근무경력을 2년으로 크게 낮췄다. 또 99년 5월부터는 각시군구 지방고용심의위원회의 허가없이도 등록만 하면 직업소개소를 설립할 수있도록 했다. 때문에 97년 1625곳이었던 전국의 유료직업소개소는 2000년 6월 현재2768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직업소개소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기는 하지만, 이미 만연해 있는 직업소개소의 불법행위를 뿌리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경찰의설명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한달동안 직업소개소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자격증대여 등 모두 24건의 위법사실을 적발했지만, 이 중 매매춘업소 알선은 단 1건에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이송범 수사과장은 “매매춘 알선이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져적발이 몹시 어렵다”고 말했다.

일선 구청의 느슨한 관리·감독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자격 상담과 소개료과다청구 등 쉽게 단속할 수 있는 불법행위조차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방치'하고 있는 탓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직업소개소가 크게 늘면서 탈법행위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해마다 직업소개소 단속지침을 세워 시군구와 노동관서에 보내고 있다”며“그러나 관련 규정을 다시 강화할 경우 인력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어, 마땅한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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